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전대에‘박근혜’가 없다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7월 3일 치러진다. 2년 전 전당 대회에선 친이 이재오 VS 친박 강재섭 두 후보가 경합을 벌여 친박-반박 갈등이 최고조를 이뤘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 양상은 확연히 다르다. 친박 성향의 대의원 숫자가 대폭 줄어든 원인도 있지만 무엇보다 박 전 대표가 움직이려 들지 않기 때문이
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친박 인사임을 내세워 출사표를 던진 허태열, 김성조 후보는 안절부절이다. 이미 친박 후보로 나섰던 진영 후보는 중도사퇴했다.
친박 후보들은 박 전 대표의 내락을 받고 출마했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지만 확인되지 않는 ‘승인’으로는 친박 세력의 표를 결집시키기에 약하다는 얘기다. 박 전 대표가 후보 사무실 공개 방문하거나 공식적으로 ‘지지 선언’을 하지 않는 한 ‘친박 돌풍’을 일으킬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친박 의원과 대의원들은 ‘누구에게 표를 행세해야 하나’를 두고 자중지란에 빠져 있는 양상이다.
‘7월 전당대회 박근혜는 없다’ 친박 인사들이나 보좌진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친박 성향의 허태열, 김성조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지만 박 전 대표의 의
중과는 무관하다는 얘기다.
특히 박 전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모셨던 한 인사는 “더 이상 박 전 대표는 계파의 대모로 남아서는 안 된다”며 “이제는 차기 지도자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고 차기 대통령 유력한 후보로서 지도자 수업에 들어갔음을 시사했다.
그는 또한 “지난 대통령 후보 경선이나 총선을 거치면서 박 전 대표의 후광으로 이득을 취하고 배신하는 정치인들이 속출해 박 전 대표가 많이 실망했다는 후문이다”며 “전여옥 의원이나 강재섭 대표처럼 친박 인사임을 자처하면서 결정적일 때 돌아서는 정치 행태에 박 대표가 느낀 바가 큰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측 “더 이상 친박 인사 없다”
이에 그는 “전반기는 의정활동이나 국정 운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지도자 수업에 전념할 예정”이라며 “7월 전당대회에 박 전 대표가 나서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와 관련 박근혜 전 대표의 공보특보를 맡았던 이정현 의원은 “언제 박 전 대표가 움직인 적이 있느냐”며 “지난 전당대회도 이번 전대에서도 본인이 나선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 의원은 “당 지도부 경선에 나서서 공개적으로 지지를 하지 않는다”며 “당사자들이 박 전 대표의 내락을 받았다고 하는 것이지 박 전 대표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전 대표를 만나 7월 전당대회 출마를 했다는 소문이 돌았던 진영 후보의 급작스런 사퇴와 관련 박 전 대표가 ‘애석하다’는 표현과 관련해서도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이 의원은 “진영 후보의 사퇴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어 순수하게 개인적인 생각을 밝힌 것일 뿐 조직적으로 지원하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 전 대표가 ‘지도자 수업 중’이라는 지적에 대해 이 의원은 발끈하면서 “언제 박 전 대표가 지도자 스타일이 아니였느냐”며 “박근혜 전 대표는 과거나 지금이나 변신하거나 변화를 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친박 진영에서는 5명을 뽑는 대표 최고위원 선거에 허태열 후보는 안정권에 있다고 보면서 김성조 의원이 여성 몫인 1석을 제외하고 4위에 들어갈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친이 박희태 당 대표
공성진 후보 순위 변수
친박 인사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이 친이 측 인사들은 선전하고 있다. 당 대표 당선이 확실시되는 박희태 후보와 정몽준 후보가 1-2위를 다투고 있다. 이밖에 공성진 후보와 박순자 후보가 친이 성향의 후보로, 박 의원은 득표와 상관없이 당선이 확정된 상황이다. 하지만 공 의원은 허태열 후보가 뒤늦게 경선에 참여함으로써 안정권인 3위를 두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대구 경북에서 김성조 후보를 지지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김 의원이 4위권에 들어갈 경우 공 의원의 탈락이 예상돼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공 의원 측에서는 “친박 진영 표가 결집하는 게 나쁠 게 없다”며 “그만큼 친이 진영의 표 역시 결집현상을 낳아 허 후보에게 대역전도 가능하다”고 낙관했다.
설상가상으로 홍준표 원내대표와 공 후보가 사이가 안좋다는 소문이 돌면서 수도권 친이 진영에서 반란표 조짐도 엿보여 공 캠프는 이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공 캠프 측에서는 “우리는 김성조 후보보다 허태열 후보와 3위 대결이 관심사다”며 김 후보를 경쟁상대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후반기 당권 박근혜 몫 친이-친박 재현
한편 7월 전당대회가 친이 성향의 당 지도부가 득세하면서 박 전 대표가 움직이지 않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움직이면 1등을 해야 하는데 출사표를 던진 친박 인사들의 중량감도 떨어지지만 공개적으로 지지를 해도 친이 진영이 지지하는 박희태 후보를 이길 만한 인물이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박심이 작용해 3등 했다는 말은 오히려 박 전 대표의 위상을 깎아내리는 격”이라고 침묵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그는 “허태열 후보가 박 전 대표의 ‘내락’을 받았다는 것 역시 허 후보의 주장일 뿐”이라며 “허 후보가 막판에 출마한 배경은 향후 김무성, 홍사덕 등 복당이 이뤄질 경우 자신의 입지가 줄어들 것을 예상해 뒤늦게 출마했다는 점은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결국 이 인사는 “박 전 대표는 전반기에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2년 후에나 후반기 당 대표를 노릴 공산이 높다”며 차기 당대표 선거에서 본격적으로 친이-친박 대결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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