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넘어 DJ까지 압박하나?

대우그룹 구명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용석 검사장)는 지난 6월 19일 LG그룹 방계 3세인 구본호(32)씨를 증권거래법 위반혐의로 전격 체포했다. 조풍언씨와의 불법 주식거래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에 앞서 검찰은 지난 18일 이건수 동아일렉콤 회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조사한 바 있다. 사건의 내막에 대해 알아봤다.
투자하는 종목마다 연일 상한가를 기록해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던 LG가 방계3세 구본호씨가 결국 지난 6월 19일 저녁 대검 중수부에 긴급 체포됐다. 재미교포 무기중개상 조풍언씨와 불법 주식거래를 한 혐의다.
구본호씨는 지난 2006년 9월 미디어솔루션(현 레드캡투어)를 인수하며 코스닥시장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구본호씨는 레드캡투어 이후로도 액티패스, 동일철강, 엠피씨 등을 인수 혹은 투자했고 인수하는 종목마다 많게는 10일 이상 상한가로 치솟으며 급등했다.
몰락한 LG가 방계3세
복잡한 지분 거래로 부당 차익을 얻었다는 혐의도 있다.
구본호씨는 2006년 말 7000원에 인수했던 레드캡투어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홍콩의 한 펀드에 4만5000원에 매각했다.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한 지 보름 만에 5배 이상의 차익을 거둔 것이다.
이 때문에 구본호씨는 그간 주가 조작 혐의로 금감원 조사를 받아왔다. 또한 LG가문 내부에서도 구본호씨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에 불편한 감정을 토로하며 ‘주식투자를 자제하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런데 결국 문제가 터졌다. 검찰이 ‘대우 구명로비’ 의혹을 수사하던 도중 우연찮게 구본호씨의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를 발견한 것이다.
대검 중수부에 따르면 구본호씨는 지난 2006년 레드캡투어의 유상증자에 조풍언씨의 회사인 것으로 알려지는 글로리초이스차이나를 끌어들였다.
당시 글로리초이스차이나는 주당 7000원에 20만주를 인수했고, 이후 레드캡투어 주가가 4만원 이상으로 치솟자 큰 차익을 거뒀다. 이에 따라 검찰은 구본호씨가 주가를 조작해 조풍언씨가 차익을 거둘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보고 있다. 조풍언씨는 2006년 3월에도 대우정보시스템의 전환사채를 저가에 발행한 뒤 글로리초이스차이나가 인수토록 해 대우정보시스템에 365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구본호씨가 조풍언씨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검찰이 구본호씨 외에 다른 재벌가 자제들의 주식 투자에 대해서도 조사할 뜻을 내비치고 있어 당분간 구본호씨의 ‘몰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구본호씨는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 회장의 동생인 구정회 고문의 손자다. 구본무 LG그룹 현 회장과는 6촌사이다.
검찰 관계자는 “구씨가 주식거래 과정에서 내부자거래, 허위공시 등을 통해 주가를 조작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긴 정황이 일부 확인됐다”며 그를 체포하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한편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의 6촌 동생인 구본호씨와 LG그룹이 연관되는 것에 대해 경계하는 모습이다.
LG 관계자는 “구본호씨는 현 LG그룹과는 상관이 없으며 엄밀히 말하자면 범LG가의 한 사람”이라며 “본호씨는 LG그룹에 근무한 적이 없으며 미국이나 일본에서 주로 공부하고 자신의 사업을 해 LG그룹과는 관계를 갖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동아일렉콤 회장 소환
이에 앞서 통신시스템 개발업체인 동아일렉콤 이건수(66) 회장도 지난 6월 18일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통신시스템 개발업체인 동아일렉콤은 대우그룹 구명 로비의 창구로 지목받고 있는 조풍언씨가 대주주인 대우정보시스템의 주식을 2.6%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은 김대중(DJ)정부 때 대통령 특사 고문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하기도 하는 등 정치권에 인맥이 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달 말까지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인 중수부는 지난 16일 오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또 불러 5시간 동안 조사했으며 이날도 대우그룹 전 관계자들을 소환하는 등 막바지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김우중 전 회장의 은닉재산을 찾아내 추징하는 일과 대우그룹 퇴출 저지를 위한 정ㆍ관계 로비 의혹의 실체 규명이라는 두 갈래로 수사를 진행해 왔는데 재산을 찾는 수사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최 기획관은 "이달 말까지 수사를 끝내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기소 대상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pjy092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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