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만들기’ 전위대에서 공기업 수장 배출 전초기지로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외곽에서 지원했던 서울경제포럼(회장 이윤수 이하 서경포)의 전 공동대표 강경호 회장이 코레일 사장에 임명됐다. 또한 정치권에서는 현재 공개 모집 중인 수자원공사 사장에 서경포 고문으로 활동했던 K 전 건교부 차관이 하마평에 오르는 등 이명박 정부가 공천 탈락자에 이어 외곽 지지단체 인사들까지 챙기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서경포의 회장과 부회장을 비롯해 고문단에 전현직 현대 CEO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난 대선에서 현대가 서경포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간접적으로 지원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나아가 서경포 회원이자 현대건설 출신의 수도권 S 의원 공천과정에 현대와 서경포 단체의 몫으로 공천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있다.
서울경제포럼이 세간에 알려진 것은 지난 2007년 7월6일 백범기념관에서 창립총회를 가지면서다. 이명박 후보가 바쁜 일정속에서도 직접 찾아 30분 넘게 축사를 하면서 애착을 보여 언론에 집중 조명됐다.
외견상 이 경제단체는 ‘기업의 발전이 국가의 발전’이라는 모토로 기업환경을 향상시키기 위해 만든 경제연구단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축사에서 “낯익은 얼굴이 많다. 모두 직계 선배도 있고 후배도 있어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고 언급할 정도로 이 대통령과 직간접적인 인연이 있는 현대그룹 인사들이 다수 차지하고 있었다.
이 경제단체에 참여하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회장단과 고문단 인적 구성 다수가 현대맨들이 포진해 타 캠프에서는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현대맨 모임’으로 예의주시하기도 했다.
일단 서경포 공동대표를 맡았던 강경호 현 코레일 사장은 현대양행과 한라자원 부장을 거쳐 1983년 한라중공업 이사를 역임한 한라맨이다. 이후 한라중공업 사장, 부회장을 지내면서 현대가와 인연을 깊게 맺었다.
MB, “낯익은 얼굴 많다”
한라그룹은 고 정주영 회장의 친동생인 고 정인호씨가 현대로부터 계열이 분리되면서 세운 회사다. 강 사장을 범 현대맨으로 보는 이유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있던 시절 서울 메트로 사장에 역임해 ‘낙하산 인사’라는 말을 듣고 있다.
또 다른 공동대표인 박규직 아주의대 벤처메딕스 창업 대표이사 역시 현대건설 및 현대 중공업 관리본부장을 역임한 현대맨이다. 서경포 부회장인 강태인씨는 전 현대홈쇼핑 대표이사 출신이다.
이밖에 서경포에서 고문으로 위촉한 53명의 인사들을 보면 현대출신 인사들이 다수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곽삼영 전 현대건설 부사장, 박세용 전 현대INI회장, 박재면 전 현대 엔지니어링 회장, 송두빈 전 한라그룹 부사장, 심현영 전 현대엔지니어링 회장, 유재환 전 현대 중공업사업본부장, 음용
기 전 현대지바트 사장, 이내흔 현대통신 대표이사, 이정일 현대미포조선 대표이사, 이종용 전 한라해운 대표이사, 장우주 전 현대그룹 회장, 한상량 전 한라제지 대표이사 등이 대표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대가가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조직적으로 지원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나아가 수도권에 공천을 받아 18대에 당선된 S 의원이 서경포 회원에 현대건설 출신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한나라당 공천과정에 현대와 서경포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
도 일고 있다.
S 의원 공천 뒷말 무성
이와 관련 서경포 자유게시판에는 ‘서울경제포럼 회원(18대 국회로 온 현대맨 S 의원)’이라는 제목으로 지난달 초에 게제됐다. 내용을 보면 “S 의원은 ‘건설 전문가’로 원래 가려던 사법고시를 포기하고 현대건설에 입사했다”며 “이명박 대통령도 현대건설에서 만났다. 그는 현장에서 이 대통령과 함께 일하기도 했다”고 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처럼 서경포 회원들이 대선과 총선 그리고 ‘낙하산 인사’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면서 서경포 경제단체는 곤혹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서경포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강 회장은 한라그룹 출신이지만 서울 메트로 사장 재임 기간 중에 파업 없는 경영을 통해 공헌을 인정받아 코
레일 사장으로 임명된 것”이라며 “낙하산 인사가 아닌 공개모집에서 들어갔다”고 해명했다. 또한 창립 당시 특정 그룹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것과 관련 “지도부가 특정 그룹에 있던 사람이라 인적 네트워크가 당연히 현대 인사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며 “지금은 특정 그룹 경제 단체라는 색깔이 많이 묽어졌다”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외곽에서 지원한 것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경제 포럼으로 참여정부의 경제 정책에 반대하고 친기업적인 이 대통령과 철학이 같았기 때문에 지지했다”며 “특히 기업인 출신들이 많아 대선 자금을 제공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일 수
있어 돈이 가장 조심스러웠다”고 실토했다.
그는 “자금을 제공하는 것은 누를 끼칠 수 있고 선거법 위반으로 표를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하지 않았다”며 “순수한 경제연구모임으로 이명박 캠프에 의견을 개진하고 비판하는 수준에 머물렀다”고 위상을 애써 축소시키려했다.
또한 그는 “대선 당시 단체 내 일부 인사들이 경제 보고서를 작성해 전달하려고 했던 적은 있다”며 “그러나 캠프 내 인사들의 역량과 전문성이 뛰어나 포기했다”고 전했다.
한편 한나라당 국회의원 S 의원은 서경포 단체의 회원임을 묻는 질문에 처음에는 ‘회원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본지가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알려주자 “회원은 맞지만 열심히 활동을 한 사람도 아니다”며 “창립할 때 참석도 하지 않았고 지역구에서 열심히 정치활동을 해오던 인사로 우리 단체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더 이상 공기업 수장 탄생 없다”
급기야 그는 “한나라당 공천 전에 회원으로 들어온 것 같다”며 “현대건설 출신이고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이 깊기 때문에 공천을 받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단체 관계자는 굳이 현대맨들이 다수인 회장단과 고문단과 S 의원이 ‘모르는 사이’는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 시인했다.
그는 “S 의원이 지역구 출마 준비를 하고 현대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게 있었지 않겠느냐”면서 “그러나 자세한 것은 알 수 없다”고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한편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으로 임명된 양휘부 사장 역시 서경포 출신이 아니냐는 항간의 의혹에 대해 “절대 아니다”며 더 이상 서경포 관련 인사들이 공기업 수장으로 들어가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