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 · 휠체어 정치는 끝났다
지팡이 · 휠체어 정치는 끝났다
  • 백은영 기자
  • 입력 2008-06-25 11:00
  • 승인 2008.06.25 11:00
  • 호수 739
  •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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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DJ”

“DJ 지팡이는 부러졌고, DJ 벨트는 풀어졌다.” DJ의 입김이 예전만 같지 않은 징후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DJ 지팡이만 꽂아도 무섭게 결집해 허리의 힘을 받쳐주던 DJ의 벨트(호남)의 붕괴가 급속히 찾아오고 있다.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호남의 맹주 DJ신화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지팡이와 휠체어 정치가 힘을 잃고 있다.

“국회에 들어가서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한다. 정치를 복원하고 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찾기 위해 국민의 요구인 재협상을 확실히 하고 지키기 위해서라도 들어가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에게 이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


정치권 DJ와 거리두기

그러나 과거 민주당이라면 DJ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국회 등원준비를 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뜻밖의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소위 개혁파라 불리는 ‘개혁과 미래 모임’ 소속 의원들은 “우리도 국회에 들어가고 싶지만 지금은 등원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며 “한나라당 협상에도 득이 안 된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당대표에 출사표를 던진 정대철 상임고문의 발언에서도 포착됐다. 정 고문은 “열린 우리당을 실패한 집단으로 인정하고 김대중과 노무현의 프레임을 한꺼번에 뛰어 넘어야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공통적인 생각은 ‘더 이상 DJ의 후광과 호남이라는 인공호흡기에 의지하지 않고 과거의 생각에서 벗어나야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진일보하기 위해서는 DJ라는 맹주와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속내는 더 이상 김심은 파워가 없다는 것을 자각한 발 빠른 정치적 계산으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이를 방증하는 일이 벌어졌다. 18대 총선에서 DJ의 핵심 벨트라인인 전남 목표와 무안·신안에서 민심붕괴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리틀 DJ인 차남 홍업의 무안·신안의 낙마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DJ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려하는 호남권의 변화는 멈추지 않고 있다. 전라남도가 2124억 원을 들여 지난 2000년 6월에 착공한 목포시와 신안군 압해도를 잇는 연륙교의 명칭을 두고서도 호남민심의 반발이 일어났다.

전남도가 지난해 2월부터 주민과 공무원 등의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다리명칭을 공모한 결과 선정된 ‘김대중 대교’라는 명칭이 선정됐다. 그러나 압해 주민들로 구성된 김대중 대교 결사반대위원회가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DJ라는 애증의 이름

당황한 DJ측은 “연육교 명칭을 김대중 대교로 명명하는 과정에서 사전에 우리와 상의한 적이 없다”며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의 실명이 어느 곳에서든 명칭으로 사용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무마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호남권의 민심이반에 DJ가 당황하고 서운해 했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이는 목포 후광로(후광은 DJ의 아호),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 전남도청 김대중 강당 등 김대중으로 시작되는 거목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호남권의 노력이 시작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처럼 호남권에서는 더 이상 DJ의 그림자를 밟지 않으려는 징후들이 포착되고 있다. 이제 호남만의 독자적인 정치생존의 전략을 만들기 위함이다. 특히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의 실패로 DJ 뒤를 이을만한 정치적인 지도자가 없다는 것도 고민 중 하나다.


백은영 기자 about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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