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직원 갑질 횡포 재점화
은행 직원 갑질 횡포 재점화
  • 신유진 기자
  • 입력 2020-09-07 09:46
  • 승인 2020.09.08 14:34
  • 호수 1375
  • 4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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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갑질 고객에 나는 농협 직원… “X 먹어라 네 무덤 네가 팠다”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최근 NH농협은행 직원이 대출 신청을 하러 온 고객의 일 처리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의 주인공인 농협은행 직원 A씨는 고객의 태도 불량을 이유로 대출을 거절했다고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 글을 게시했다. 해당 글은 지난 4월에 올라왔던 글로 이미 삭제가 된 상태지만, 한 네티즌이 해당 글을 캡처해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리면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해당 글이 퍼지자 네티즌들은 은행 직원의 갑질 횡포라며 농협을 비판하는 분위기다. 농협 측은 개인의 사적 감정을 이용해 직원 마음대로 대출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네티즌들 “사적인 감정으로 대출 승인 난 걸 거절할 수 있다니… 충격”

농협 측 “직원 재량으로 ‘대출 거절’ 불가능… 농협 전체로 묶기엔 억울”

지난달 28일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네이트판에 “자기 마음대로 남의 인생 망치는 농협 직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이 글을 올린 네티즌은 지난 4월 블라인드 앱에 올라왔던 농협 직원이 쓴 글을 캡처해 게시판에 올렸다. 해당 글에 따르면 농협은행 한 지점의 직원 A씨는 점심을 먹던 중 대출상담 고객이 왔으니 영업지점에 복귀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A씨에게 전화를 한 상대방은 ‘진상 고객이니 빨리 복귀하라’고 요구했고 A씨는 밥을 먹다 말고 복귀하게 됐다. A씨는 대출 상담을 기다리던 고객에게 “양치만 하고 오겠다”라고 말했으나 고객은 “빨리 빨리 다녀라. 왜 고객을 기다리게 하느냐”라고 짜증을 냈다. A씨는 ‘고객이 부동산 분양 잔금 대출 문제로 찾아왔다. 잔금일자 일주일 남기고 왔는데 뻔하다. 이런 사람들은 게을러 터졌다’라고 스스로 고객에 대해 평가하기도 했다.

고객과 감정싸움으로
A씨, 하루 전 대출 거절

 

농협 직원 A씨가 올린 블라인드 글. [네이트판 캡처]

 

A씨는 고객에게 “지금은 제 점심시간이고 상담예약을 하고 오는 게 (고객에게도) 기다리지 않고 좋다”며 “저 다음 타임 교대도 있어 고객님 상담을 먼저 한다고 한 시간을 넘게 쓰면 다른 팀들은 밥을 못 먹으러 가고 저도 정해진 시간에 밥을 못 먹어 양치를 못한다”라고 고객에게 말했다.

이 말에 고객은 “그건 내부사정이고 알아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냐”라고 대꾸했다. 이후 A씨는 고객의 신용조회, 구비서류 안내 등의 절차를 마쳤고 이틀 후 다시 방문한 고객에게 ‘심사해 보겠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다음 상황이었다. A씨는 잔금일 하루 전 고객에게 대출 거절을 통보했다. 고객에게 감정이 상한 A씨는 ‘X 먹어라 이X아. 네 무덤 네가 팠다’라는 글로 언짢았던 당시 심기를 표현했다.

해당 글이 게시된 네이트판은 현재 조회수 29만9600을 기록, 댓글은 989개가 달리는 등 뜨거운 반응이다. 추천수를 많이 받은 댓글에는 “계속 읽어도 이해가 안 가는 게 저게 왜 갑질인지? 고객이 직원 점심시간까지 이해해 줘야 돼? 왜 양치할 시간도 없다는 걸 고객한테 말하고 있는지… 사적인 감정으로 직원이 대출 승인 난 걸 거절할 수 있다니 이 부분은 진짜 충격이다. 저 지점 어딘지 몰라도 참”이라고 비판했다.

A씨가 올린 블라인드 글에도 타 은행 직원들로 보이는 댓글이 달렸다. 기업은행으로 표기된 한 회원은 “실화면 정말 통쾌”라고 적었고 그 댓글에 A씨가 “얘 중도금 대출 연체이자 내고 있을거야 지금. 저축은행이라 비쌀텐데… 안됐다”라고 대댓글을 달았다.

신한은행이라고 표기된 또 다른 회원은 “은행 시스템 승인났을건데… 대출 거절을 어떻게 했냐”고 묻자 A씨는 “채무가 많고 고금리업권 대출 보유중이라서 안 된다고 DTI(총부채상환비율)도 초과된다고, 어쩌고 저쩌고 못 알아들을 소리해서 거절했어. 승인난다고 다 해줘야한다는 규정 없잖아”라고 말했다. A씨는 (본인이) 고객을 봤을 때 관상이 안 좋다고 생각이 들면 “100% 연체진입니다. 불성실 채무자감이다”라고 말한다고 밝혀 충격을 주기도 했다.

A씨 행동 과했다는 반응도
농협 측 “억울하다”

반면 A씨의 행동에 대해 문제를 삼은 글들도 있었다. SBI저축은행으로 표기된 한 회원은 “솔직히 말해 그 고객이 잘못 말한 건 없는 거 같다. 점심시간에 대한 해결은 회사 몫이고 점심시간 때문에 고객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운영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이어 “점심을 먹는 도중 다시 돌아와야만 했다면 그건 고객 책임이 아니라 적절한 대체자를 준비하게끔 하지 못한 회사에 잘못이 있는 것 같다”고 사 측을 비판했다.

이어 “이런 응대는 프로페셔널하지 못한다고 본다. 진짜 진상인 사람도 있겠지만 글에서 고객이 했던 말만 들어보면 선을 넘지는 않은 것 같다”고 글을 마무리 지었다.

농협계열사인 NH농협생명으로 표시된 회원은 “무엇보다 하루 전날 대출심사 거절 통보를 한 것도 굉장히 악의적인, 감정적인 대응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농협생명 회원은 그 고객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맞지만 그에 대한 대응이 저게 과연 맞나 싶다며 그 사람 아마 그 대출 때문에 엄청난 곤란을 겪었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와 관련해 농협 관계자는 “직원의 개인적인 악감정으로 대출 거절은 발생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데이터만 놓으면 신청서 연계가 돼 있어 고객님들 여신 한도에 따라 (대출 여부가) 결정되는 거다. 직원이 이걸 하고 안 하고는 할 수 없다”라고 농협 직원의 글이 말도 안 된다는 의견이다.

또한 한 지점의 농협 직원 개인의 일탈이기에 농협 전체로 묶기에는 억울하고 이 문제에 대해 농협 측의 입장으로서 대변하기에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해당 관계자는 “농협은 기본적으로 고객에 대한 서비스 마인드 교육도 하고 있고 제도적으로 여신 시스템이 우수하게 갖춰져 있다. 농협 전체적으로는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기 때문에 개인들을 다 컨트롤하고 일일이 다 대변할 수 없어 여기에 대해서는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신유진 기자 yjshi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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