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간지 떴다” 노무현 현실정치 잰걸음

출범 100일을 넘긴 이명박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노간자: 멋지다는 밀어)과의 밀실야합에 대한 의혹이 솔솔 풍겨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의 대선 후보시절 가장 큰 아킬레스건인 BBK 주가조작 사건은 김경준씨의 단독범행으로 종결지어졌다. 도곡동 땅·DAS 실소유주와 상암동DMC 분양특혜 의혹도 ‘관련 없음’으로 결론 내려졌다. 대선의 결과가 거의 확정적인 가운데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를 보장받고 이 대통령의 BBK 사건을 덮어줬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이들의 밀실야합에 이상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퇴임 후 폭발적 인기를 얻으며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던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 수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 대통령이 취임 100일이 지나서야 노 전 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사건을 터뜨린 것이다. 이에 정계 일각에서는 이들이 100일간의 달콤한 밀월의 종식하고 대결구도로 새로운 막을 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이룰 수 없었던 이-노의 전략적 제휴의 파기 의혹을 파헤쳐 본다.
청와대는 지난 12일 업무 전산망을 점검하기 위해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5일 동안 청와대 내부 온라인 업무관리시스템(위민爲民) 가동을 중단하고 방문자 기록을 분석했다. 그 결과 노무현 정권시절인 올해 초 약 200만 건에 달하는 청와대 주요 내부 자료가 외부로 유출된 것을 발견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내부 전산망에 저장된 자료를 거의 통째로 들고 간 수준이며 명백한 범죄행위이고 자료를 옮긴 장소가 해킹이라도 당할 경우 중요한 국가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나섰다.
그들이 국가의 기밀자료가 흘러간 곳으로 지목한 곳은 봉하마을의 노 전 대통령의 컴퓨터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런 발표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청와대는 지난 4월 참여정부 말기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의 전산장비가 해킹으로 의심되는 컴퓨터 바이러스 공격을 받아 일부 국가자료가 외부로 유출됐다고 밝힌 것이다.
“노간지의 이지원 파괴하라”
이에 그 시점에 대한 의문이 발생하고 있다. ‘왜 지금 그 사실을 발표했을까’ 이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이미 그 사실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발표 시기를 조절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위기 전환용 카드가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한 견제용 카드로 쓰기 위해서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서로의 치부를 가려주기 위한 페어플레이 밀약이 깨졌다는 의견이 팽배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쇠고기 파문으로 촛불민심이 들고 일어나자 종교계 원로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 정권 때 처리 됐으면 지금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노 정권 설거지론’을 주장했다.
그러자 노 전 대통령도 이명박 실용정부에 대한 비난 정치를 시작했다. 지난 7일 경남 양산의 한 리조트에서 열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제 9회 전국총회에 참석해 “쇠고기 협상이 아무리 잘못됐다 할지라도 정권 퇴진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헌정질서 원칙에 맞지는 않지만 싸우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고 묘한 운을 뗐다.
이에 대해 노사모 내부에서 찬반양론에 불이 붙었다. 이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은 재야에 몸을 담고 있지만 현안에 따라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다는 정치적 참여를 과시하는 영향력 행사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이 대통령의 공격에 대해 자신이 정치라는 압박 테이프에 밀봉된 미라가 아님을 증명한 것이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의 행동에도 수많은 의혹을 낳고 있다. 495억 원의 국가예산이 지원된 봉하마을에 30억원 규모의 ‘인터넷 운용 시스템’을 구축했고 200만 건의 국가 기밀문서를 가져간 것으로 의심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시민으로 돌아가 오리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이 대북관계 및 외교문서, 국방 및 무기획득 비밀파일 등 국가안보에 관한 기밀 및 존안 등의 문서로 예상되는 국가 기밀자료들을 왜 가져 갔을까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것도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에 걸릴지도 모르는 대모험을 감행하면서 말이다.
이에 일부 보수단체에서는 “5년 동안 북한 김정일과의 무슨 비밀 협약이 있었기에 노무현 정권이 차기 정권에게 국가 기밀 자료들을 넘겨주지 않고 외부로 빼돌렸느냐”는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 테이프에 밀봉된 미라 아니다”
그러나 이는 노 전 대통령의 정치개입의 준비단계로 보고 있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미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을 작은 청와대로 만들어 측근들에게 정치적 복귀를 후원할 것이라는 말이 여의도에서 떠돌고 있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 측은 인터넷 인프라(기반)를 구축해 달 중순 정치 토론 사이트인 ‘민주주의 2.0’을 개설할 계획이다. 이는 2002년 대선 전 친노 인터넷 매체들처럼 노 전 대통령과 네티즌들이 정치적 주제를 놓고 토론하기 위한 장이다.
이에 따라서 그의 정치적 발언과 더불어 측근정치도 활발히 재계될 것으로 보인다. 즉 존재를 찾을 수 없을 만큼 흩어졌던 친노세력의 규합이 빠르게 진행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난형난제의 대결구도
그러나 이러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정부가 노무현 청와대 직원들이 불법 유출해 봉하마을로 옮긴 이지원(e知園) 시스템의 가동을 중단해달라고 공식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 측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자이던 때에 미리 양해를 구하고 기록물 사본을 갖고 나왔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청와대는 “양해를 구한 적 없다”고 부인하며 정면 대응하고 있다.
이처럼 노 전 대통령과 MB는 이지원을 놓고 전혀 상반되는 주장을 하면서 공식적인 신혼기간이 종료됐음이 확인시켰다.
워스트 오브 워스트(worst of worst)정부라는 비난으로 한때 탄핵이라는 정부수립 이후 최악의 상황까지 야기 시켰던 참여정부와 실용정부의 위기. 난형난제의 수장들의 밀약설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날 것인지 서로 물고 뜯는 이전투구로 비화돼 낱낱이 드러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또, 웬, 성비하 발언
관기에서 복당녀까지…
“진짜로 나경원, 이 사람도 좀 웃기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이회창 전 총재한테 그렇게 충성을 바쳤던 사람이다. 그러다가 이회창 총재가 탈당하니까 그대로 독설을 퍼부어 대는데 그 때 참 민망했는데, 그러다 다시 이명박, 강재섭한테 충성을 하고 있는데 (중략) 나경원 대변인 같은 경우는 본처는 고사하고 애첩도 그냥 애첩이 아니라 사또가 바뀌면 아무에게나 달려드는 이런 관기(官妓) 기질이 있다” 때 아닌 기생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다.
복당녀 박근혜, 나경원 기생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지지모임인 박사모의 정광용 회장이 지난 13일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인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나와 이 같은 독설을 내뱉았다. 그의 독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박사모 홈페이지에서도 동일한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나 의원을 거듭 기생에 비교했다.
그는 ‘애첩기질, 본처기질’이란 논평을 통해 “나경원 의원은 이회창 총재 시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충성을 바치던 사람이다. 그러나 이회창 총재가 탈당하자, 한 때 자기가 모시던 분에게 독설을 퍼부어 댄 사람이 당시 나경원 대변인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이명박, 강재섭을 위하여 충성을 다하고 싶은 모양”이라며 “이런 사람의 기질은 어떤 기질일까. 애첩 기질일까, 본처 기질일까. 이 정도면 기생도 사또만 바뀌면 아무에게나 수청드는 관기 정도라면 지나친 표현일까”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나경원 의원 측은 강력한 법적대응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의 발언에 대해 “대꾸할 가치 없다. 법적 대응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정치인의 비하 발언은 이뿐만 아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도 최근 복당녀라는 새로운 별명을 하나 얻었다. 인터넷에는 박 전 대표를 ‘57년 동안 복당만 생각하는 달인, 복당 박근혜 선생’이라고 규정했다. “나라 걱정은 되느냐” “요새 소고기 문제 어떻게 보느냐” “해외는 왜 나가느냐” 등 질문의 내용이 달라져도 “일단 복당이 되어야” “일단 복당을 한 후 당내에서” “복당에 대해서 좀 깊게 생각” 등 어떤 질문에도 꿋꿋하게 ‘복당’을 거론하는 ‘소신대답’을 통해 박 전 대표의 복당론을 강하게 조롱하며 박근혜는 복당녀라는 비아냥이 판을 치고 있다.
여성 정치인 성희롱 역사상 최악의 발언
이처럼 여성정치인들을 향한 성희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박사모의 정 회장의 발언은 정치인들을 향한 성희롱 어록 중 가장 오래 남을 치부로 기록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피해 당사자인 나 의원의 대응도 또 하나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복당녀라 불리는 박 전 대표의 지지자인 박 회장과 관기라 불리는 나의원의 뜨거운 설전은 정가의 씁쓸한 볼거리로 비취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낳고 있다.
백은영 기자 about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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