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새 얼굴로 돌아온 ‘과학 콘서트’
한국 과학책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인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가 출간 10주년을 맞아 개정증보판이 출간되었다. 과학과 여러 학문들이 총체적으로 빚어낸 교향곡과 같은 이 책은 전문가들의 비밀 언어 같은 과학 이야기를 ‘그들만의 실험실에서 사회, 경제, 미술, 음악, 심리학 등 우리의 일상이 펼쳐지고 있는 광장’으로 데리고 나왔다. 출간 당시 분야를 넘나드는 통합적 지식과 사유를 보여주며 세대를 초월해 즐길 수 있는 지식논픽션의 새로운 전범으로 소위 ‘과학 콘서트’ 신드롬을 일으켰다.저자는 이 책의 개정증보판에서 출간 후 10년 동안 과학계의 변화, 특히 이 책의 주제인 ‘이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세계 중 하나인 인간 사회를 이해’하는 데 과학이 얼마나 유용해졌는지를 살펴보는 ‘커튼콜’을 추가하였다. ‘포춘 쿠키와 현대과학의 로또 당첨 대결 실험’에서부터 ‘경영학과 네트워크 과학의 결합에 대한 성찰’까지 살피는 10년 늦은 커튼콜을 읽는 것은 개정증보판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또한 상상력을 자극하게끔 바뀐 편집 체제는 이 책의 오랜 독자뿐만 아니라 새로운 세대의 독자들에게 새로운 무대에 선 과학 콘서트를 유쾌하게 즐길 수 있게 할 것이다.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는 과학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여러 학문과 세상의 이야기를 이종 교배하여 빚어낸 크로스오버 콘서트이다. 복잡한 물리 법칙이나 수학을 전혀 못 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러나 그 속에는 이 세상과 사회, 우리의 일상에 대한 깊이 있는 과학적 설명이 담겨 있다.
복잡한 세상을 꿰뚫는 과학적 세상 읽기의 힘
가령 이런 식이다. ‘머피의 법칙’을 말하며 운이 좋기가 더 어려운 세상살이를 이야기하거나, 서태지의 레게 헤어스타일에 숨어 있는 프랙털 구조를 언급하며 무시되었던 아프리카 문화의 우수함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이 뇌를 15%밖에 활용하지 않았다거나, 만리장성을 달에서 볼 수 있다는 등의 과학에 관련된 미신의 허구성을 재치 있게 증명한다.
현대 미술의 거장 잭슨 폴록의 그림에 카오스 이론을 결합시키기도 하며, 바흐에서 비틀스까지 사랑받는 음악 속에 숨겨진 공통된 패턴을 추출하기도 한다. 증권가에서 왜 물리학자들과 수학자들을 모셔 가는지 이유를 설명하며 경제학과 과학을 결합시킨 ‘복잡계 경제학’이라는 새로운 조류를 흥미롭게 소개한다.
이 책은 과학 책은 따분하고 어렵다는 통념을 일소하며, 청소년에서부터 선생님까지 누구나 즐기며 읽을 수 있는 우리 시대 대표적인 교양서이다.
특히 대학생과 고등학생 독자들에게 이 책은 필독서로 자리 잡고 있다.
2008년 서울대 수시 지원자들 대상 설문에서 이 책은 문학, 인문, 과학 등 전 분야를 아울러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 1위로 뽑혔으며, 또한 2002년 MBC의 인기프로그램 선정도서로 전 국민이 함께 읽는 과학 교양서로 호응을 받기도 했다.
일상과 전문 지식, 과학과 여타 학문들을 넘나드는 저자의 글쓰기는 새로운 형태의 ‘통합형 지식’으로 평가받으며 대학입시 이과계 논술의 전범으로 인식되어, 이른바 ‘과학콘서트’형 논술 쓰기’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21세기 최고의 교양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까닭은 바로 이 책이 지닌 과학과 여러 학문을 아우르는 크로스오버적 접근과 사회현상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의심하는 기발한 질문의 힘에 있을 것이다.
새롭게 추가된 50여 쪽에 달하는 ‘10년 늦은 커튼콜’은 개정증보판의 핵심 묘미이다.
저자는 이 장에서 중국 식당의 포춘 쿠키가 제시하는 로또 숫자와 현대 과학이 제시하는 로또 숫자 중 누가 더 수익률이 높을까를 다투는 로또 실험에서부터 인간의 창의성과 건축물의 관계를 다루며 신경건축학의 새로운 도전 등을 소개한다.
그리고 지난 10년 이 책의 핵심적인 내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던 ‘복잡계 네트워크 과학’의 과거와 미래를 정리하고, 이러한 복잡계 과학이 우리의 삶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는 비즈니스 현장, 그리고 도시인의 삶을 이롭게 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살펴본다.
10년간 사랑받은 최초의 콘서트, 10년 만의 개정증보판
저자의 ‘10년 늦은 커튼콜’은 10년 전 출간한 이 책의 앞으로의 10년을 위한 고민의 방향타와도 같은 글이다. 과학이 세상과 사람들의 삶에 어떻게 결합해야 하고 무엇을 고민해야 하고 어디로 향해 가야 하는지 저자는 이 글을 통해 독자들에게 함께 고민하자고 제안한다.
또한, 출간 당시 ‘네이처’, ‘사이언스’ 등 유명 과학 저널에 실린 최신 성과물을 담아내고 100여 개를 훌쩍 넘는 참고자료 목록과 웹사이트 주소를 꼼꼼하게 실은 저자의 성실함은 개정증보판에서도 그대로 발휘된다. 시간이 흘러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없던 아쉬움을 채우기 위해 새로운 정보로 보충하고, 오류들을 수정했다. 그리고 과학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며, 책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100여 컷의 올컬러 이미지를 중심으로 영상 세대들도 ‘보면서 즐길 수 있도록’ 책을 편집한 것도 개정증보판이 주는 장점이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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