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기자 5인이 뽑은 추석연휴 읽을거리4 |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
일요서울 기자 5인이 뽑은 추석연휴 읽을거리4 |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
  • 정리=인상준 기자
  • 입력 2009-09-29 14:35
  • 승인 2009.09.29 14:35
  • 호수 805
  • 60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류스타 배용준이 만난 우리 문화 탐사기

한류스타 배용준이 우리 문화에 대한 책을 내 화제다. 특히 배용준은 직접 전국 팔도를 1년간 돌며 장인들을 찾아 우리문화를 배웠다. 이례적인 예약판매 매진이라는 진기록을 세우고 있는 배용준의 책은 팬들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문화’, ‘예술’, ‘전통’이라는 테마와 엮어 이를 더 잘 알기 위해 여행을 떠났던 배용준. 그의 여행기를 들여다보자.

“한국의 관광지 중 추천하고 싶은 곳이 어디입니까?”

몇 해 전 한 외신기자의 질문이었다.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한 배용준은 당시의 기억을 부끄럽게 생각했다. 이런 부끄러움이 전국을 돌며 한국의 아름다움을 직접 찾게 만든 시작이었다.

책 속의 전통 문화 13가지 카테고리는 그가 평소 관심 있고 눈여겨 본 것들을 테마로 구성돼 있다. 최고의 명인들을 만나 그가 느낀 감동, 그리고 열심히 체험하면서 우리 문화를 익히고자 했다. 한 명의 톱스타가 아닌 문화를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의 심정으로, 마음 깊이 우리 문화와 정신을 흡수하려는 진지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어쩌면 배용준의 여행기는 단순한 문화 알리기가 아닌 한편의 문화 학습기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그가 선택한 13가지 테마는 한류의 중심에 서 있으면서 다양한 문화를 접했기 때문에 더욱 날카로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테마 자체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소재들로 충족돼 있다.

‘김장', ‘가정식', ‘차(茶)'와 같이 우리가 평소 가깝게 여기고 있는 것들을 재발견, 재인식 할 수 있도록 돕는 테마가 있고 ‘칠', ‘도자기', ‘한옥' 등 알고 싶지만 어렵게만 여겼던 것들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조언하는 테마도 있다. ‘경복궁', ‘국립중앙박물관', ‘템플스테이' 등의 테마를 통해서는 우리 문화의 정수를 이루는 것들에 대한 그의 경외심과 단상을 읽어낼 수 있으며 '한복과 살림살이', '술과 풍류' 등에서는 한국문화 특유의 해학과 소박함 그리고 삶의 지혜 등을 엿볼 수 있다.


12명의 명인·장인과 나눈 대담

여행을 기획하고 13가지의 테마를 정한 순간부터 자료 조사와 공부에 매달린 배용준. 자료 조사 과정에서 자연스레 드러난 전통 문화의 명인·장인에게 직접 연락을 취하고 취재를 허락 받았다. 귀한 시간을 내준 장인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해 그들의 앞에 섰을 때도 겉만 훑고 마는 질문을 던지기 보다는 한 걸음 더 깊숙이 들어간 본질에 가까운 질문으로 장인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특히, 하루나 이틀 정도 짧게 관찰만 하다 떠난 여행이 아니라 짧게는 3일 길게는 일주일간 그곳에 머물며 테마가 가진 전 과정을 가볍게라도 한 번 몸소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 과정에서 그는 한 명의 톱스타가 아닌 문화를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의 자세로 돌아가 스폰지처럼 마음 깊이 그 정신을 흡수해 나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시골 산 속에서 야생차밭을 가꾸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농부나 시골밥상을 차려내는 촌부부터 이름 석자만 대면 모두가 알고 있는 명인들까지 우리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이라면 누구든지 차별하지 않고 숙연하고 겸손한 자세로 배움에 임한 배용준의 모습이 새롭게 다가온다.

일본과 한국을 오가는 톱스타로 평소 생활을 좀처럼 알 수 없는 배용준의 진솔한 모습도 책 속에서 만나볼 수 있다. 헤어와 메이크업 그리고 스타일링에 가려진 배우나 스타로서의 그의 모습이 아니라 여행하고 배우기 좋은 간편한 옷차림을 한 그의 소탈한 모습이 이번 책의 가치를 더욱 빛낸다. 본문 중 간간히 찾아볼 수 있는 스태프들과의 대화나 가족, 친지 등 지인에 대한 이야기들이 인간 배용준으로서의 따뜻하고 대범한 면모를 찾아볼 수 있게 해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알려지지 않은 그의 취미 생활 중 하나인 ‘사진 찍기'도 이 책을 엮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책 속에 실린 풍경 사진 모두는 그가 찍은 것으로 눈 여겨 볼 만하다. 문화예술 인사로서 그가 가진 날카로운 시각과 풍부한 감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책을 쓰게 된 이유에 대해 배용준은 “나를 사랑해주는 가족들 한 사람 한 사람과 같이 나 또한 삶이 여전히 벅차고 궁금한 한 사람에 불과하다. 내 마음속에 그리워 할 수 있는 것이 사라진다면 얼마나 삭막한 삶일 수밖에 없는가를 뼈저리게 느낀다. 나는 그것을 문화속에서, 사람속에서, 마음속에서 찾고 싶었다” 며 “이 책이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잘못 전달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든다. 다만 초보자로서 나의 서툴지만 진지하고 싶었던 여행의 기록일 뿐이라고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배용준은 “나는 비록 다른 종교를 갖고 있지만 한국의 사찰이 그 장구한 세월 동안 어떻게 수많은 문화재를 배출하고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한국문화에서 불교적 색채를 제외하면 핵심을 제외한 그 나머지만을 논하는 것과 같다”며 우리문화에 대한 느낌을 전달했다.

특히 문화에 대해 그는 “어렵고 재미없는 것이 아니다. 무수한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로 등장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철기문화의 가야나, 수많은 이야기가 숨겨진 실크로드 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을 만나면 반갑게 수다를 떨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꿈은 뉴욕 고층 빌딩에 한옥을 지어 올리는 것이라고 한다. 다소 엉뚱하고 황당한 일이지만 그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배용준은 “뉴욕에 멋들어지게 살아 숨 쉬는 우리의 집 ‘한옥’이 자리 잡고 있다면 얼마나 근사한 일일까. 빌딩 옥상에 한옥이 한 채 지어져 있으면 도시의 삭막한 스카이라인에 악센트가 주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한류의 중심에 서 있는 배용준이 직접 전국을 돌며 1년간의 기록을 남겼다는 것만으로도 눈여겨 볼만한 책이다. 여기에 배용준이 직접 찍은 사진을 보며 그가 가진 무의식이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우리와 같은 개인 배용준이 느끼는 우리문화의 세계. 그가 바라본 우리 문화의 관점은 어떨지 관심이 집중된다.



정리=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