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심리학
살인의 심리학
  • 김선영 기자
  • 입력 2011-08-01 16:58
  • 승인 2011.08.01 16:58
  • 호수 900
  • 3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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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사람을 겨냥해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가?
[김선영 기자] 데이브 그로스먼의 ‘살인의 심리학’은 인간이 다른 인간을 죽일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철저히 파헤친 독보적인 책이다. 퓰리처상 후보작에 오르기도 했던 이 책은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인간이 얼마만큼 선해질 수 있으며, 또한 얼마만큼 악해질 수 있는지 독자들에게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인간은 자비로워질 수도 있지만 난폭해질 수도 있다. 인간적이 될 수도 있지만 동물적이 될 수도 있다. 또한 보호자가 될 수도 있지만 살인자가 될 수도 있다.

출간 이후 미국의 군인과 경찰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살인의 심리학’은 현재 FBI 아카데미와 미 육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 그 외 수백 곳의 경찰관서와 군부대, 대학에서 주요 교재와 참고문헌으로 쓰이고 있다. 수많은 군인과 경찰관, 독자들은 이 책에서 감동과 위로를 받았고 마음의 상처와 의구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증언한다. 이 책의 무엇이 그들에게 공감을 자아내며 감동과 위로를 주었을까. 그리고 미 육군사관학교와 FBI 아카데미는 왜 이 책을 교재로 채택했을까. 그것은 이 책이 진실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자이자 예비역 중령인 데이브 그로스먼의 말에 따르면, 왜 살인을 연구하느냐고 묻는 것은 ‘왜 성을 연구하는가’라고 묻는 것과 같다. 살인은 혐오감과 불쾌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불편한 주제다. 하지만 한 세기 전에는 성도 그랬다. 그 시대의 사람들은 탁자의 다리까지 천으로 덮어 가릴 정도로 성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것조차 터부시했다. 하지만 프로이트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왜 살인을 연구하는가

저자는 이제 살해에 드리워진 장막 또한 걷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성이 그러했듯이,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고 해서 죽음과 살해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기를 거부하고 이를 은폐하고 부인하려고만 할 때, 사회는 뒤틀리고 왜곡된 방식으로 이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유사 이래로 사람들은 죽음과 살해의 장면을 늘 가까이에서 목격해 왔다. 일용한 양식을 만들기 위해 가정주부는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야 했다. 아이들에게 그 일을 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와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도축장과 냉장고의 등장으로 우리는 음식으로 쓰기 위해 동물을 직접 죽일 필요가 없게 되었고, 양로원과 병원, 장례식장 등은 우리의 시야에서 죽음과 살해의 현장을 치워 버렸다.

사회가 살해를 위생적으로 방부 처리하는 사이, 이와 반대로 살해를 묘사하고 체험하려는 사람들의 욕구는 강박적으로 커지고 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람들을 잔혹하게 죽이는 연쇄살인마는 영화의 단골 주제가 되었다. 얼마나 잔인하게 죽일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잔인하게 묘사할 수 있는지가 흥행의 관건으로 보일 지경으로 말이다. 살인에 대한 억압과 강박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데이브 그로스먼의 ‘살인의 심리학’은 이처럼 이율배반적인 병리학적 징후를 보이며 터부시되어 있는 살해라는 주제에 도전한다. 하지만 그가 탐구하는 살해의 영역은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살인 행위도, 범죄 심리학도 아니다.

그로스먼은 건강한 정신을 가진 평범한 보통 사람, 즉 군인의 살인 행위를 다룬다. 국방의 의무를 짊어지고 전장에 나가 싸우는 이 젊은이들은 바로 당신의 아들이자 친구이고 동료 시민이다.

전장에서 적을 죽이는 행위는 합법적인 것으로 인정받는 행위일 뿐 아니라 칭송의 대상이 되는 행위다. 싸워 이긴 자는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하지만 전쟁은 불가피한 일이고, 그 와중에 저질러지는 살인은 합법적이고 나아가 바람직하기까지 한 일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끝일까. 국가와 사회에서 극악한 범죄 행위로 심판받는 행위가 전장에 나선 순간 합법적인 것으로 변모하고, 국가와 사회가 그것을 요구하고 격려할 때, 젊은이들은 정말 아무런 심리적 갈등 없이 살인을 저지르게 될까. 그리고 사회로 돌아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게 될까.

그로스먼의 논의는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살인, 죽음보다 더한 두려움

그로스먼은 실제 살해 행위 시 일어나는 심리적 과정을 상세히 분석한다.

먼저 물리적 거리에 따라 달라지는 살인 행위의 심리적 부담의 강도를 소상히 다룬 다음, 권위자의 명령, 집단 면죄, 정서적 거리(문화적 거리, 도덕적 거리, 사회적 거리, 기계적 거리), 피해자의 특성, 살해자의 공격적 성향 등 군인으로 하여금 살해를 가능하게 해주는 여러 요인들을 총체적으로 분석한다.

또한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죽음의 5단계 이론을 원용해 군인이 살해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를 염려, 살해, 도취, 자책, 합리화와 수용 등 5단계로 나누어 보여 준다.

이러한 논의에는 수많은 실제 사례들이 제시된다.

ahae@dailypot.co.kr

김선영 기자 ahae@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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