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마음을 열어주는 위대한 우화
장자, 마음을 열어주는 위대한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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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08-08 14:11
  • 승인 2011.08.08 14:11
  • 호수 901
  • 3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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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내편’ 빠짐없이 풀이한 최초의 해설서
[김선영 기자] 공자와 맹자, 노자, 장자 등을 비롯한 제자백가의 사상들은 오늘날까지도 우리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제공하는 생각의 보고이다. 우리는 여전히 제자백가의 사상에서 삶의 지혜를 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지혜를 구하는 과정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제자백가의 원전을 제대로 음미해보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게 된다. 그러나 다른 어떤 원전보다도 특히 ‘장자’의 경우에는, 일반 대중 독자들이 그런 욕구를 충족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저자 정용선은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유학과에서 ‘주자학의 형이상학적 특질에 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장자의 해체적 사유’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원대학교에 출강하고 있으며, 동양철학이 지금 우리의 현실에 던지는 성찰적이고 역사적인 함의를 풀어내고자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장자’는 극도로 함의적인 언어 사용이 많기 때문에 원문의 직접적인 번역 정도로는 도저히 각 문장의 의미를 정확하게 헤아리기 어려운데, 기존의 해설서들은 모두 원문의 직역과 약간의 개략적인 해설로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장자, 마음을 열어주는 위대한 우화’는 바로 기존 ‘장자’ 해설서들의 그런 한계를 극복하려는 의도로 기획되고 집필되었다. 즉 ‘장자’의 각 문장이 지니는 함의를 하나하나 꼼꼼하고 구체적으로 풀이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의도를 실행하기 위해, 형식적인 면에서도 기존의 해설서들을 탈피했다.

기존의 해설서들은 일정한 한 단락의 번역문을 실은 뒤에 그 단락의 의미를 개략적으로 뭉뚱그려 해설하는 데 그치는 반면, ‘장자, 마음을 열어주는 위대한 우화’는 먼저 일정한 한 단락의 한자 원문을 등장시킨 뒤에 각 문장의 번역문과 그 각각의 구체적인 풀이를 한데 엮어 하나의 짤막한 우화 내지는 에세이를 만든다. 즉 번역과 풀이가 유리되지 않고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가운데, 그 어렵고 극도로 함의적인 문장 속에 숨어 있던 하나의 구체적이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겉으로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기존의 해설서와 차별된 이런 형식은 독자들이 ‘장자’의 내용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이기도 하지만, 또한 이 책의 저자가 ‘장자’를 바라보는 시각이기도 하다.

저자는 장자가 대단히 치밀한 논변을 펼치고 있다고 보지만, 그 논변을 담고 있는 기본적인 형태는 이야기 또는 우화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는 무엇보다도 우선 ‘장자’를 ‘이야기’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장자’의 해설서 역시 기본적으로는 ‘이야기책’이어야 하는 것이다.

‘장자, 마음을 열어주는 위대한 우화’는 ‘장자’, ‘내편’의 모든 문장을 꼼꼼하게 풀이할 뿐만 아니라 ‘장자’가 전하는 메시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읽어낸다는 점에서 더더욱 독자들의 ‘장자’ 이해에 도움을 준다. 그 메시지란 바로 우리가 존재의 실상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야 비로소 진정 온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자는 흔히 알려진 바와 달리, 결코 세상을 부정하고 소극적으로 살라고 권하지도 않았으며, 현실 도피적인 은거를 원하지도 않았다. 그는 오히려 이 세상에서 우리의 삶이 온전하고 편안하고 자유로워지는 길,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길을 제시하고자 했다. 그 길이란 곧 세상의 모든 존재자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 ‘다름’의 고유성을 저마다 평등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즉 장자는 바깥세상의 문제를 따지고 바로잡으려 하는 대신에, 먼저 우리들 개개인의 ‘생각과 마음’으로 눈길을 돌렸던 것이다. 우리가 스스로의 마음을 열고 들어가 찬찬히 살펴보고, 보다 온전하게 생각하는 방법을 찾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이렇게 읽어낸 ‘장자’는 독자들에게 우선 위대하고 우화로 다가오고, 더없이 풍성한 철학적 담론들의 향연을 베풀며, 마침내는 독자들 자신의 마음을 열어 보인다.

자신의 마음이 세상을 어떤 모습으로 비추고 있는지, 그 모습이 자기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진정 평화롭고 온전한 삶을 살아가려면 어찌해야 하는지를 독자 스스로 살필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장자, 마음을 열어주는 위대한 우화’는 다양성의 세계 속에서 공존과 소통의 화두를 안고 살아가는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정말 필요한 자기계발서인지도 모른다.

ahae@dailypot.co.kr

[책 속에서]
‘소요유逍遙遊’는 장자 철학 전체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제시한다. 즉 앞으로 펼쳐질 사유 여정을 보여주는 일종의 지도이자 가이드라인이다. 그 여정의 출발점은 우리가 이제껏 ‘알고 있던 것들’과 ‘마땅하게 여겨왔던 것들’을 뒤집어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요, 그 목적지는 자아가 해체되어 아예 ‘나’라는 의식조차 품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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