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학자들이 본 ‘대통령과 형님’
정치학자들이 본 ‘대통령과 형님’
  • 백은영 기자
  • 입력 2008-06-24 17:01
  • 승인 2008.06.24 17:01
  • 호수 739
  • 10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형(兄) 에게 형(刑) 을 묻다

‘혈육을 떠난 정신적 지주이자 우상’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 의원을 빗대어 자주 표현되는 말이다. 한나라당 소장파가 중심이 된 이상득 의원 2선 퇴진요구에도 ‘혈육의 정’ 이상의 강한 포옹력으로 대통령과 형은 각각 서로를 감싸 안았다. DJ정권시절 권노갑-정동영 항명파동을 연상시키는 2선 퇴진운동에서 각별한 형제애와 전우애를 보였다.그러나 이 대통령에게 이 의원은 단순한 혈육이라는 형제관계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이 대통령은 이 의원에게 감히 범주하기 힘든 오마주 (hommage, 프랑스어로 존경, 경의를 뜻하는 말)를 느끼고 있는 것 같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이 대통령은 충신을 자처하는 정두언 의원의 충고를 듣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 의원들의 인신공격 행위와 발언들이 걱정스럽다”며 “더 이상 형님에 대해 거론하지 말라”고 일침을 가했다.


‘정신적 지주이자 우상’

그의 분노는 상상이상이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형에 대한 애정이 이 정도 일지는 몰랐다’며 당혹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표적이 된 이상득 의원도 일선 퇴진론에 대해 “나쁜 짓을 했을 때 정풍 대상이 되는 것이다”며 “국회의원은 자기 지역구에서 유권자들이 그만두라고 했을 때 그만두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대통령과 형의 형제애와 관련해 성장과정부터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대통령이 이 의원을 표현할 때 ‘우리 집의 희망’이라고 표현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자신보다 키도 크고, 인물도 좋았을 뿐만 아니라 머리도 좋은 형을 질투하기 보다는 선망했다. 거기다가 이 의원은 동지상고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서울대 상대에 진학했다.

이 대통령의 집안은 그를 뒷바라지하기 위해 이 대통령과 여동생만을 시골에 남겨두고 서울로 상경하기까지 했다. 이 대통령은 여동생과 함께 죽을 쑤어 먹으며 가난을 이겨냈다. 그러나 이의원은 코오롱에 입사해 기대에 부응하며 가정을 일으켰다. 집을 샀으며 이 대통령이 대학을 진학할 수 있도록 물질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또 이 대통령이 고려대 총학생회장 직무대행 시절 6.3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수배를 받았을 때 은신처를 제공했으며 자수를 했을 때 고향 형사를 소개시켜주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어려운 순간마다 형을 찾았고 형은 그에게 길을 안내했다. 이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하기까지도 이 의원은 물심양면 안내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처럼 이들이 “성장과정에서부터 지금까지 겪은 삶의 질곡들로 생긴 끈끈한 애정은 평범한 가정의 형제애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부분이다.

특히 노무현의 친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가 있지만 마땅히 사람이 없고 특히 사람을 믿지 못하는 CEO형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 이 대통령에게 믿을 만한 사람은 자신의 혈육이 형밖에 없는 것이다.


정치적-심리적 이유 제각각

이에 대해 대통령리더십 연구소 최 진 소장은 “정치적인 이유와 심리적인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며 “형이기 전에 가장 든든한 후견인으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두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정치적인 이유와 집안의 기둥이자 우상이라는 형에 대한 의존심리가 깊이 박혀있는 심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절대적 정신적인 지주와 후견인은 권력을 잡기 전까지 일등 공신이지만 권력을 잡고나면 부담요인이다”며 “이 의원의 존재가 대통령에게는 양날의 칼이 된 것으로 잘 사용하면 무기가 되지만 잘못하게 자신에게 해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백은영 기자 aboutp@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