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을 먹을 때 드러나는 남녀의 심리에 관한 보고서]
“식사 같이 하시죠” 하는 그, 당신을 테스트 중이다직업상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중 상당수와 적어도 한번 이상 식사를 한다. 기자는 밥 먹을 때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 처음 만난 사람과 밥을 먹으며 이어지는 뻐근한 침묵은 마음을 짓누르곤 했다. 식사력(力)으로 따진 기자는 어떤 사람일까? 매뉴얼의 목차를 손가락으로 죽 짚어가다 움찔. 지나치게 직설적이라 더 가슴이 아프다. ‘일벌레라는 증거. 동시에 인간적인 매력도 없다.’
비즈니스든 연애든 상대를 파악하는데 함께 식사하는 것만큼 훌륭한 시험대가 없다. 먹을 때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과 심리는 속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루한 남자와 밥먹지 마라](저자 시부야 쇼조·사과나무)는 먹을 때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과 남녀간의 심리를 분석한 일종의 설명서다. 상대방의 식습관을 골똘히 관찰하고, 목차에서 해당하는 챕터만 뽑아 읽으면 끝. 참 쉽다.
일본의 저명한 행동심리학자인 저자는 함께 식사를 한다는 행위 자체가 상대를 파악하는 하나의 ‘테스트’라고 말한다. 고로 ‘밥을 같이 먹어 즐겁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진정 유능한 사람이라는 얘기다. ‘식사력(食事力)=경쟁력’이라는 새로운 공식을 세운 문제의 ‘설명서’를 따라 추석연휴 유능한 인재로 거듭나보는 건 어떨까.
혼자 술 마시는 여자, 그녀의 정체는?
고즈넉한 늦은 저녁, 조용한 바(Bar) 혹은 선술집에 늘씬한 여인이 혼자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십중팔구 외로운 ‘늑대’들의 방문을 기다리는 거라 지레짐작한 한량이 한껏 무게를 잡고 접근한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안됐지만 ‘설명서’는 어설픈 한량에게 ‘저리 꺼져’등의 독설을 뒤집어쓸 각오나 하라고 이른다. 술집에 당당하게 들어오는 여성 중에는 남자와 대등한 입장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커리어우먼, 즉 자신감과 프라이드로 무장한 ‘강철녀’가 대부분이다. ‘외로운 그대 나와 함께…’식의 어설픈 추파는 코웃음거리도 안된다는 얘기다.
그럼 그녀들을 위한 공략법은 뭘까. 설명서는 친절하게 그 방법까지 제시한다. 이런 부류의 여성들은 일이나 취미를 통해 다양한 남자들을 만나왔다. 고로 특별히 낯을 가리지도 않고 화젯거리도 풍부하다. 관심을 끌고 싶다면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해주고 그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교양과 대화가 필요하다.
반면, 절대 두 번 다시 밥을 사서는 안 되는 여자부류도 있다. 얻어먹는 자리에서 비싼 메뉴만 골라 먹는 여자는 궁상맞아 보인다. 이런 여성은 남자를 ‘물주’라고 생각한다. 그 속내엔 ‘이왕 얻어먹는 거 비싼 걸 먹어야 손해 안 본다’는 정신적인 굶주림이 내재돼 있다.
대접하는 상대방은 처음부터 돈을 아끼고 싶은 마음이 없다.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런데 최고급 음식에만 정신이 팔려 있으니 대화가 될 리 만무하다. 그야말로 ‘평소엔 이런 음식 구경도 못해본’ 티를 팍팍 내며 ‘영원히 안녕’을 고하는 식이다.
임자 있는 그 사람 ‘이런 얘기’ 했다면?
중화요리 먹는 와중에 ‘생선초밥’ 얘기를 하는 사람은 배우자(애인)에게 불만이 있다는 뜻이다. 눈앞에 맛있는 음식이 있고 모두 맛있게 먹고 있는데 다른 음식을 입에 담는 것은 ‘내 맘은 콩밭에 가 있어요’라는 증거다.
예를 들면 새로운 연인과 함께 있어도 옛 사랑을 잊지 못해 자기도 모르게 과거 이야기를 꺼내버리고 마는 참으로 심난한 타입인 것이다. 눈앞에 있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며 늘 욕구불만에 차있다.
한편 남자가 이성과 식사를 하며 자기 가족 이야기를 늘어놓는 경우, 그의 속내는 뭘까? 답은 ‘당신이 마음에 든다’는 것이다. 경계심을 품고 있는 사이에서는 그만큼 사생활을 드러내는 것이 어렵다.
반대로 남자 역시 여성이 가족 이야기를 늘어놓으면 다정하고 따뜻한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다. 다만 주의할 것은 절대 ‘가족자랑’이 되서는 안 된다는 것. 또 이야기가 너무 우울해서도 안 된다. 예를 들어 “우리 아버지는 백수고, 어머니는 알코올중독이고, 누나는 허영심이 넘치는데…”식의 이야기 말이다. 가족에 대해 말할 땐 따뜻하고 행복한 느낌의 내용을 고르는 게 요령이다.
한편 식도락 문화가 발달하면서 유난히 맛집을 찾아 누비는 사람들이 늘었다. 또 처음만난 사람을 자신의 단골집으로 안내하는 일도 잦다. 업무상 이런 사람들을 만났다면 상대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먼저 ‘맛집 찾아 삼만리’를 감행하는 이들은 집착이 강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대게 한가지에 빠지면 헤어 나오지 못할 만큼 열성적인 성격이다. 또 자신이 수집한 정보를 남에게 보이며 과시하는 것을 즐긴다.
상대를 단골집에 꼭 데려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자기중심적인 사람의 달갑지 않은 호의로 보면 된다. 단순히 식사뿐 아니라 다른 상황에서도 이런 성향이 드러나기 쉬운데 정작 자신은 악의가 없기 때문에 상대는 혼자 끙끙 앓을 수밖에 없다는 것, 기억하자.
저자-시부야 쇼조
행동심리학자. 사람들이 무심코 하는 ‘말과 행동’에서 심층 심리를 파악해 인간행동 관찰학 분야를 개척했다. 1946년 가나가와 현 출생. 현재 메지로 대학교수이자 문학박사. 저서로〈웃으며 말을 거는 것만으로 타인에게 호감을 주는 법칙〉〈좋아하는 사람에게 사랑받는 심리학〉〈타인을 읽으면 재미있다〉등이 있다.
# ▷ 식사 중 드러나는 버릇, 이런 속내!
·밥을 지저분하게 먹는 사람
- 다른 사람에게 일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타입.
·당당하게 더치페이 주장하는 여자
- 좀처럼 연애에 진전이 없는 무료한 인생.
·큰 소리로 다른가게 칭찬하는 사람
- 이성에게 인기 꽝.
·‘손님은 왕이다’를 부르짖는 허세가
- 억눌린 콤플렉스 덩어리.
·음식이 식는데도 계속 이야기하는 사람
- 자기 입장을 호소하고 싶은 속내.
·블로그에 올릴 음식사진만 열심히 찍는 사람
- 일의 핵심을 놓치는 쭉정이.
·싫어하는 음식을 노골적으로 피하는 사람
- 배려심이 없는 인간.
·지나치게 사양하는 여자
- 두 번 다시 식사초대 받지 못하는 씁쓸한 인생.
·자기 것만 ‘추가’ 주문하는 사람
- 각자 알아서 즐기자는 심리.
·작은 소리로 소곤소곤 말하는 사람
- 마음속에 켕기는 게 있다.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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