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싸움 전...한국기업 설 자리 '노심초사'
배터리 싸움 전...한국기업 설 자리 '노심초사'
  • 양호연 기자
  • 입력 2020-08-27 16:31
  • 승인 2020.08.28 09:17
  • 호수 1374
  • 38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LG화학 - SK이노베이션 소송 중
[뉴시스]
[뉴시스]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최근 미 정부의 규제와 단속 강화로 국내 기업들의 경영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발단은 배터리 업계 화두로 떠올랐던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배터리 소송전에서 비롯됐다. 소송전 과정에서 이뤄진 LG화학의 행위로 전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는 우려다. 업계 일각에서는 LG화학이 양사간의 배터리 소송전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에 제출한 두 건의 문서가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SK이노베이션(이하 SK이노)와 LG화학의 배터리 소송전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LG화학은 2019년 9월 미국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분리막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ITC는 오는 10월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판결을 앞두고 있다. 양측의 배터리 소송전을 둘러싼 업계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LG화학이 ITC에 제출한 일부 문건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LG화학이 SK이노를 견제하기 위해 제출한 문건이 비단 SK이노뿐 만아니라 국내 산업계 전반의 피해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SK이노 저격 문건 제출

지난 5월 미국 국토안보부 세관국경보호국(CBP, Customs and Border Protection)은 SK이노의 미국 조지아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기 위해 미국에 입국하려는 한국인 근로자 33명을 적발해 추방한 바 있다. LG화학은 이를 언급하는 두 건의 문서를 소송이 이뤄지는 과정인 지난 6월말 ITC에 제출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SK이노와의 소송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LG화학의 시도가 결국 한국인들의 미국 입국 심사를 강화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미국 내 한국 기업들의 운영에 적지 않은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당시 추방된 이들은 SK이노의 자회사인 SKBA가 아닌 미국 기업 협력사가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LG화학이 ITC 소송 단계에서 SK이노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따르도록 ‘불법 프레임’을 씌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코로나19 확산으로 정치적 입지가 줄어 든 트럼프 정부가 자국의 일자리 보호를 위해 입국 심사를 강화하는 빌미가 됐다고 보는 일부 시각도 있다.

CBP가 해당 완성차 기업을 시작으로 한국에서 여행비자로 입국해 취업하려는 시도들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또한 최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국민을 코로나 감염의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오면서 해당 완성차 기업에 대한 여론의 이목이 또 한 번 집중됐다.

해당 글이 알려지자 업계 내부에서는 LG화학이 SK이노를 잡으려던 와중에 주요 고객사까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후문도 나온 상황이다.

일부 교민 사회에서도 “미국은 한국을 상대로 외교, 경제, 국방 및 북한 문제까지 전방위로 압박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려 난관 돌파 방안 없나

미국 트럼프 정권은 과거 고관세 보호주의 무역기조로 국내 기업들의 공장을 유치한 바 있다. ▲삼성전자 사우스캐롤라이나 세탁기 공장 ▲LG전자 테네시주 세탁기 공장 ▲롯데케미칼 루이지애나에 유화 공장 ▲한화큐셀 조지아주 태양광 공장 ▲CJ제일제당 뉴저지에 식품공장 ▲한국타이어 테네시에 타이어 공장 ▲농심 워싱턴DC 라면 공장 등을 포함해 트럼프 정권이 들어선 이후 직접 투자액만 100억 달러를 넘는다. 이런 만큼 미국 정부의 압박은 다른 한국 기업들의 피해로 직결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국민우선정책,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미 정권은 코로나 방역 실패로 일자리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이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막기 위해 막대한 실업급여 예산으로 경기를 지탱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며 “한국인 파견 근로자에 대한 까다로운 비자발급 잣대를 적용하거나, 한국인 근로자가 필요한 이유에 대한 소명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리 하나 하나가 아쉬운 시점인데다 선거까지 앞둔 상황에서 트럼프정권에 난관을 돌파할 힌트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SK이노는 LG화학이 2019년 9월 ITC에 자사를 상대로 낸 특허침해 소송은 과거 두 회사가 체결한 합의를 파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양사가 2014년 분리막 특허와 관련해 국내외에서 쟁송하지 않는다고 합의한 만큼 LG화학이 이를 무단으로 파기해 ITC에 소송을 냈다는 것. 이에 대해 소송 취하와 손해배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LG화학 측은 합의를 한 것은 맞지만 2019년 9월 ITC에 제소한 특허는 합의 대상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제63-3민사부(부장판사 이진화)는 지난 27일 SK이노가 LG화학을 상대로 낸 소 취하 및 손해배상 소송 선고기일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법원은 소송절차를 취하하라는 청구는 각하, 손해배상을 하라는 청구는 기각했다. SK이노는 1심 선고 후 입장문을 통해 항소의 뜻을 밝혔다. 사측은 “이번 쟁송의 대상이 된 지난 2014년 맺은 양사간 부제소 합의는 세라믹코팅분리막 특허에 대해 국내·외에서 10년 간 쟁송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며 “SK이노는 판결 내용에서 이슈가 된 특허 관련성에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확인하고 판결문을 분석해 항소 절차에서 회사의 주장을 적극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양호연 기자 hy@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