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에 찾아온 극한의 행복과 불행의 절정

『불안의 꽃』은 인생의 말년에 이르러 극한의 행복과 불행의 절정을 모두 경험하는 노인의 이야기이다. 원제인 ‘앙스트블뤼테 Angstblte’는 ‘Angst-영어의 anxiety(불안, 열망)에 가까운 뜻’와 ‘Blte-영어의 blossom(개화)에 가까운 뜻’의 합성어이다. 이는 전나무가 이듬해 자신이 죽게 될 것을 감지하면 그해에 유난히 화려하고 풍성하게 꽃을 피워 올리는 현상을 가리킨다. 그것은 두려움으로 인한 만개이며 완전한 소멸을 눈앞에 두었을 때만이 나타날 수 있는 살아 있음의 표시인 것이다. 즉 생명을 가진 어떤 존재가 가장 살아 있고자 원하는 순간을 지칭하는 단어이다.
소설 속에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는 자본주의 친화적인 주장들, 그리고 일흔 살이 넘은 남자의 한 젊은 여인에 대한 절망적이고 열정적인 사랑, 이 두 가지는 모두 세상의 비판과 공격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소재이지만 마르틴 발저는 간결하고 명쾌한 사고, 급진적인 유머 감각, 매력적인 은유들, 그리고 빼어난 문학적 향취로 독자를 완벽한 도취의 상태로 이끌어간다.
마르틴 발저| 배수아 역|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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