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민심 보수로 꺼라?”
“촛불민심 보수로 꺼라?”
  • 백은영 기자
  • 입력 2008-06-24 17:00
  • 승인 2008.06.24 17:00
  • 호수 739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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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꿈’ 보수대연합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5일 낮 청와대에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를 초청해 오찬 회동을 갖기 위해 녹지원 길을 걸어가며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MB)이 난국 해법으로 제시했던 보수연합은 결국 당 내외 반발로 이룰 수 없는 꿈으로 좌초됐다. 촛불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서 꺼냈던 비장의 카드인 보수 대결집은 모양새가 어울리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MB의 각본으로 인해 뜻하지 않은 곳에 불통이 튀겼다.

바로 MB와 난국타개 파트너로 지목됐던 자유선진당이다. 최근 창조한국당과의 교섭단체구성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조성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촛불민심을 잠재우는 대항마로 부상되는 것이 심적인 부담감으로 작용되기 때문이다. 자칫하다보면 보수라는 이름으로 MB와 같은 강경한 노선을 걷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내부에 있었다. 이회창 총재와 심대평 대표 체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총리인선을 두고 이 총재와 심 대표간의 갈등이 수면위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결국 MB가 이루려했던 거대보수연합은 하룻밤의 꿈으로 끝나고 결국 보수연합의 분열을 가져오기만을 했다.

MB의 보수연합구상으로 여권에서도 논란이 빚어졌다. 쇠고기 파동으로 인해 보수대연합으로 위기를 정면 돌파해야한다는 여론이 일어나고 있지만 역풍을 우려하는 내부반발도 만만치 않다. MB가 구상하는 보수대연합은 자유선진당 심대평 대표를 신임 총리로 기용하고 친박(친박근혜)인사들의 복당을 전격 추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소장파 리더격인 한나라당 모 의원은 “지금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보수 뭉쳐라’ 가아니다”고 말했다. 공성진 의원도 “촛불집회 대항마로 보수대연합을 해야 한다는 논리는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도 보수대연합에 대해 “별 실체가 없는 일이다”며 “보수연합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처럼 불협화음에 여권뿐만 아니라 자유선진당이 깊은 내홍에 휩싸였다. 이 총재가 심 대표의 총리인선설에 강한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지난 15일 MB와 이 총재의 전격적인 회동에서 ‘보수대연합’과 ‘심대평 총리 내정’이라 키워드가 오고갔을 것이라는 얘기가 정가에 퍼졌다.


MB “촛불 민심 대항마 찾아라”

그러나 정작 회동에 참석한 이 총재는 보수대연합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쏟아내며 ‘심 대표의 총리인선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또한 고의로 총리설을 흘리며 내부 분란을 키우려고 한다는 외부에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이 총재는 “보수대연합이 정말 필요할 땐 필요하다고 보지만 지금 이 시점의 위기를 푸는 길은 그것(보수대연합)보단 양극화에서 밀려난 약자 측을 헤아리고 보듬는 자세의 전환”이라며 “심 대표의 총리직 제안은 받은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 총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17일 MB에게 전화를 걸어 심대평 대표의 총리 기용설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요청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 총재가 임영호 비서실장을 통해 청와대 박재완 정무수석에게 연락을 해 통화가 성사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총리 인선에 거론되는 심 대표의 마음은 이미 청와대 입각에 가까이 있었다. 심 대표는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나라가 9회 말 2아웃 상황인데 감독(대통령)이 부르면 선발 투수감이라 하더라도 ‘원포인트 릴리프(구원 투수)’를 맡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긍정의 의사를 밝혔다.

또 한 라디오 방송에서도 “(당의 의견에 앞서) 국가가 잘되도록 하는 것이 기본 책무”라며 총리직 수락 의사를 우회적으로 밝혔다. 이처럼 총재와 대표 간 파열음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유선진당 파워게임 본격 개막

정계에서는 자유선진당 내부의 파워게임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만약 심대표가 총리로 입각할 경우 당의 간판과 충청권의 민심이 심 대표로 급격히 기울 수 있다는 이 총재의 위기의식에서 나왔을 견제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당의 2인자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소외되고 있는 심 대표가 총리라는 동앗줄을 타고 기사회생을 위해 정치적 모험수를 두고 있다는 해석이다. 좀처럼 강연한 발언을 하지 않은 부드러운 카리스마형인 심 대표가 이처럼 강한 의사를 밝힌 것은 총리인선뿐만 아니라 당내의 입심의 파워를 키우기 위한 전초전 성격인 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보수대연합과 심 대표의 총리인선은 한 물 건너갔다.

또한 심 대표는 지역구를 살피겠다는 말만 남기고 수차례의 전화에도 연락두절한 상태로 모든 언론과의 접촉을 끊었다. 이에 이 총재에게 불만의 표출로 한동안 칩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남기고 있다. 또한 일각에서 총리직에 대해서 지나치게 자리욕심을 부린다는 부정적인 여론에 대해 심적인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자유선진당 측은 “일각에서 돌고 있는 갈등설은 없다”며 “서로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생긴 해프닝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MB의 무심코 던진 돌에 맞은 자유선진당은 수뇌부의 균열이라는 위기에 직면해있다. 이 총재와 심 대표 둘 다 외상없는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빠져있는 상태다. 과연 이들은 갈등관계를 잘 봉합하고 보수라는 험한 길의 자객이 될 수 있을 것일까. 보수대연합이라는 키워드, 6월 정가를 바라보는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백은영 기자 about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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