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아, 강을 건너지 마라
“공무도하(公無渡河)는 옛 고조선 나루터에서 벌어진 익사사건이다. 봉두난발의 백수광부는 걸어서 강을 건너려다 물에 빠져 죽었고 나루터 사공의 아내 여옥(麗玉)이 그 미치광이의 죽음을 울면서 노래했다. 이제 옛노래의 선율은 들리지 않고 울음만이 전해오는데, 백수광부는 강을 건너서 어디로 가려던 것이었을까. 백수광부의 사체는 하류로 떠내려갔고, 그의 혼백은 기어이 강을 건너갔을 테지만, 나의 글은 강의 저편으로 건너가지 못하고 강의 이쪽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기자 김훈의 기사는 현장성이 살아 있고, 간결하고 함축적이었으며 직접적으로 독자에게 호소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이 본 것을 그대로 옮겨놓았으나 그 관조적인 전달은 백마디 호소보다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 책은 작가로서보다 기자로서 더 많이 살아온 김훈이 기자의 눈으로 보고, 작가의 손끝으로 풀어낸 우리 삶의 이야기다.
한국매일신문 사회부 기자, 문정수. 미군 폭격기와 전투기들이 쏟아낸 포탄 껍질과 탄두를 건져올려 팔며 살아가는 장철수…. 이들이 모여들어 또다른 사건들을 만나게 되는 조그만 바닷가 마을 ‘해망’. 작가는 소설을 통해 결국 인간 삶의 슬픔, 더러움, 비열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보여준다.
김훈 (지은이) | 문학동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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