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사형통(萬事兄通) 비난에 ‘유구무언’

한나라당 82명의 초선 의원들이 갈림길에 서 있다. 당내 강경 소장파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2선 퇴진’을 요구하면서부터다. 이들과 같이 ‘형님 퇴진’을 요구할지, 아니면 ‘형님 옹호’로 전위대 역할을 할지 고민이다. 이도 저도 아닐 경우 조용히 사태를 관망하겠다는 인사들도 다수다.
이와 관련 한 초선 의원은 “초선 의원들의 구심점 역할을 할 사람이 없다”고 푸념했다.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초선 의원들 고민의 발단은 친이 강경 소장파인 정두언 의원으로부터 시작됐다. 청와대 류우익 대통령 실장을 비롯해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 정다사로 정무 1비서관, 이상득 의원의 공개 퇴진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총선 직전 ‘55인 선상반란’이 유야무야 끝난 이후 2탄인 셈이다.
정 의원을 비롯해 나경원, 김용태 의원 등 온건파 일부 초재선 의원들이 합세하면서 이 의원의 ‘2선 후퇴’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들은 ‘동조하는 초선 의원들과 함께 형님 퇴진을 공론화하기위해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초선 같지 않은 초선 상당수
이상득 의원 진영 역시 초재선 의원들이 회동을 갖으며 맞불을 놓고 있다. 양 진영은 모두 자신의 뜻에 부합되는 초선 의원을 동원해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모습이다.
지난 11일과 12일에는 친 이상득계 초재선 의원들이 뭉쳤다. 11일에는 재선이상인 안경률, 공성진, 진수희, 차명진 의원이 뭉쳐 정 의원을 공격했다.
12일에는 초선 의원인 고승덕, 안형환, 이철우, 강석호, 김장수, 나성린, 이은재 의원 등 20여명이 ‘당 화합’을 내세우면서 정두언 의원의 ‘자제’를 요구했다. 사실상 이상득계의 반격인 셈이다.
당내 친이상득, 반이상득으로 권력분파가 심화되면서 초선 의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누구 때문에 공천을 받았는데…’부터 ‘초선 역할론’까지 나오면서 양자택일을 강요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수의 초선 의원들은 함부로 움직이는 것에 경계의 모습이 역력하다.
수도권 출신의 한 초선 의원은 “사실 남-원-정으로 대표되는 강경 소장파들은 믿고 따르자니 자기 정치만 해왔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며 “17대 수요모임의 리더격인데 지금 3명만 살고 나머지 따르는 의원들은 다수가 제 갈 길을 가거나 공천도 받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초선 의원 내에도 재선 못지않은 뛰어난 초선 의원들이 다수 존재 한다”며 “김성식, 정태근, 장광근 의원이 그런 경우인데 문제는 초선 같지 않은 노련미 때문에 신뢰를 쌓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구심점이 없음을 한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초선 의원들이 뭉치기보다는 제 갈 길을 찾아서 가는 모양새를 띄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초선 의원은 “현재까지는 관망하는 초선 의원들이 다수다”며 “강경 소장파처럼 특정 인사를 지목해 ‘인적 쇄신론’을 주장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이명박 정부의 전위대로서 낙인찍히는 것
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워크숍서 ‘초선의 힘’ 발휘되나
그는 초선 의원들에게 ‘줄 세우기’식 강요하는 태도는 이미 낡은 권력 행태라며 일단 ‘조용한 행보’를 보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나라당 초선 의원의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한편 한나라당 82명의 초선 의원들은 18일 워크숍을 갖는다. 이 워크숍을 통해 초선 의원들의 당내 권력 다툼에 어느 쪽을 선택할지 윤곽이 드러날 공산이 높다.
소장 강경파와 이상득계 의원들의 대결 역시 워크숍이 분수령이 될 공산이 높아 당 지도부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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