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비우면 그 자리에 행복 채워져
법정 스님과 성철 스님은 무소유의 화두를 던지고 무소유의 삶을 몸소 실천해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됐다. 법정 스님은 비움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비움이란 무슨 일을 하되 얽매이지 않은 의식이 진정한 비움이라고 설파했다. 성철스님은 매사에 무심할 것을 강조하며 진정한 마음의 평정을 얻은 사람은 극락에서나 지옥에서나 싫어함 없이 무심함을 잃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세중 사사편찬연구소 대표가 펴낸 이 책의 일부분을 요약 발췌했다. 손에 쥐고 있던 것을 놓아버리는 것,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늘 움켜지고 있던 것을 갑자기 빈손으로 만드는 것, 참 불안한 일이다. 어디엔가 남모르게 숨겨 두었던 보물이 한 순간에 없어진 기분일 것이다.
내 안의 것 내려놓기
그러나 사람은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가지고 태어난다고 한다. 태어날 때부터 두 주먹 불끈 쥐고 세상에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손바닥을 펼치고 태어난 아이는 없다.
이것은 조용한 엄마의 배 속에서 처음으로 낯선 세상에 나온 불안감 때문일 수도 있지만,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담은 표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주먹을 쥐면 무엇이든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주먹의 크기를 넘어버리면, 바로 내용물이 흘러버리거나 빠져버린다. 욕심 내지 않고 기본적으로 태어날 때 가졌던 주먹의 크기만큼만 가지고 있으면, 세상을 사는 데 큰 문제는 없다.
내 안의 것을 내려놓으면 당장 모르는 것 같은 기분, 그것은 말 그대로 기분일 뿐이다. 손바닥을 펼치고 걸어 다녀도 결국 힘을 빼면 어느 정도 안으로 모이듯이 가진 것을 다 버려도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는다.
소중한 인연 지켜나가기
불교에서는 분노를 다스릴 줄 알고 처한 상황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사람을 해탈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한다. 사람과의 갈등구조를 생각하기 이전에 대면하는 그 사람과의 인연에 대해 얘기한다. 우리가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귀한 만남인지를 깨닫는다면 불화의 씨를 만들기 이전에 자신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법정 스님은 하찮은 것을 최상의 것으로 만들기가 가장 어렵다고 말씀했다. 그러기에 항상 생각을 먼저하고 행동을 나중에 하는 것을 강조했다.(중략)
이 말씀을 실천한다면 소중한 인연은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당장은 화가 날 수도 있지만, 더 멀고 깊이 생각하면 그리 먼 길은 아닐 것이다.
법정 스님은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내가 그들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믿게 하는 것”이 사람과의 갈등을 없애 버릴 수 있는 길이라고 여겼다.
누군가에게 존중받는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상대방에게 이 기쁨을 느끼게 함으로써 스스로도 귀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존중받는 인연을 만들어 나간다면 우리의 삶 또한 풍족해질 것이다.
일상생활에 숨어있는 영감
대수롭지 않게 늘 하는 일상생활에서도 몸과 마음을 다해 집중한다면 원하는 한 가지가 보이게 된다.
부지런히 찾고 생각하다보면 “앗! 이거다”하고 무릎을 칠 경우가 생긴다. 이것이 생활 속의 명상이 될 수 있다. 만물이 공존하고 있는 우리가 사는 세상엔 공짜로 만들어진 것이 없다. 모두가 의미 있는 것이고, 하나하나가 생활 속에서 명상을 할 수 있는 소재가 될 수 있다.
법정 스님의 ‘물소리 바람소리’ 중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살펴보면 더 깊이 알 수 있다.
“직소폭포에서 내소사까지는 전혀 표지판이 없어 순전히 느낌으로 길을 가야 하므로 잘못 들기 쉽다. 한참 개울을 따라가다가 꺾인 지점에서 왼쪽으로 개울을 건너 낮은 솔밭 언덕으로 올라갔다가 혹시 길을 잘못 들지 않았는가 싶어 다시 개울가로 한참 따라가니 뽕나무를 가꾸는 산촌이 나와 아차 싶었다. 처음 솔밭 언덕길이 내소사로 넘어가는 바른 길이었던 것이다. 바른 길로 가면서도 확신이 없으면 다시 헤매게 된다는 교훈을 이 길에서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낯선 길에서 ‘느낌’이란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는 사실도 함께 배웠다. 우리는 길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이렇듯 자신에게 확신을 가지고 자기의 생각을 그대로 밀고 나간다면 원하는 길은 보이게 된다. 길에서든 작은 돌멩이 하나든 언제, 어디서, 어느 것에서도 깨달음은 항상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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