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신간] 한국사를 읽는 12가지 코드
[화제의 신간] 한국사를 읽는 12가지 코드
  • 김선영 기자
  • 입력 2011-08-16 14:57
  • 승인 2011.08.16 14:57
  • 호수 902
  • 3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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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력 있는 역사 읽기를 위한 새로운 한국사
[김선영 기자] 신문을 펼치면 일본, 중국과 겪고 있는 국제적 문제나 서양 문화권과의 사회적 마찰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런 신문 기사 내용들은 단지 오늘의 사실만 담고 있는 것이 아니다. 터질 때마다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드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문제, 한반도 앞바다의 제해권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벌이고 있는 신경전 또한 수십, 수백 년 전부터 계속되어 온 민감한 사안들이다. 그 역사적 배경을 모르고서야 오늘의 국제사회 정세나 경제에 대해 쉽게 입에 담을 수 없다. 역사 읽기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차원을 넘어 현재를 파악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데 있어서 통찰력을 길러주는 중요한 가교다. 현재 부경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 있는 일본과의 관계, 시대의 요구를 반영했던 종교, 국가의 운명을 쥐락펴락했던 최고 권력자 등을 조명했다. 나라가 바뀌어도 몇 가지 요소들은 그 성격만 달리하면서 여전히 국가적인 문제로 존재했다. 중국, 바다, 일본, 종교, 유학 등이 바로 한국사 전반에 영향을 끼친 코드들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그중에서도 핵심이 되는 12가지 코드를 정리하고, 어제의 역사와 오늘의 현실을 함께 읽을 수 있도록 했다.

교과서 읽듯이 시간순만 좇아서는 역사와 현실을 잇지 못한다. 2000년의 한반도 역사 속에서 그 수많은 사건들을 어떻게 다 기억하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오늘의 관점에서 필요한 핵심만 가려내서 읽는 새로운 역사 읽기가 필요하다. 이 책의 저자 신명호 교수는 바로 이러한 점에 주목했다.

역사학자로서 그는 신문의 한 페이지만 읽어도 우리가 놓치고 있는 과거의 사실들이 떠오른다고 한다. 오랫동안 역사 속에서 쟁점이 되어 왔고, 우리의 현실에 크게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그 요소들을 12가지로 선정하고 현재에서 과거로 넘어가는 새로운 역사 집필을 시작했다. 그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처럼 이 책을 읽는다면 역사를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지금에도 계속되고 있는 살아 있는 역사를 보게 될 것이다.

모든 시대의 사람들은 예외 없이 그 시대의 문제와 마주했다.

어떤 시대의 사람들은 그 시대의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고 흥성했다. 반면 다른 사람들은 그 시대의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지 못해 쇠망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남북으로 분단된 한반도는 이념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군사적인 측면에서도 냉전의 최전선이었다. 한국전쟁 때 양 진영을 대표한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을 벌이기까지 했다.

통일을 이루지도 못한 상태에서 탈냉전시대에 접어든 한반도는 냉전시대의 이념적, 군사적 충돌 위험에 더하여 탈냉전시대의 문명적, 문화적 충돌 위험에도 처하게 되었다. 한반도를 둘러싼 이 시대의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도 긴박하기에 한국사의 통사적 반추 역시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역사를 넘어 현재까지 쟁점이 되고 있는 12가지 코드

“동아시아의 국제정세 속에서 우리는 중국의 손을 잡아야 하는가?” - CODE1 중국

“끊이지 않는 어장 침범, 한반도의 제해권 이대로 좋은가” - CODE2 바다

“멀고도 가까운 나라 일본의 어려움을 모른 척할 수 있는가?” - CODE3 일본

“진보개혁의 성공은 무엇이 좌우하는가?” - CODE8 개혁세력

“행정수도 이전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 CODE11 수도

위의 질문들은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숙제들이다. 이러한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이어져온 사상과 전통을 이해하고, 국가의 운명을 결정했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거시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시대를 꿰뚫어보는 새로운 역사 읽기가 필요

일본은 삼국시대 때부터 한반도를 노략질하고, 고려 말과 조선 초에는 한반도에 식량난을 초래할 만큼 위협적이었다.

조선은 이에 대한 방편으로 일본과 교린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때로는 강력한 군사력으로 결단을 내렸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본격적인 비극이 시작된 것은 구한말 일본이 제국주의의 면모를 갖추면서였다.

그 이전에는 항구를 개항하여 대마도와 일본 사람들이 먹고살 수 있는 통로를 여는 등, 함께 살기 위한 평화적인 방법이 실행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흐름을 살펴보면 일본과 한국 사이의 비극의 실체를 이해하게 된다.

또한 역사적인 충돌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을 때 한국이 가장 먼저 발 벗고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설명이 된다.

이 책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역사라는 큰 흐름 속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통찰력을 안겨준다. 한국사의 주요 내용들이 어렵지 않게 정리되어 있으면서도 현실과 과거를 잇는 생각거리를 끊임없이 던져준다.

현재 한국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대내외 쟁점들을 거시적으로 바라봄으로써 보다 원숙하고 충실한 역사 읽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ahae@dailypot.co.kr

김선영 기자 ahae@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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