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칼 스마트폰
양날의 칼 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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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12-07 15:35
  • 승인 2010.12.07 15:35
  • 호수 867
  • 3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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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서령씨는 최근 단편집을 묶기 위해 예전에 써둔 소설을 고치던 중 ‘촌스러운 장면’에 화들짝 놀랐다. 주인공 남자가 폴더형 휴대전화를 여닫으며 전화를 걸고, 지하철에서 고스톱 게임을 하는 장면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트위터(@titatita74)에 “아! 촌스러워. 스마트폰을 들고 트윗질 하는 장면으로 바꿔야겠다”라고 적었다.

이처럼 스마트폰 보급으로 일상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스마트폰 이용 인구는 5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0% 정도이지만 영향력만은 압도적이다. 그러나 지난 9월 스위스 손해보험사 수바(Suva)가 미래학자 10여 명을 동원해 조사한 ‘2029년 위험 요소’ 보고서는 스마트폰을 위험 요소 중 하나로 꼽았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24시간 근무하게 될 것이다. 결국 사무직 근로자들은 전보다 더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릴 것이다.”

근무 영역과 사적 영역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스마트한 시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스마트폰인 블랙베리는 미국에서 ‘크랙베리’로 불리기도 한다. 크랙베리는 마약의 일종인 ‘크랙’과 블랙베리의 합성어이다. 회사원들이 블랙베리를 통해 외근 중에도 사무실에서 하던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물론 퇴근 후에도 회사 메일을 체크하는 현상에 빗대 생긴 말이다

‘스마트 푸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의 시장이 확대되면서 최신 전자기기를 선호하는 얼리어답터들은 고민에 빠졌다. 기기마다 2년 정도 약정이 걸려 있어 중간에 팔아치우기도 쉽지 않고, 스마트 기기의 기본요금이 일반 휴대전화 요금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비싼 요금을 감당할 여력이 없어 아예 스마트폰을 구매할 엄두도 못 내는 사람도 ‘스마트 푸어’라고 말할 수 있다.

1983년 미국 심리학자 브로드는 새로운 기술 유행에 따라가지 못해 심신이 거부반응을 일으켜 우울증을 유발하는 증세를 두고 ‘테크노 스트레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스마트폰 역시 테크노 스트레스를 주는 주요인이자, 양날의 칼이다.

[시사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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