막판 히든카드 빼들 시점 ‘조율중’
네거티브 vs 클린 이미지 ‘대격돌’
막판 히든카드 빼들 시점 ‘조율중’
네거티브 vs 클린 이미지 ‘대격돌’
  • 이금미 
  • 입력 2006-05-24 09:00
  • 승인 2006.05.2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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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서울시장 선거다. 강금실 열린우리당 후보와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8일부터 바닥 민심을 훑고 있다. 최종 목표는 당선이다. 그러나 마지막 선거전에 임하는 두 후보의 전략은 상이하다. 강 후보는 막판 ‘뒤집기’에, 오 후보는 ‘굳히기’에 나선 모양새다. 20% 이상 격차가 벌어진 사전 여론조사 결과 때문이다. 강 후보는 쫓고 있으며, 오 후보는 현재의 구도를 이어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07년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며 점점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서울시장 선거, 두 후보의 ‘불패전략’을 짚어 본다.




“와 닿지 않는다.”강금실 후보가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로서 출정식을 치른 이후 얻은 평가다. 정책 및 공약을 쏟아내고 TV토론에서 오세훈 후보와 설전을 벌여도 무엇을 말하려는 건지, 어떤 시장이 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가닥이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치적 우여곡절이 아닌, 참여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서 대중 앞에 선 강 후보에겐 ‘참신하다’로 대변되는 다양한 이미지만 복잡하게 얽혀 있을 뿐이라는 풀이다. 반면, 오 후보는 선명한 이미지로 다가온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는 “스스로 모범을 보이겠다”며,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당시의 ‘각인 효과’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한 마디로 ‘깨끗하다’는 것이다.

정책·공약 ‘백중지세’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강 후보는 지난해부터 서울시장 출마 압력을 받아왔다. 열린우리당 입당식도 치르지 않은 그에게 여당 후보로서 나와 줄 것을 시민들이 요청했다. 그가 보라색과 흰색으로 상징되는 화려한 정치 입문식을 치르자, 서울시민은 50%가 넘는 아낌없는 지지를 보냈다. ‘서울시장 강금실’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정치권이 아니라 서울시민들로부터 시작됐던 것이다.따지고 보면 ‘오세훈’을 불러들인 사람도 강 후보다.

강 후보의 압도적인 지지율에 당황한 한나라당은 ‘제3의 인물’에 눈을 돌렸고, 출마를 저울질하던 오 후보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반전의 기미는 ‘오세훈 카드’가 등장했을 무렵부터 시작됐다. ‘거품’이라 규정됐던 강 후보의 지지율이 30%로 주저앉은 것이다. 이때만 해도 강 후보측에선 강 후보의 거품이 꺼지듯이 오 후보의 그것도 곧 사그라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나고 선거유세전 중반이 지나가고 있음에도 강 후보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 오 후보의 거품이 꺼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혹시,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서 물밑지원하고 있다는 설이 등장했을 정도로 완벽에 가깝다는 오 후보의 정책·공약 때문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다. 각 언론사와 시민단체 등의 서울시장 후보 정책·공약 평가에 따르면 강 후보측의 그것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어떤 분야에선 오히려 오 후보측의 그것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유는 무엇일까. 강 후보 캠프에선 이점에 주력해 막판 ‘뒤집기 전략’을 구상중이다. 짚어볼 대목은 애초 힘든 싸움이었다는 정치권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총선과 대선, 그리고 지방선거는 분명 차이가 있다. 지방선거의 경우 ‘정당 지지율’은 언제나 독립변수였다. 한나라당의 잇단 공천비리로 인해 무더기 검찰 수사가 벌어지고 있음에도,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낮은 지지율은 여전히 바닥을 치고 있다. 여당이 내세운 ‘지방권력 심판론’이 한나라당이 내건 ‘참여정부 심판론’에 밀리고 있는 이유이다.

명풍·짝퉁 논란도 ‘시들’

그렇다면, 서울시민의 추대를 받고 어렵게 정치판에 나선 ‘시민후보 강금실’이라 하더라도 정당 대 정당구도로 치러지는 선거의 속성을 비켜갈 수 없다. 이에 장단이라도 맞추듯 한나라당은 강 후보에 ‘명품’이라는 애칭을 붙여 줬다.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로만 장식된 법조계의 화려한 이력, 검찰 개혁을 진두지휘한 참여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소유한 서울시장 후보라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당이라는 ‘불량품 공장’을 만나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비아냥 거리고 있다.

강 후보측은 이를 기화로 ‘인물 검증’에 돌입했다. 이른 바 ‘명풍·짝퉁’ 논쟁이다. 오 후보의 행적과 발언에 대한 명확한 해명과 입장을 요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리당의 포화는 오 후보의 ‘노숙자 외면’, ‘11평 아파트 대각선’ 등에 집중됐다. 오 후보의 ‘서민 이미지’를 벗긴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우리당이 오 후보를 검증하겠다며 칼날을 세운 시점부터 오 후보의 지지율은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오 후보의 정수기 광고와 관련 ‘선거법 위반’ 카드를 들고 나왔을 때 오 후보의 지지율은 정점에 이르렀다.

이는 현재 검찰에서도 수사중이라는 점에서, 유권자의 관심 여부를 떠나 서울시장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그러나 싸움도 치고받는 상대가 적극적일 때 싸울 맛이 난다. 오 후보측은 당분간 상대 후보들을 칭찬하겠다는 포지티브 선거전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강 후보측에서 오 후보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수록 정책선거에 치중, ‘클린 이미지’를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무리수를 두지 않고 안전하게, 현재의 지지율 격차를 끝까지 유지하겠다는 구상이다.그럼에도 단속의 고삐는 늦추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역대 서울시장 선거가 그랬듯 막판으로 치달을수록 한 자릿수 지지율 싸움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오 후보측의 이태규 기획단장은 “강 후보측의 ‘오세훈 검증’ 전략에도 일단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겠지만, 공세전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록 강 후보측이 ‘검증’을 빙자한 ‘흠집내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시민이 제대로 알아야 할 상황이 닥친다면 반격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다.

한 마디로 ‘무대응 속의 대응’이다. 더블 스코어로 앞선 상황에서 오 후보측이 이처럼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높은 지지율 탓에 오 후보측은 방어에만 치중하고 있음에도, 벌써부터 ‘샴페인’, ‘배부른 오세훈’ 등의 촌평이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선거유세전 종반으로 치달을수록 강 후보측이 다양한 각도에서 공세를 펼칠 것이라는 정치권 주변의 출처를 알 수 없는 시나리오도 부담이다. <

b>선거판 ‘속설’에도 신경 써

또 선거의 흐름상 막판 ‘한 번의 기회는 주어진다’는 속설도 거슬린다. 물론 ‘선거에는 왕도(王道)가 없다’는 속설도 있고, ‘선거는 바람’이라는 속설도 있다. 눈여겨볼 대목은 어느 속설 하나 오 후보측의 입맛에 맞는 게 없다는 것이다. 강풍(康風)이 오풍(吳風)을 불러냈듯이, 어느 지점에서 기압골이 형성돼 먹구름이 드리울지 예측할 수 없다. 특히, ‘대중 정치인’으로 각인된 오 후보에 견줘 상대적으로 약점을 보였던 강 후보가 스스로 ‘진화’하고 있다는 강 후보측의 판단도 예사롭지 않다.

선거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이르는 막판, ‘반전 카드’를 던질 것이라는 관측도 높다. 선거운동 기간 초반 강 후보측에서 고전 이유에 대해 강 후보의 ‘정치적 미숙’을 1순위에 올렸던 것도 사실이다. 지난 17일 기자와 만난 민병두 선거운동본부 기획팀장도 “대중 정치인으로서 꽂는 힘이 부족하다”고 인정했다.

다른 말로 풀자면, 대중의 언어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강 후보가 그동안 쏟아낸 말 중에는 한 번 ‘되새김질’을 해야 진정성이 느껴지는 단어들이 많다. 이에 반해 오 후보는 자타가 인정하는 방송진행자였다. 대중의 언어에 익숙한 상태에서 정치권으로 방향을 튼 그는 서울시장 후보 TV 토론에서 시종일관 미소를 띠며 남다른 여유까지 보여줬다. 간결한 한마디로 토론회는 물론 상황을 반전시키는 힘을 발휘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민병두 기획팀장은 “후보 스스로가 느끼고 있고, 배우고 있다”고 했다. 때문에 지켜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민 팀장의 자신감엔 ‘강금실 다운’ 선거운동을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이 묻어난다. 애초 당이 아닌 인물로 서울시민의 지지를 받았던 후보이니 만큼, 선거유세전은 ‘강금실’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전략이다.



# 선거법이 뭐길래~끼니 때마나 ‘갹출’…김밥이 ‘끔찍해’

5·31 지방선거가 본격적인 선거유세전에 접어들었다. 각 후보들의 선거사무소도 방문객과 자원봉사자, 파견 나온 중앙당 당직자 및 선거전문가들로 북적북적한다.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허기를 채워야 발품도 팔고, 이를 바탕으로 당선 목표에도 접근할 수 있다. 그럼에도 선거사무소 실무자들 사이에선 불만이 새어 나온다.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사무소 방문객에겐 다과, 떡, 김밥, 음료(주류제외)는 제공 가능하다.

하지만 라면 등 이외의 음식물은 허용되지 않는다. 사정이 이러하니 바쁜 일정에 쫓기는 선거사무소 실무자들은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다반사다. 오해를 살만한 음식은 아예 사무소에 들여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사무실을 벗어나 ‘외식’을 하려해도 ‘자비’로 해결해야 한다. 선거 대책회의를 내건 비밀스런 회식에도 ‘갹출’은 기본이다. 17대 총선을 기해 달라진 선거문화와 선거법 때문이다.

두 번의 대선을 비롯해 크고 작은 선거를 치른 경험이 있는 서울시장 후보 캠프측 한 관계자는 “끼니를 해결해야 할 때는 ‘과거 선거’가 그립다”고 너스레를 떤다. 전쟁을 방불케 하는 선거전, 끼니를 때우는 것에도 인색한 선거법이 원망스럽다는 것이다.

이금미  nick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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