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국세청 직원의 ‘자아비판’
단독보도 국세청 직원의 ‘자아비판’
  • 홍준철 기자
  • 입력 2008-06-10 09:52
  • 승인 2008.06.10 09:52
  • 호수 737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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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했다”

지난달 중순 국세청 직원 A씨가 내부 게시판에 국세청 세무 행정을 비롯해 고위직 간부의 비리, 나아가 이명박 정부까지 질타하는 장문의 글을 올려 화제다. 본지가 단독으로 입수한 ‘국세행정에 대한 나의 고언’이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A씨는 세무조사에 민간인을 참여시킨다는 방침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세무조사는 검찰의 기소권과 동등한 국세청만의 고유 권한”이라며 “어떠한 경우에도 세무조사에 대하여 타협이나 간섭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글에서 A씨는 “민간인에게 세무조사 권한을 다 내어주는 듯한 선심을 쓰면서 친박연대 양정례 가족의 세무조사는 어떻게 발 빠르게 움직였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이글은 이틀 동안 국세청 홈페이지 내부 게시판에 걸려 있었다. 조회수가 8천회가 넘고 찬성하는 댓글도 수없이 달리면서 국세청 내 높은 호응을 보였다.

전라남도 광주지방청 산하는 국세청 직원 A씨가 글을 올리게 된 배경은 국세청 세무조사에 민간인이 참여한다는 소식을 접한 이후다.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할 경우 민간 전문가를 참여시킨 ‘조사대상 선정 심의 위원회’를 만들어 기준을 공개하고 납세자에게 사전 오리엔테이션을 해서 선정사유와 조사 방향 등을 설명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이와관련 A씨는 친박연대 양정례 가족 세무조사를 보도를 접하면서 “세무조사에 민간인을 참여시키겠다 해놓고 누구에게는 벌떡수를 두고 신뢰도 타령을 한다면 국민들은 우리에게 박수를 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A씨는 국세청 내 세무행정뿐아니라 삼성 세무조사와 국세청 고위직 간부의 비리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취임 100일 걱정”

그는 “삼성이 스스로 고 이병철 선친의 돈이라고 시인했을 때 그때 당시 상속세 조사를 어떻게 진행했으며 그때 상속조사를 벌였을 때 다른 금융재산은 밝혀진 바 없노라고 단 한번이라도 얘기한 적이 있느냐”고 투명한 세무행정을 요구했다.

이어 그는 “국세청 고유의 권한인 기업의 탈세를 철저히 응징하고 선진국처럼 탈세는 강도보다 더 무서운 범죄행위임을 인식시켜 국민들로 하여금 국세청은 강한 자, 약한 자 모두 공평무사하게 세법을 집행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세청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린 근본 원인에 대해 “뭐니 뭐니 해도 강자에는 약하고 약자에는 강한 국세행정을 펼쳤던 까닭”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또한 전임 국세청장들의 임기를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낙마한 점을 거론하며 “간혹 잊어버릴만한 하면 터지는 국세청 수장(제대로 그만 둔 사람이 없음)을 비롯한 고위직들의 비리 때문”이라며 분석했다.

한편 이 글에서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도 우려스럽다는 표현을 써 공무원 사회에서 반이명박 정서가 급속히 파고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취임 100일을 맞이했지만 솔직히 우려스럽다”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중에 떠도는 말을 옮길 수는 없지만 군사정권 때 만큼이나 검찰도, 경찰도 욕을 먹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이 정부를 질타했다.

그는 중국 고사에서 ‘태평성대에는 임금의 이름을 알 필요가 없다’는 내용을 소개하며 이에 맞서 ‘포악무도한 군주가 군림할 때는 모든 백성들이 임금의 이름을 모를 수가 없다’고 이 정부가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장문의 글을 마쳤다.


공무원 노조출신, 해고 복직 경험

A씨는 본지와 통화에서도 “국세 행정이 검찰의 기소권한처럼 국세청 고유 권한임에도 외부 민간인에게 권한을 준다는 발상 자체가 어이가 없었다”며 “공평무사가 국세 행정에 우선돼야 하는데 즉흥적으로 이뤄지는 세무행정에 문제가 있어 글을 올리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글이 이틀 만에 삭제된 배경에 외부 압력은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글은 지난 19일 올려서 21일 자진 삭제했다”며 “공무원 노조 활동도 하고 해고 복직된 경험도 있다”고 자신을 당당하게 소개했다.

또한 이명박 정부 관련해서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공무원 생활이 힘들다”며 “얼리 버드를 강조하는 데 생산성이 있으면 다행인데 오히려 효과는 떨어지고 스트레스만 주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편지로 동료의원들에 인사

18대 국회의 최연소로 당선된 친박연대 양정례 국회의원(31)이 지난 3일 선배 동료 국회의원에게 편지 형식으로 인사를 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양 의원은 본인 스스로를 ‘18대 국회 막내의원’으로 소개하면서 “일일이 찾아뵙고 인사드려야 하는데 서면으로 인사를 여쭙는다”며 글을 시작했다.

이어 양 의원은 “18대 국회에도 많은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것 같다”며 “많은 것을 배우면서 열심히 일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끝으로 ‘선배 의원님의 따뜻한 지도편달을 부탁드린다’는 양 당선자는 국회의원이라는 직함 대신 ‘양정례 올림’으로 마쳐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양 의원은 현재 ‘공천 헌금’으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상황이다. 한나라당의 복당관련해서 양 의원뿐아니라 검찰에 기소된 서청원 대표와 김노식 의원 역시 사실상 한나라당 복당명단에서 제외될 공산이 높은 상황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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