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 제1탄- 베일 벗는 ‘이후락 30년간의 비밀’
특종 제1탄- 베일 벗는 ‘이후락 30년간의 비밀’
  • 윤지환 기자
  • 입력 2008-06-24 16:49
  • 승인 2008.06.24 16:49
  • 호수 739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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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락(전 중앙정보부장) 막대한 재산 관리인 찾았다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의 운전기사였던 박 모씨가 소유한 강남의 OO빌딩 등기부등본. 그는 70년도에 건물터를 매입했다. 이 전 부장의 소유로 알려진 건물 등기부등본. 그러나 등기부등본에는 소유주가 누구인지 드러나있지 않다.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 소유로 보이는 부동산 등 막대한 재산이 제3자에 의해 관리돼 온 정황이 본지 단독취재 결과 포착됐다.

제3의 관리자로 보이는 장본인은 박모씨로 과거 이 전 부장의 운전기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과거 이 전 부장의 비자금을 세탁한 인물은 상업은행 지점장 출신 S씨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S씨는 이 전 부장과 절친한 사이로, 이 전 부장이 권력을 잡은 직후 고속승진을 거듭해 이 전 부장의 고향인 울
산 상업은행 지점장으로 발령받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 머무는 동안 당시로선 상상도 하기 힘든 거액의 비자금을 세탁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전 부장은 박정희 정권 당시 대통령비서실장, 중앙정보부장을 거치며 ‘나는 새도 떨어 뜨린다’고 할 만큼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쥐었던 실세 중의 실세였다. 이 전 부장은 대한민국에 '떡값'이라는 말이 처음 회자되게 만든 사람이기도 하다.

그동안 이 전 부장의 비자금은 소문만 무성했을 뿐 실체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아 많은 추측을 낳았다. 그 중 이 돈을 해외로 빼돌렸을 것이란 추측이 유력했다. 하지만 박씨의 재산내역을 추적해본 결과 그가 강남 최고의 빌딩부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이 전 부장의 재산이 국내 부동산 투자에 쓰였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더불어 이 빌딩 중 일부는 그가 운전수로 재직할 당시인 70년도부터 그의 소유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 부장의 재산이 얼마인지 정확한 액수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다만 1980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신군부는 이 전 부장의 부정축재재산을 194억원으로 발표했다.


이후락 재산 관리자 누구?

그가 이 돈을 빼돌린 70년대에 서울의 주택 한 채 가격이 200만원 정도였다. 이를 감안해 194억을 현재 금액으로 환산해 보면 그 액수가 무려 2조원에 이른다. 이 전 부장이 챙긴 돈에 대해선 나도는 말들이 많다. 일설에는 해외 금고에 지금까지 밝혀진 것 보다 훨씬 많은 돈이 축적돼 있다고 한다. 80년대 초 작성된 미국 의회의 보고서에도 이 전 부장은 스위스에 비밀정치자금을 예치하고 관리하는 인물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그 자금의 규모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선 그의 재산이 부동산 투기시장으로 흘러갔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실제로 그가 은퇴 후 거주한 집은 수만 제곱미터 규모의 대저택이고 별장 또한 이 못지않다. 이처럼 이 전 부장은 대형 부동산을 다수 소유한 것으로 드러나 부동산 투기설에 무게를 싣고 있다.

70년대 중반, 황무지나 다름없던 강남에 개발광풍이 몰아칠 때 부동산 투기에 열 올리던 속칭 복부인들 사이에선 온갖 소문들이 난무했다. 그 중 복부인
들의 귀를 솔깃하게 했던 것은 유력 정치인들이 비자금을 조성해 강남땅을 마구잡이로 사들이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복부인들은 권력자들의 움직임에 편승하면 손해 보는 일은 없다는 판단아래 모든 자금력을 동원해 강남땅 사들이기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복부인들의 판단은 옳았다. 강남에 각종 아파트 대단지가 들어서면서 강남 부동산 시세는 무섭게 치솟았다. 이로 인해 졸지에 벼락부자가 됐다는 의미의 ‘졸부’란
말까지 등장했다.


내 땅 주장한 박씨 행방 감춰

이 전 부장의 운전기사였던 박씨도 이 졸부들 가운데 한 명이다. 강남구청 지적과를 통해 박씨에 대해 알아본 결과 그는 강남의 강남역 주변 그리고 역삼동과 대치동 등 이른바 노른자위 땅에 20채에 가까운 대형 빌딩을 소유한 부동산 재벌이었다.

지적과 직원에 따르면 개인단위로서는 박씨가 강남에서 가장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씨는 어떻게 이 많은 재산을 축적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그가 소유하고 있는 건물과 토지의 등기부 등본을 확인해 보니 대치동에 위치한 ○○빌딩도 그의 소유였다. 이 건물은 900m² 규모의 건물로 강남의 모 유명 대중음식점이 이 건물 내에 있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이 건물의 토지를 매입한 시점이다. 등기부 등본에 따르면 박씨는 1970년 이 건물을 사들인 것으로 돼 있다. 이 시기는
그가 이 전 부장의 운전기사로 재직 중일 때다. 이 해 이 전 부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서 중앙정보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말하자면 이 전 부장이 한참 권력을 쥐락펴락할 때 박씨는 이 건물을 사 들인 것이다. 운전수에 불과했던 그는 무슨 돈으로 이 땅을 샀던 것일까.

의문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역삼동에 있는 박씨 소유의 또 다른 건물은 ○○빌딩보다 규모가 더 크다. 그가 이 빌딩을 사 들인 때 역시 이 전 부장이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던 70년대 초반이다.

또 박씨의 부동산 소유과정 뿐 아니라 재산 관리방법도 의문투성이다. 박씨는 70년대 초반 다량의 강남 토지를 사들인 이후 지금까지 팔아치운 땅이 거의 없다. 대부분의 부동산이 주인 한번 바뀌지 않은 채 70년도부터 지금까지 박씨 일인 소유로 돼 있다.

이에 박씨 소유의 한 건물로 직접 찾아가 봤다. 최고급 외제차 전시 및 판매장이 들어서 있는 이 건물은 현시가로 300억원이 훨씬 넘는다. 이 건물 길 건너편에 위치한 A부동산중계업소에 들러 건물에 대해 물어봤다.

중계업자는 “저 자동차 매장이 들어올 때 자동차 회사에서 그 건물을 통째로 사들이려 했다”며 “건물 전체를 자동차 매장으로 꾸미려 했었는데 건물주인 박씨가 절대 팔지 않겠다고 버티는 바람에 결국 매매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들리는 소문에 저 건물의 실제 주인은 따로 있다고 한다. 박씨는 건물을 팔지 않겠다며 내가 팔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고 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박씨가 강남 최고의 빌딩 부자라는 사실은 이 중계업자도 대충 알고 있었다.

그는 “그런 소문을 듣긴 했어도 그가 어디에 무슨 건물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씨가 어떻게 이 많은 부동산을 사들일 수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박씨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박씨와 연락이 닿은 한 인사는 “박씨가 얼마 전 나에게 전화를 걸어와 강남의 부동산은 모두 순수한 자신의 노력으로 생성된 재산이며 이 전 부장의 재산을 관리하고 있다는 말은 헛소문”이라며 “이 전 부장과 별도로 강남 개발 소식을 듣고 지인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사 모은 내 재산이라
말했다”고 전했다. 이때 박씨는 과거 이 전 부장의 운전기사로 근무한 적이 있다고 스스로 밝혔다.

박씨는 “내가 이 전 부장의 운전기사로 일한 건 맞지만 그의 재산을 관리한 적은 없다”고 이 인사에게 말했다고 한다.

또 이 전 부장의 가족들 역시 박씨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다. 그의 직계 가족 중 한명인 이모씨는 “박씨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 예전에 운전기사가 있었긴 했지만 그의 이름이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는다”며 “거액의 재산을 제3자가 관리하고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다.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한편 강남역 부근에 위치한 3000m² 규모의 대형 빌딩도 이 전 부장의 소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개월 전부터는 이 건물이 현 여당 실세의 소유로 넘어갔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에 이 건물의 소유주를 확인해 봤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등기부 등록의 관리자란에는 소유자에 대한 기록이 없었다.

이 건물의 세입자는 임대에 대한 계약관계를 묻는 질문에 "그런 문제는 외부에 알려줄 수 없다"며 입을 닫았다.


#행방불명 은행지점장 S씨 미스터리

“이후락 돈세탁 깊숙이 관여”

전 상업은행 울산지점장이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의 돈세탁을 담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을 펴고 있는 인물은 다름 아닌 S씨의 부인 O씨다.

O씨는 “내 남편이 상업은행에 재직 시절 고모씨로부터 이 전 부장을 소개받아 가까이 지냈다”며 “남편은 이 전 부장과 가까이 지내면서부터 고속승진을 거듭했고 그러더니 울산 지점장으로 발령받아 갔다”고 말했다.

또 O씨는 “울산지점장 재직 당시 남편은 이 전 부장의 돈세탁에 적극 관여했다”며 “남편은 어음을 발행하고 강남의 땅을 사들였다. 그때 발행한 어음을 내가 찾아내 아직 보관중이다. 차명 계좌를 여러 개 만들어 이 전 부장의 돈을 따로 관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O씨는 “남편은 내가 알지 못하는 이름으로 무수히 많은 땅을 사고팔았다”며 “그런데 그것은 다른 사람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일부는 남편이 챙기기도 했다. 남편은 그렇게 해서 챙긴 돈으로 황제 같은 삶을 살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나중에 알고 보니 남편이 관여한 사업의 상당부분이 이 전 부장의 재산과 연결돼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70년대엔 부동산실명제나 금융실명제가 시행되기 전이어서 당시의 차명으로 이뤄진 거래 내막을 밝히긴 쉽지 않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선 S씨의 증언이 필요하다. 하지만 S씨는 현재 서류상 사망한 것으로 돼 있다.

O씨는 이에 대해 “남편은 사망한 것으로 돼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그는 지금 어디선가 멀쩡히 살아 있다”며 “남편은 95년에 묘가 만들어지고 96년
에 사망신고가 됐으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가족 중 사망신고한 사람도 없고 묘소도 정확히 어떤 것인지 모른다. 행방불명 상태인데 여기저기서 남편을
봤다는 소식이 들린다”고 말했다.


##수년간 이후락 수발한 가정부 김모씨 미니 인터뷰

“이후락에 부동산 뺏겼다는 사람들 찾아왔다”

- 이후락씨 건강상태는 어떤가.
▲ 거의 식물인간이나 마찬가지다. 몸은 건강하지만 중증 치매를 앓고 있어 아무도 못 알아보고 식사도 스스로 하기 힘든 상황이다. 누구의 도움 없이는 꼼짝도 못한다고 보면 된다.

- 지금 현재 어디 있나.
▲ 서울 ○○동 부근의 한 요양원에 있다. 정확히 어딘지는 나도 모른다.

- 누가 언제 요양원으로 보냈나.
▲ 성북동에 사는 둘째아들 이동훈씨가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아버지를 보살피기 위해 그쪽으로 보냈다.

- 집에 머물 때 주로 누가 이후락씨를 찾아 왔었나.
▲ 이동훈씨 외 찾아온 사람은 거의 없다. 가끔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들이 찾아와 땅 돌려 달라고 요구했다. 부동산을 이후락씨에게 빼앗겼다고 주장하는 할머니도 있었다.

윤지환 기자 jj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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