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조건
행복의 조건
  •  기자
  • 입력 2011-03-08 14:22
  • 승인 2011.03.08 14:22
  • 호수 879
  • 3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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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노년의 열쇠는?
하버드대학교 연구팀은 1930년대 말에 입학한 2학년 268명의 삶을 72년간 추적한 결과 ‘행복하고 건강한 삶의 법칙’에 대한 답을 찾았다. ‘하버드대학교 성인발달연구’는 하버드대학교 2학년 남학생들 268명(그랜트 연구), 천재아 연구인 ‘터먼 연구’에서 선정한 천재 여성 90명, 청소년 범죄 연구인 ‘글루엑 연구’ 대상 중 청소년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대조 표준집단으로서 고등학교 중퇴 후 자수성가한 남성 456명을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이를 통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이며 행복은 결국 사랑’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하버드대학교 성인발달연구’ 총책임자로 42년의 세월을 보낸 조지 베일런트가 이 책을 펴냈다. 이 책의 일부를 요약 발췌했다.

하버드 연구 대상자들 중에서 가장 훌륭하게 노년에 이른 사람과 최악의 노년에 이른 사람의 유년기를 비교해 보았을 때, 둘 사이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유년기와 성인기 행복의 상관관계

어린 시절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이 있었다거나, 일찍 대소변을 가렸다거나, 늘 감기를 달고 살았다거나, 신경이 예민한 어머니를 두었다고 해서 모두가 다 정서적으로 불안해지거나 불행한 노년을 맞이하는 것은 아니었다.(중략)

50세쯤 되면 유아기 때의 신체건강, 형제간의 나이 터울이나 태어난 순서, 심지어 부모를 일찍 여읜 것에도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성인이 된 자녀가 정신 이상을 앓고 있는 경우, 모든 부모들은 아이가 영유아기 시절에 겪은 문제들(공포증이나 지나친 수줍음 등)이 18세에도 계속 나타났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정상적인 성인 자녀를 둔 부모들 중에도 60%정도는 그와 똑같은 경험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고아로 자라난 사람이라 해도 80세 즈음이 되면 부모 품에서 사랑을 받으며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게 행복하고 기운이 넘칠 수 있다는 얘기다.

만족스러운 노년으로 이끄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수입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연구의 세 집단들을 살펴본 결과, 정서적인 풍요로움이 훨씬 더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인에다 제대군인원호법의 혜택을 받은 이들이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사회계급이나 부모가 가진 특권보다는 정신적인 건강 덕분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중략)

조금 다르게 표현해 보면, 유년기의 불행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덜 중요해진다. 유년기가 불우했느냐, 행복했느냐에 따라 대학생활에 적응해 가는 양상은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 중년에 갓 들어설 무렵까지도 유년기를 어떻게 보냈는가 하는 점이 중요하게 여겨질 수 도 있다. 그러나 노년에 접어들면 유년기의 행복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행복한 유년기는 미래의 고통을 물리칠 수 있는 힘을 키워주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버드 졸업생이나 이너시티 출신자들에게 불우한 유년기가 반드시 불행을 안겨주지는 않았다.


만족스러운 노년의 필요 요소

다음 세대로부터 배운 것이 많은 연구 대상자일수록 자기 자신을 책임질 줄 알았다. 잘 늙어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꾸준히 익혀나가고 사람들과 교류를 계속해 나갈 필요가 있다.

리어왕을 비극으로 내몰았던 성격적 결함 중 하나가 바로 자식들에게서 배우려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리어왕은 코딜리어의 온정 어린 지혜를 이해하지 못했다. 코딜리어가 기사들이 몹시 탐욕적이며 지나칠 정도로 무례하게 행동한다는 사실을 말해 줄때에도 전혀 귀담아 듣지 않았다. 리어왕은 코딜리어의 진정 어린 충고에 대해 고작 “거짓말쟁이 같으니”라고 대꾸했을 뿐이다. (중략)

생산성 과업을 성취하지 못한 연구 대상자들은 자녀들에게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는 것 자체를 부정했다. 그들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자기들이 이해할 수 있게 풀어서 질문해 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그러고는 결국 자녀들이 자기들에게서 무엇을 배웠을까 하는 얘기만 늘어놓았다. 아주 비관적으로 답변하는 이들도 있었다.

몹시 불행한 삶을 살았던 한 여성은 “그나마 아이가 하나뿐이어서 정말 다행이예요. 아이 키우는 일은 정말이지 적성에 맞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생산적인 삶을 살아온 연구 대상자들은 대부분 우리가 제시하는 질문의 진의를 제대로 파악했다. 그들은 자녀들을 돌보고 자녀들에게서 배우면서 진정한 상호작용의 의미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한 여성 연구 대상자도 프랭크 라이트와 똑같은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녀 역시 가족간에 서로 살갑게 대하는 걸 모르고 자라왔지만, 장성한 두 아들은 거리낌없이 가족들을 껴안으며 친근감을 표시한다고 했다. 그녀는 그런 아들을 보면서 비로소 자기가 그동안 놓치고 살아왔던 게 무엇인지 깨달았다고 했다. 또 다른 한 여성은 자녀들에게서 ‘삶에 대한 참신한 관점, 즉 우리는 모두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 존재’라는 사실을 배웠다고 했다.

그녀가 깨달은 그 단순한 진리 속에, 바로 만족스러운 노년에 필요한 가장 주요한 요소가 담겨 있다.(중략) 다른 사람의 경험과 희망과 용기를 내면화할 수 있는 자질, 그것이 바로 만족스러운 노년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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