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싱글에게 감히 결혼을 권하다
[김선영 기자] 결혼에 관심 없는 잘생긴 부잣집 남자가 돈 없고 평범한 여자 주인공과 사랑에 빠져 마침내 청혼한다. 이 진부하면서 있을 법하지 않은 드라마 속 결말에 여성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은연중 자신에게도 그런 ‘우연’이 있을지 모른다고, 자신도 그런 ‘예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런 일이 가능할까? 당신의 이상형이 지하철 옆자리에 앉는다거나, 카페에서 마주친 멋진 남자가 당신의 옷에 우연히 커피를 쏟는다거나, 마트에서 똑같은 통조림을 동시에 집는 일이 실제로 일어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 남자랑 결혼해’의 작가 로리 고틀립은 이 땅의 모든 싱글 여성들에게 환상에서 벗어나 진정한 행복을 찾는 길을 제시하고자 한다.이 책은 문화적인 부분부터 생물학적인 부분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많은 여성들이 직면한 딜레마를 노골적으로 탐구해 들어가며, 가정을 만들고 싶은 강한 욕망과 훌륭한 동반자가 될 수 있는 남자들을 만나보지도 않고 거절하게 만드는 이상형 리스트를 조화시키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또한 오늘날의 연애 방식을 도발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작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가려운 곳을 긁어주듯 싱글 여성의 문제점을 짚어준다. 재미있으면서 신랄하고 때로는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이 책은 우리의 감긴 눈을 번쩍 뜨이게 해줄 것이다.
이 세상 좋은 남자들은 다 어디로 갔냐고?
많은 여성들이 좀 더 현실적인 기대치를 가져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한다. 그들은 여전히 자신의 ‘이상형’에 끌린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시작 지점이다.
작가 또한 젊었을 때는 언젠가 ‘운명의 사람’을 만나리라 믿었다고 말한다. 그 사람이 비행기 옆자리에 앉을 수도 있고, 빨래방에서 내 뒤에 줄서서 기다릴 수도 있고, 사무실에서 만날 수도 있는데 뭐하러 타협하고 안주해야 하나. 작가는 까다롭게 굴지 말라는 어머니의 충고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으나, 마흔 줄에 접어든 지금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우리는 삶에서 중요한 부분들을 순전히 우연에 맡기지 않는다.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 그 회사 건물 로비에서 마냥 서성이지만은 않듯이, 연애와 결혼도 마찬가지다. 키 크고, 잘생기고, 일정 수준의 경제력을 갖추고, 패션감각과 유머감각이 뛰어난 남자가 당신의 눈앞에 저절로 나타날 리는 없다. 게다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런 남자가 존재한다 해도 과연 당신과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느냐다.
사랑과 연애, 인류 공통의 관심사
자신의 이상형 리스트에는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제법 괜찮은 남자와 결혼하는 것은 타협이나 안주가 아니라, 더 나은 삶과 행복을 위해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닌 ‘필요로 하는 것’을 선택하는 일이다. 작가는 너무도 솔직하게 말한다. 이 세상 좋은 남자들이 다 어디로 갔냐고 묻기 전에 환상에서 빠져나와 스스로를 돌아보라고.
일상과 업무에 쫓기며 살기는 하지만 연애나 결혼은 인류 공통의 관심사다. 드라마든 영화든 사랑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 그 증거다.
40대 미국 여성이 쓴 책이니만큼 결혼 과정이나 방식 등에 어느 정도 문화적인 차이는 보이지만, 우리에게 친숙한 영화나 드라마에 빗대 연애, 결혼에 관련된 남녀의 태도나 심리를 설명한 것은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가령 〈섹스 앤 더 시티〉의 등장인물 아만다가 유방암과 싸우던 힘든 시절에 곁을 지켜준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선언하는 장면에 환호하는 여성들을 보며, 일부 여성들의 이중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기도 한다. “남자가 전립선암을 치료하는 힘든 과정을 거칠 때 여자가 내내 옆을 지켜주었는데, 다 나은 뒤에 남자가 떠나겠다고 선언한다면? 관객들은 아마 그 남자에게 오만 욕을 퍼부으며 야유를 보냈을 것이다.”
진정 행복해지는 길
좋은 직장에 다니고, 많은 친구들이 있고, 근사한 집이 있고, 데이트 상대도 충분한 당신. 아직 ‘내 남자’를 찾진 못했지만 뭐 어떤가. 그는 언젠가 나타날 것이다. 또 이 책을 읽으면서 나랑 전혀 상관없는 얘기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있으리라. 하지만, 정말 확신하는가?
자신의 앞날을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알파걸, 슈퍼맘, 골드미스 등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상이 선호되는 시대에, 한때 페미니즘을 신봉했던 작가가 감히 결혼을 권하는 이유는 자신이 혼자 아이를 키우며 스스로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당신이 달라지기를 원한다면 충분히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는 만큼 행복해질 가능성도 수만 가지다. 꼭 당신의 이상형 리스트에 있는 사람과만 행복할 수 있으리라는 법은 없다. 자신이 규칙이든 무엇이든 모든 것의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현실을 자각하기란 어렵다. 스스로를 알아야 그것이 더 나은 결정으로 이어지고, 자연스럽게 당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상황으로 돌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궁극적으로 현실적인 이상형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도발적인 외침이다.
ahae@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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