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신간-북한의 후계자 왜 김정은인가?
화제의 신간-북한의 후계자 왜 김정은인가?
  •  기자
  • 입력 2010-12-14 11:37
  • 승인 2010.12.14 11:37
  • 호수 868
  • 3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평도 포격 그 씨앗이 보인다
김정남은 1971년 김정일과 배우 출신인 성혜림과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정철, 정은의 이복형이다. 김정은 후계 구도의 움직임이 전해지던 2009년 이전에는 김정남을 후계자로 점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한반도에는 유교적 전통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에 북한의 경우도 김정일의 장남인 정남이 후계자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었다.


김정남 후계설 애초부터 억측

그러나 내가 북한에 있는 동안 김정남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복형제이기 때문에 고영희나 정철, 정은 등과 동석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김정일과 당·군 간부들과의 파티 석상에는 가끔 참석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북한 내의 신문이나 TV에서 그의 동향이 보도되는 일도 없었다. 1996년에 일본에 잠시 귀국해 체포되었을 때 경시청 관계자로부터 듣고 나는 그때 처음 정남의 존재에 대해서 알았을 정도이다.

따라서 나는 정남이 후계자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김정일이 정남을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었다면 당이나 군 간부가 참석하는 파티에 불러 간부들과 깊은 친교를 나누게 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을까. 따라서 김정남 후계설은 김정일 패밀리나 김정일의 생각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억측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강한 승부욕 갖고 있어

1991년이나 1992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은이 ‘오델로 게임’(구슬이 점차 아래로 떨어지면서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서서 보고 있던 정철이 “이렇게 해 봐”하고 말하는 대로 했는데 구슬을 놓치고 말았다. 화가 난 정은은 놓친 구슬을 형의 얼굴을 향해 던졌다.

다행히 큰일은 없었지만 그때 나는 정은의 과격한 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런 일을 당했는데도 여전히 히죽히죽 웃으며 서 있는 정철의 온화한 성격이었는데 그런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보통 그런 일이 터지면 형제들끼리 들러붙어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을 터인데 형과 동생의 성격은 그 정도로 많이 달랐다. (중략)

정은이 스무 살이 되기 조금 전인 1992년 10월경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이모가 평소대로 정은을 ‘작은 대장’이라고 불렀다. 그때 정은이 갑자기 큰소리로 화를 내며 “내가 아직도 유치원생인 줄 알아”라며 이모를 쏘아보았다. 언제나 형 밑에서 ‘작은 대장’이라고 불리어 온 것이 이날따라 참기가 힘들었던 것일까.

그날 이후로 나는 정은을 ‘작은’을 빼고 ‘대장 동지’라고 불렀다. 그렇게 불렀더니 정은이 무척 좋아하는 기색이었다. 서기실의 김창순 부부장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다른 간부들에게도 이야기가 전해졌는지 이제는 모두가 정은을 ‘대장 동지’라고 부르게 되었다.

내가 깜짝 놀랐던 것은 농구 시합을 할 때 정은의 대응이다. 초대소 안에서 농구 시합을 할 때가 있는데, 시합이 끝나면 정은은 반드시 자신의 팀에서 반성회를 열어 함께 뛰었던 ‘선수들’에게 어디가 좋았다거나 잘못되었다는 것을 지적했다.


농구시합에서 드러난 리더십

멋진 플레이를 보여 준 선수는 지명을 해서 “아까 그 패스는 아주 좋았어”라며 손뼉을 치면서 칭찬해 주었다. 한편 실수한 선수에게는 잘못된 점을 구체적으로 일러주면서 무섭게 꾸짖었다.

사리판단이 분명해서 칭찬해야 할 때는 칭찬을 하고 야단을 쳐야할 때는 야단을 친다. 10대 중반에 그런 일이 가능한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자신이 호되게 질타한 선수에 대해 나중에 내게 이렇게 말할 때는 정말이지 놀라지 않은 수 없었다.

“내가 아까 그렇게 호되게 혼을 냈는데 괜찮을까? 다시 잘할 수 있을까?”하면서 후후후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정은이 화를 낼 때도 나름대로 계산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0대 때부터 술·담배

형인 정철과는 달리 정은은 10대 중반부터 이미 술과 담배를 시작했다. 술에는 강하며 특히 조니워커 그것도 최고급품 ‘크리스털’을 좋아했다. 담배는 김정일한테서 “어릴 적부터 담배를 피우면 키가 안 큰다”라는 주의를 받기는 했지만 외제 담배를 갖고 있는 내게 와서 몰래 피는 일이 종종 있었다.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워 피는 시늉을 하면서 나를 불러낼 때 하는 말이 바로 “V 하자”라는 말이었다.


후지모토 겐지 지음/한유희 옮김/ 맥스media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