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참패 민주당 전당대회
흥행참패 민주당 전당대회
  • 백은영 기자
  • 입력 2008-07-01 10:28
  • 승인 2008.07.01 10:28
  • 호수 740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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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을 방패삼아 뒤에서 멱살잡이 추태…”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예고된 흥행참패다. 촛불을 방패막이로 삼고 뒤에서 멱살잡이를 하고 있는 꼴이다.” 민주당의 현재 상황에 대해 한나라당의 한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한나라당이 촛불파동으로 힘들었다면 민주당은 당원들 스스로가 당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손학규 대표가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 없다”고 탄식한 것과 같은 배경이다. 쇠고기 파동으로 국회등원거부를 하고 있는 민주당이 당권을 놓고 출신 계파 등까지 들먹거리며 서로를 물어뜯는 있는 정치적 야만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안팎에서 비난을 받고 있는 민주당, 당내에서 울려 퍼지고 있는 아비귀환 현장을 찾아가본다.

“말로는 (전당대회를 통해) 재창당을 한다면서 국민의 눈을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건지 매일매일 가슴 속에서 분노가 치솟는다”며 “아직까지도 (당내 계파들이) 화합적 결합을 이야기하면서 지분을 챙기려 하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당권경쟁을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이 스스로 위기를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쇠고기라는 정국 최고의 호재를 스스로 악재로 몰아 스스로를 구렁텅이에 몰아넣고 있다는 것이다. 등원거부라는 명분도 이제 정치권 뿐 아니라 여론에서도 ‘명분없음’으로 흐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당대회도 흥행참패를 껴안고 당 분열이라는 옵션까지 챙겨가고 있는 상황이다.


정세균-추미애 ‘외나무 승부’

이에 따라 막말경쟁, 계파경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지난 24일 표심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장소인 광주에서 열린 세 번째 TV 토론에서 이는 더욱 극명하게 나타났다.

당권 주자들이 열린우리당과 구민주당에서의 전력을 추궁하며 ‘출신다툼’을 벌였기 때문이다. 추미애 후보는 정세균 후보의 열린우리당 전력을 집중 공격했다. 추미애 후보는 “당이 새로 출발하려는데 다시 전면에 나서 (열린우리당)이미지를 재생산해서는 안 된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질세라 정세균 후보도 “추미애 후보가 지난 2002년 대선 직후 23명 의원들과 신당을 추진한 일을 잊었느냐”며 다시 포문을 열었고, 정대철 후보에게도 “열린우리당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는데 지금은 그 시간을 이력서에 완전히 지운 것이냐”고 공격했다.

또한 두 명의 맹주로 떠오르는 추-정 후보의 이전투구 양상은 눈살을 찌뿌리게 까지 만들었다. 상대방의 발언을 도중에 끊고 반박하는 등 당대표를 노리는 그릇에 걸맞지 않게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는 것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특히 추 후보는 “지금 민심은 개혁에 대한 열망을 잘못 이끌어 민심을 떠나보낸 분은 이제 전면에 나서지 말라는 것”이라고 하자 정 후보는 “대안 정당으로 만들 복안이 뭐냐, 공허하게 말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말하라”고 맞받아쳤다.

또한 추 후보는 지난 25일 청주와 전주에서 열린 방송 토론회에서도 한·미 FTA 협상 때 산자부장관을 지낸 정세균 후보에게 “국무회의 때 FTA 피해 대책을 마련했느냐. 당 정체성을 지켰느냐”며 ‘FTA 책임론’을 꺼냈다. 정 후보는 “협상이란 주고받는 것이며, FTA 보완 대책은 당시 준비했다. 제 살 깎아 먹기 식 토론은 그만 하자”고 했다.

추 후보가 질문 시간 대부분을 공격에 할애하자 정 후보는 “답변할 기회를 주고 질문을 해달라”며 “FTA 쟁점 조항을 재협상하자는 것이냐”고 하자, 추 후보는 “이미 답변했다. 기억력이 그렇게 없느냐”고 몰아붙였다.

이처럼 추-정 후보이 지나친 흡집내기와 맞물려 계파별 짝짓기를 통한 ‘세 불리기’도 본격화되고 있다. 천정배 의원과 재야 출신 일부 인사 20여 명은 추 후보 지지를 하고 있으며 천 의원 측은 최고위원 후보로 문병호 후보를, 재야파는 문학진 후보를 각각 지원하고 있다.


계파별 짝짓기 본격화

반면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386 출신들과 중도성향 의원들은 정세균 후보를 중심으로 뭉치면서, 최고위원 후보 중에선 김진표 송영길 후보 지원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또한 정대철 후보는 “계파별 나눠 먹기로 가면 안 된다”고 비판하면서도, 옛 민주당계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또 전통적인 지역색깔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영남권 홀대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영남권 대의원 불균형 배분·지역위원장 미 선정 등으로 전당대회 보이콧 파동을 겪은 데 이어 호남·수도권에서 계파 간 대의원과 지역위원장 선정을 두고 대립하기까지 했다. 구민주당 계가 자파 몫으로 배정된 대의원 수에 불만을 표시했고, 이로 인해 아직 대의원 명부를 확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뚜렷한 인물이 없어 사공만 많은 민주당이 현재 한번쯤 겪어야하는 당내 갈등에 쌓인 것뿐이다”며 “하지만 쇠고기 파동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지지도가 올라가지 않아 당 차원의 강력한 대안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서 민주당은 상대방의 패착이 기회를 삼아야하지만 지금까지 야당의 기민함과 과단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금은 18대 150석을 넘은 거대여당과 맞서 싸움뿐만 아니라 제 1야당의 민주당이 앞장 서야하는 시점이지만 집안싸움에 몰두하고 있는 꼴이다. 민주당에서 당대표라는 한자리를 놓고 당원들의 마음을 사고 있는 동안 수 천 만 명의 민심은 민주당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다.


백은영 기자 about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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