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의 ‘불편한 진실’
원자력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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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03-29 14:34
  • 승인 2011.03.29 14:34
  • 호수 882
  • 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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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의 유혹, 원자력
원자력계는 체르노빌의 악몽을 과거지사로 덮어버리고 안전성 신화를 유포하고 있지만, 21세기 들어서도 크고 작은 원전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체르노빌 사고로 인한 참상의 실태는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채 이어지고 있다.


끝나지 않는 악몽, 체르노빌

1977년부터 1983년에 걸쳐 건설된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는 1000㎽ 정도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4개의 원자로를 가지고 있었다. 그 중 1983년에 준공된 제4기 원자로에서 1986년 4월 안전 절차를 무시한 것이 원인이 되어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는 방사능 사고가 발생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중심으로 구성된 UN 체르노빌 포럼이 발표한 보고서는 20년 전에 발생한 체르노빌 사고의 방사선 노출로 인한 사망자 수를 4000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4000명에 불과하다는 국제원자력기구의 추정치 발표는 과학계와 화경운동계로부터 즉각적인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사상 최고의 사고로 인해 숨진 사람의 수는 여전히 논란에 휩싸여 있는데 사고 수습에 투입된 사람들의 숫자를 바탕으로 1만5000명을 사고 관련 사망자로 추산하기도 하고 최소 3만 명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유엔의 체르노빌 보고서가 핵사고의 건강 피해를 축소 보고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과학자들에 의해 진행된 독립적인 연구 결과인 ‘유엔보고서를 반박한다’에 따르면 초과 암 사망자가 약 3만 명에서 6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IAEA와 세계보건기구(WHO)가 보고한 4000명보다 7배에서 15배 많은 수치이다.

공식자료에 의하면, 사고 수습에 나선 60만 명의 소방대원과 오염제거 인력들이 고농도의 방사선에 노출되었으며,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그리고 러시아 3개국에만 약 840만 명의 사람들이 방사선에 피폭되었다.

남한 면적의 1.5배가 넘는 15만5000km²의 지역이 오염되었는데 이중 남한 면적의 절반 이상인 5만2000km²가 농업 지역이었고, 반감기가 각각 30년과 28년인 세슘-137과 스트론듐-90이라는 방사선에 오염되었다. 공식적으로 이주된 사람은 약 40만4000명이며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오염도를 보이는 지역에서 아직 100만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크고 작은 국내 원전 사고

고장과 사고는 원자력발전소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국내에서도 크고 작은 원전 고장 사고, 가동중단 사태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원전당 연 평균 2~3차례 안팎의 고장이 확인되고 있다. 이로 인한 방사성 물질의 누출은 기준치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지역주민들은 ‘혹시나’하는 우려와 함께 위험 가능성을 축소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1978년 고리 1호기가 가동된 이후 2009년까지 고장으로 인해 원자력발전소 가동이 정지된 건수가 423건이나 된다. 고장난 것이 아니어도 새우나 해파리 등 해양생물의 유입, 태풍(2003년 태풍 ‘매미’의 영향으로 5기의 원전이 한꺼번에 멈추는 사건 발생) 등 다양한 원인으로 원자로가 멈추는 사건도 종종 발생해 2000년 이래 최근 10년 동안만 해도 원자로 정지 건수가 140회에 이른다.

발전 중단으로 인한 손실액도 매년 수백억 원씩 발생하고 있다. 1999년까지 발생한 손실액은 총 982억 원 이상으로 집계되었다. 사소한 고장으로 발전소가 멈추는 경우에도 매일 10억 원 이상의 손실이 생긴다고 한다. 한국수력원자력(주)에 따르면 2004~2007년 연도별 손실액은 2004년 213억 원(11회), 2007년 490억 원(12회) 등을 각각 기록했다.

급증하는 원전 고장 사고는 불안의 씨앗으로 남는다. 게다가 원전 사고는 국가적 이익을 위한다는 미명 아래 곧잘 은폐되곤 했기 때문에 관계 당국은 뒤늦게 투명성을 강조하고 나선다 해도 뿌리 깊은 불신감을 없애기엔 역부족이다.

7명의 젊은 생태사회연구자들이 오랜 토론을 거쳐 내놓은 ‘기후변화의 유혹, 원자력’은 원자력이 안전한지 질문을 던진다. 또 원자력이 정말 깨끗한지, 지속 가능한지, 경제적인지, 안전한지에 대해 국내외 보고서와 통계자료를 통해 분석해 제시한다.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원자력은 태생적 한계를 지닌 에너지원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지속가능한 장기 에너지 계획을 수립해야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이 책의 일부를 발췌, 요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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