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게 읽는 <엉터리 경제학>
재미있게 읽는 <엉터리 경제학>
  • 우선미 기자
  • 입력 2010-03-09 14:39
  • 승인 2010.03.09 14:39
  • 호수 828
  • 5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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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쓴 경제 이야기 ‘생활 속 경제’ 담아
복잡 다변한 경제사회에 사는 우리 모두는 ‘선택’이라는 무수한 갈림길에 놓여있다. 어떤 라면을 살까하는 작은 문제부터 어떤 펀드에 투자를 해야 하나 같은 큰 문제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기로에 놓인 우리,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어떤 정보를 믿고 결정을 해야 하나.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이 담긴 경제지식서가 바로 ‘엉터리 경제학’이다. 기자출신 이상훈 저자의 해박한 경제지식의 세계로 찾아가 본다.

복잡 다변한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경제’에 관한 정보에 목말라한다. 이 때문에 서점엔 경제서적이 넘쳐난다. 전문가들도 많다. 하지만 복잡한 경제지식을 손쉽게 해석한 서적은 많지 않다.

‘엉터리경제학’의 저자 이상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많은 얼치기 전문가들이 판치는 곳이 바로 경제학의 영역”이라고 말한다.

돈을 버는 데 필요한 얕은 기술만을 강조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고 이 틈을 노린 선무당 같은 전문가들이 득세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것. 저자는 이런 ‘무늬만 전문가’들에게 경고하기 있다. 그리고 경제학은 절대!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신이 경제부 기자였을 때 깨달았던 소소한 진리를 바탕으로 재밌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나갔다.

저자는 “지금껏 우리가 맹신한 통계와 자본주의의 효율성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책 첫 장을 펼치는 순간, 내 머리 속에 안착해 있던 ‘고정관념과 선입견’들이 무참히 깨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새 무섭게만 느껴지던 경제학이 ‘우습게’보이기 시작함을 체득할 것”이라고 말한다.

‘전문가에 대한 믿음을 버려라’ 섹션에 수록된 이야기 한 편을 보자.

「우리 곁에 권위가 쉽게 발견되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병원이다. 심리학자는 아래에 소개된 실험을 통해 권위의 잘못된 명령을 그대로 따르는 인간의 허약한 구조를 지적했다.

여기 대형 종합병원의 한 간호사가 있다. 그는 개인적으로 모르는 의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의사는 대뜸 “약품 수납장에 ‘아스트로텐’이라는 약이 있나 찾아봐요 내가 좀 늦게 도착할 것 같으니 나대신 환자에게 약을 줄 수 있겠소?”라고 말했다. 그 간호사는 그 약을 찾았다. 겉면에 ‘1회분 5mg, 일일 최대 복용량 10mg'이라고 씌여 있었다. “그럼 지금 303호 환자에게 20mg을 갖다주세요. 10분 안에 가서 처방전을 써주겠소” 이런 전화를 받은 간호사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총 22명의 간호사가 아무것도 모른 채 이 실험에 참여했다. 사실 아스트로텐은 가짜 약이었다. 근무 중인 의사가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해 그녀들이 환자에게 약을 전달하지 못하게 하는 안전장치 역할을 맡기도 했다.

그렇다면 모르는 의사의 지시를 따른 간호사는 대체 몇 명이나 될까? 놀라지 마시라. 22명 가운데 한 명을 제외한 모든 간호사가 지시대로 환자에게 약을 줬다. 의사의 처방전이 일일 최대 복용량의 2배에 이르는 것이었고, 전화로 의료 지시를 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임에도 아무런 비판 의식 없이 지시를 따랐던 것이다. 더구나 아스트로텐은 병원의 약품 품목에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간호사들은 처방을 내린 의사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흡사 명령에 죽고 사는 전쟁터의 하급 병사처럼 행동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다른 간호사들에게 실험 결과를 알려 주자, 83%에 해당하는 절대 다수가 자신들이라면 환자에게 약을 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이 짧고 재밌는 이야기가 전문가를 맹신하는 우리의 모습이 얼마나 잘못됐나를 여실히 깨닫게 해준다니 놀랍지 않은가.

다음은 전문가들의 ‘비전문성’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보자.

「1940년에 완성된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긴 현수교인 타코마 해협의 타코마교. 이 다리는 당시 최첨단 공법인 현수교 방식을 채택, 미국 정부는 “어떤 태풍이라도 거뜬히 견뎌낼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 진행 중이던 그 때, 타코마교는 ‘수퍼 파워’미국의 상징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다리는 개통된 지 불과 4개월 만에 시속 70km의 ‘산들 바람’에 맥없이 무너졌다. 미국인들은 경악했고 공사 책임자들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붕괴의 원인은 다리의 도로가 너무 좁고 얕았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사실 이 다리가 붕괴되기 전에 한 무명 엔지니어는 도로가 극단적으로 협소해 위험하다는 경고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의 경고는 유명한 엔지니어의 오만과 영향력 속에 묻히고 만다. 자신이 세운 이론에 대한 엔지니어의 확신은 이전의 수많은 성공에 기댄 것이었지만, 무너진 타코마교와 함께 그의 자존심도 몰락했다.」

‘엉터리경제학’은 “이것이 맞는 것이다. 저것은 틀린 것이다”라고 지적해 주지 않는다. 다만 이런 이야기를 나열해 놓음으로써 독자인 우리가 ‘아!’라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이 책을 읽는 내내 경제학 관련 서적을 읽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하지만 이 책의 한 챕터를 읽고 나면 ‘이상하게도’ 남는 것이 많다. 경제학자의 어려운 경제 공식 강의를 들은 것보다 알차다. 사이비 전문가가 허황된 이론을 늘어놓으면 그 앞에서 “틀렸습니다”라며 일침을 가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마지막 장을 넘기고도 다시 이야기 하나하나를 곱씹게 만든다. 이것이 이 책이 주는 묘미이다.

[우선미 기자] wihtsm@naver.com

우선미 기자 wihtsm@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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