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스캔들 MB정부서도 ‘기웃’

바다이야기는 지난 2005년부터 2006년 말까지 대한민국을 ‘도박 공화국’이라는 오점을 줄만큼 사회 곳곳에 퍼진 성인용 사행성 게임이다. 수도권뿐아니라 전국 주택가 앞까지 침투해 도박으로 인한 피해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생길정도로 폐해가 심했던 게임이었다. 이런 바다이야기가 2008년 6월 서울 도심에 재차 활개를 치려고 하고 있어 관계 기관을 긴장시키고 있다. 바다이야기는 등록 취소된 게임으로 불법이다. 하지만 본지가 입수한 전단지(일명 찌라시)를 보면 ‘오리지널 정품기계 설치’라는 표어와 함께 위치와 연락처를 담고 있다. 이에 단속 기관에서는 제2의 바다이야기 사태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며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서울 도심의 한 주택가에 영화티켓 크기의 안내장 수 십장이 골목 어귀에 뿌려져 있었다. 지금은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바다이야기’와 ‘황금성’ 등 사행성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전단지였다.
내용을 보면 ‘신규 오픈’이라는 문구와 함께 ‘고래, 상어 다량 보유’, ‘오리지널 정품기계 설치’ 등 합법적인 게임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특히 전단지에는 (010-****-****)휴대폰 번호와 함께 ‘xx호텔 근처’라고 적혀 있었다.
기자가 전단지에 적힌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소리샘’으로 넘어간다는 메시지가 나와 조심스런 업소 측 입장을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었다. 위치 역시 애매모호하게 적혀 있어 전화통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정확한 위치를 알 수가 없었다.
‘바다이야기’ 게임 연락하자 ‘소리샘’으로
이와 관련 해당 구청에 ‘바다이야기’나 ‘황금성’으로 등록된 일반게임업체가 있는지를 문의했다. 구청 관계자는 “바다이야기는 등록 취소된 사행성 게임이기 때문에 불법으로 운영이 불가능하다”면서 “등록된 업소 중 심의 받은 게임대신 바다이야기를 불법으로 운영할 수는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강서구청 인근지역은 총 성인용 일반 게임업체가 32개가 등록돼 있는 실정이다. 과거 150개가 넘었던 시절과 비교하면 대폭 줄어든 셈이다.
하지만 해당 구청 관계자는 불법적인 게임 업소가 공공연히 주택가에 전단지를 뿌리며 불법영업을 하는 상황을 알지 못하고 있는지 기자에게 설명하지는 못했다.
이에 대한 답은 게임물등급위원회 관계자에서 들을 수 있었다. 이곳 관계자는 “일단 업소가 안 걸리고 영업 할 자신이 있으면 설령 신고가 들어가 단속이 뜨더라고 기계 버리고 도망가면 된다”며 “기계 값이 헐값에다 최근에는 PC에 프로그램을 설치해 운영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소요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즉, 신고가 들어오기 전까지 영업장을 개설해 한 달 가량 운영하면 몇 억이 손안에 떨어지고 일주일만 영업해도 마진이 남는다는 얘기다. 게임 업체 사장은 바지 사장을 내세우고 구속이 되더라도 벌금이 몇 천 만원도 안 돼 원래 주인이 대신 내주고 다시 불법적으로 영업을 하는 등 ‘메뚜기식 불법 영업’으로 이익을 취한다는 설명이다.
법상 최고형은 징역 5년 벌금 5천만원이지만 실제 떨어지는 형량은 약하다는 게 게임물등급위원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단속 역시 쉽지 않다는 고충도 털어놨다. 주로 구청 직원, 경찰 그리고 게임물등급위원회 관계자가 함께 단속을 하고 있지만 고객 자체가 비밀로 유지되고 문이 철문으로 이뤄져 있어 문을 따고 업소 안에 들어가는 데 최소 30분 이상 걸린다는 얘기다.
그 사이에 이미 이용자와 업소 관계자들은 뒷문으로 도망가고 게임기만 덜렁 남아 있어 단속이 힘들고 ‘혐의’가 있더라도 ‘꾼’들만 모여 실형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토로했다.
꽁알꽁알, 엠카 등 ‘제2바다이야기’ 수두록
현재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 파악한 게임 심의를 통과한 전체 이용가 게임 중 사행성 게임으로 변질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우려가 되고 있는 게임은 모두 12개를 지목하고 있다.
‘오리날다’, ‘던전앤마블’, ‘엠카’, ‘맥스4’, ‘에어포스’, ‘골드스피어’, ‘몽키블록’, ‘아쿠아마린’, ‘또로로’, ‘꽁알꽁알’, ‘고기를잡으로’, ‘캐리비안블루’ 등이다.
이중에서 ‘오리날다’, ‘던전앤마블’의 경우 게임위에서 취소처분을 내렸지만 두 업체 모두 법원에 소송을 제기, 취소 처분에 대한 효력정지가 법원으로 받아져 최종 판결 때까지는 정상 영업을 할 수 있다.
사파이어전자의 ‘엠카’와 ‘맥스4’는 동일한 게임을 동시에 심의를 받아서 ‘엠카’가 게임위로부터 등급 취소를 받자 매장에서 ‘맥스4’로 대체해 영업을 하는 등 지능적으로 돌변했다.
이 과정에 신규 게임에 대한 등급 취소는 조사와 분석에 상당한 시간이 걸려 엠카 취소 시에 문제가 되었던 부분도 개선해 취소를 어렵게 만드는 등 영업 기간을 늘리는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전체 이용가 심의 후 불법 개·변조
최근 대기전자에서 만든 ‘몽키 블록’ 게임의 경우 등급 취소 예정이 위원회에서 결의되자 ‘인디언 블록’이라는 유사게임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고 게등위는 밝혔다.
이밖에도 ‘캐리비안블루’, ‘고기를잡으로’의 게임은 심의받은 게임의 제명과 필증번호를 도용해 심의 받지 않은 게임을 심의 받은 것처럼 영업하는 등 불법으로 성인 오락실을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전체 이용가로 정식 심의를 받은 후에 불법 개·변조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제2의 바다이야기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다.
바다이야기에서 문제가 됐던 자동진행(재떨이, 이쑤시개 등으로 버튼을 눌러 게임이 자동으로 진행된다)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를 피하기 위해 게임 버튼을 일정한 간격으로 자동으로 눌러주는 외부 장치를 이용해 게임을 자동진행으로 즐길 수 있게 한다.
또한 프로그램 개·변조를 통해 금지되고 있는 예시나 연타 등의 기능이 추가돼 게임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 역시 문제다.
무엇보다 경품용으로 허용된 골프공이 현금으로 환전되면서 문제가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상품권이 없어지면서 이를 골프공이 경품으로 대체되고 있는데 성인 오락실 주변에 고물상, 전당포 등의 환전상을 통해 실제 환전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기 1대당 3백만원, 60억 매출까지
그러나 게등위에서는 환전상과 게임 업주와 연관 관계를 밝히기가 어려워 환전 행위를 입증해 내기가 매우 힘들다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성인물 게임 업체는 소송, 게임 대체, 명의도용 등을 통해 시간을 벌고 연타 기능, 프로그램 개.변조, 경품용 골프공 제공 등으로 과거 ‘바다이야기’ 사태와 유사하게 성인 게임장을 운영하면서 물의를 빚고 있는 것이다.
게임 심의 후에는 정상적인 게임기로 전체이용가 등급을 받았다는 점을 홍보하면서 불법 개·변조된 게임이 전국 총판을 통해 게임장에 판매된다. 판매시에는 게등위의 심의 기준을 지킨 똑같은 게임으로 홍보G 대당 최소 300만을 받고 시중에 유통한다. 전국적으로 2000대를 팔았을 경우 60억원의 높은 매출을 올리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등급을 취소해도 소송을 제기해 취소처분 효력정지를 법원에 신청해 판결 시까지 영업을 계속할 수 있는 선례가 생겨 게등위를 비웃고 있다. 나아가 후속 대체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시간도 함께 벌면서 취소 이후 상황까지 대비하고 있어 단속기관 직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강서구청 사행성 게임 단속자의 ‘고충’
“전문가 아니면 모른다”
지난 23일에 강서구청은 경찰과 구청 그리고 게등위 관계자와 함께 관할 구청 내 사행성 게임 단속에 나섰다. 단속에 참여한 구청 직원은 “경찰이나 구청 직원이 사행성 게임인지 아닌지 판단 하기는 어렵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사행성 게임 단속 담당 직원은 “우리는 단속하고 경찰이 수사해 정식 공문처리 되면 처분 사안에 따라 영업정지나 등록 취소를 내릴 뿐이다”고 덧붙였다.
구청 내 ‘바다이야기’나 ‘황금성’ 등 불법 성인게임은 없다고 말하는 그는 “우리 구에서는 점차로 성인용 오락실 업체를 줄여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실제적으로 등록된 성인 게임업체는 32개 업소가 있고 이 역시 7월 31일까지 재등록 및 허가기간을 둬서 등록이나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자동 효력정지 처분으로 영업장을 말소 시킬 것”이라고 단속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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