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인을 위한 세계사
교양인을 위한 세계사
  • 김선영 기자
  • 입력 2011-10-04 14:08
  • 승인 2011.10.04 14:08
  • 호수 909
  • 3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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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퍼즐들을 맞춰서 ‘오늘’을 읽다
참신한 구성의 세계사책으로 독자들 사이에서 호응을 불러일으키며 2007년 문화관광부에서 우수교양도서로 선정한 ‘교양인을 위한 세계사’가 2011년 더 꽉 찬 모습으로 돌아왔다!

지구화가 진행될수록 세상은 더 풍요로워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될까? 아니, 미국발 금융위기 같은 일로 빈부 격차가 더 벌어지고 불평등만 심해지면 어쩌지?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인 저자 김윤태는 아파트 생활, 여성의 바지 착용, 흑인 대통령 등이 당연한 ‘상식’이 되기까지 역사의 시계추는 잠시도 멈춘 적이 없었다. 세계라는 무대에 등장했던 사람들, 그들이 만든 갈등은 인간의 불가능한 꿈을 현실로 만들려는 역사 그 자체였다. 이 책에서는 마르크스와 코코 샤넬, 마틴 루서 킹 등 세계사 속 인물들과 산업혁명, 세계대전, 68혁명 등의 사건들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아본다.

세계사 교양서는 주제의 방대함 때문인지 국내 저자의 저작이 잘 나오지 않는 분야이다. 그래서 읽을 만한 세계사 교양서를 찾아보면 출간된 지 꽤 된 구간 도서들이 많다.

2007년에 처음 선을 보였던 ‘교양인을 위한 세계사’는 이런 아쉬움에서 출발한 세계사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성장과 분배 문제, 노동운동, 분단 문제, 신자유주의 등 한국이 처한 당면 문제를 세계사적 보편성에서 바라보며 한국적 문제의식에서 세계사에 접근하려 했다.


한국인의 문제의식에서 접근한 본격 세계사 교양서

‘교양인을 위한 세계사’는 연대기의 나열을 보여주는 기존의 역사책 구성에서 벗어나, 산업혁명부터 지구화에 이르기까지 현대 사회에 커다란 영향력을 끼친 사건과 핵심 인물을 뽑아 테마별로 엮었다. 이러한 주제별 접근 방식은 독자가 좀 더 깊이 있게 세계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세계 근현대사의 핵심 쟁점을 명쾌하고 깊이 있게 분석

이 책은 단순히 세계사에 관한 백과사전적 지식만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서양과 서양 이외의 세계를 비교하면서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현대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과 깊은 관련이 있는 복지국가 문제, 반 아파르트헤이트 투쟁, 종속이론과 발전이론, 신자유주의, 각국의 민주화, 냉전 등의 테마를 통해 다양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또한 환경운동, 페미니즘, 노동운동, 정보 사회 등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현대’를 구체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서구 중심 세계사에서 탈피하다

지금까지 우리가 배워온 세계사는 서양, 특히 유럽이 우월적 지위를 차지하는 세계사였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김윤태는 ‘현대성’이라는 일관된 판단 기준으로 세계사를 서술함으로써 ‘다원주의적’인 세계사 서술의 가능성을 열었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최근 세계사 분야의 경향이라 할 수 있다. 철학자이자 세계적인 석학 리처드 로티는 “세계의 과거들이 모두 동시에 현재와 충돌하고 상호작용하면서 현재사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도 세계의 과거사에 대한 다층성과 복합성의 재발견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이어받아 ‘교양인을 위한 세계사’도 ‘현재’에 대한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과거’를 분석하고 있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테마들에는 전 세계적인 고민과 현실, 대안이 담겨 있다.

2007년 초판이 나오고 현재와 맞지 않게 된 초판의 인물 정보, 통계 자료 등을 업데이트해 좀 더 실정에 걸맞은 세계사책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더불어 새로운 에피소드도 더해졌는데, 이번에 추가된 <25장. 점점 작아지는 세계: 지구화의 미래>에는 이미 기정사실이 된 지구화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초국적 기구와 초국적 기업, 시민사회 등 다양한 지구화 주역들의 입장에서 ‘지구적 민주주의’가 가능한지에 대해 생각해보며 독자들의 시야 역시 지구적 규모로 확장시켜준다.

[김선영 기자] ahae@dailypot.co.kr


#<책 속에서>
지금 세계는 마르크스가 살았던 19세기와 너무 유사하다.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는 과학기술로 시장이 확대되고, 영미 세계가 자본주의를 지배하고,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급증하고 있다. 인간은 이윤의 도구가 되었으며,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은 시장에서 도태되고, 인간의 존엄마저 희미해지고 있다. 우리는 19세기의 사회주의자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마르크스를 다시 읽어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자본주의 사회의 불평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되는 한, 마르크스의 통찰력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것이다.
- 3장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p.71

김선영 기자 ahae@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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