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포용
박근혜의 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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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05-23 13:57
  • 승인 2011.05.23 13:57
  • 호수 890
  • 5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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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속에서도 희망 찾아내는 지혜”
대한민국 성인 중에서 ‘박근혜’ 이름 석자를 모르는 이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정치인 박근혜 이전에 인간 박근혜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의 수는 얼마나 될까. 군중의 환호 속에 악수하며 스쳐지나간 사람은 많아도, 그와 함께 진심이 어린 대화를 나눠보고 오랜 동안 함께 생활하면서 정을 나눈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흥미위주의 찬반을 묻는 언론의 시각으로만 바라보고, 가타부타 설명이 없는 대세몰이로만 ‘박근혜 현상’을 이해할 때 오히려 진정한 ‘박근혜’의 진면모와 가치는 감춰지고 만다. 이 책은 풍부한 실화와 에피소드 가운데 박 전 대표의 진솔한 인간적 모습을 증언하고 있다. 위기와 감동의 순간을 함께 나누며, 박근혜 전 대표의 육성을 증언하여 준다는 점에서 대단히 흥미롭다. 이 책의 내용을 발췌·요약했다.

누구나 자신 몫의 슬픔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한다. 슬픔이 빨리 찾아왔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가 없는 이유는 아직 남겨진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를 찾아온 불행은 그녀의 삶을 풍비박산으로 만들어버렸다. 제 아무리 퍼스트레이디로서 살아가기 위해 자기 자신을 철저히 희생했다 해도 견딜 수 없을 만큼 참혹했다. 어머니에 이어 아버지마저 ‘암살’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1979년 10월 26일 그녀의 아버지이자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간절히 그리워하던 아내의 곁으로 떠났다.

박 전 대통령이 생을 마감하던 날, 박 전 대표는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고 한다. 삽교천 준공식 행사에 참석한 아버지의 모습을 텔레비전 화면으로 지켜보면서 을씨년스러운 죽음의 그림자를 느낀 것이다. 삽교천에서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을 보며 매우 흡족해하는 박 전 대통령의 얼굴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처럼 새하얗게 보였다는 것이다.(중략)

9일장을 치르고 나서야 아버지의 피 묻은 넥타이와 와이셔츠를 빨면서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을 수 없어, 목 놓아 울고 또 울었다.


그래도 열정은 식지 않는다

눈 깜짝 할 사이에 나타난 괴한에 의해 귀 밑에서부터 입 주위까지 무려 11센티미터나 상처 입었던 그 순간 박 전 대표가 처음으로 내 뱉은 말이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평소와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작은 미동도 없이 그녀는 오른손으로 볼을 감싸고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계속할까요?”

평소처럼 차분한 목소리였기 때문에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괴한이 박 대표의 얼굴을 살짝 꼬집었거나, 또는 매만진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단상 위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았던 오세훈 후보가 외마디 비명을 질렀고, 그와 동시에 박 대표의 손가락 사이로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붉은 혈흔을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충격에 휩싸였다.(중략)

국민들에게 늘 자상하고 너그러웠던 그녀는 차가운 수술대에 홀로 누워 생과 사를 넘나드는 사투를 벌리며 부모님을 떠올렸다고 한다. 총상을 입고 자신처럼 고통스러워했을 어머니와 아버지를 생각하니 부모님의 고통이 자신의 육신을 타고 그대로 전해져서 찢어진 뺨보다 가슴 한쪽이 더욱 욱신거렸다고 한다.


화해와 화합의 하모니

이제 고인이 된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참으로 모진 악연이었다. 그 길고 긴 악연의 고리를 끊은 것이 바로 박 전 대표였다.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 시절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찾아가 진심을 다해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이에 대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서전을 통해 이렇게 회고했다.

“세월이 흘러 그의 맏딸 박근혜가 나를 찾아왔다. 박정희가 세상을 떠난 지 25년 만이었다. 그녀는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의 대표였다. 2001년 8월 12일 김대중 도서관에서 박 대표를 맞았다. 나는 진심으로 마음을 열어 박 대표의 손을 잡았다. 박 대표는 뜻밖에 아버지의 일에 대해 사과를 했다. “아버지 시절에 여러가지로 피해를 입고 고생하신 데 대해 딸로서 사과 말씀드립니다.” 나는 그 말이 참으로 고마웠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구나’했다. 박정희가 환생하여 내게 화해의 악수를 청하는 것 같아 기뻤다. 나는 박 대표에게 지역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 화합에 앞장서 줄 것을 당부했다.”


꽃이 되어 세상을 향기롭게 물들이다

그녀는 정치를 그만 뒀을 때 ‘향기 나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전했다. 소박한 바람인 것 같지만, 정치를 마친 후 국민들에게 향기롭다는 평가를 듣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테다. 부정부패와 결탁해서는 안 되고, 그 어떤 부조리도 만들어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중략)

“우물을 팔 때도 마지막 한 길을 파지 못하면 그 우물을 버리는 것처럼 보람을 거두기 위해서는 마지막 순간들이 더욱 중요합니다. 등산을 할 때도 마지막 고비가 있고 우물을 팔 때도 마지막 한 길이 중요하듯이 공든 탑이 보람을 거두기 위해서는 마지막 순간이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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