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략적 위장결혼 ‘후폭풍 회오리’
정략적 위장결혼 ‘후폭풍 회오리’
  • 백은영 기자
  • 입력 2008-06-04 08:56
  • 승인 2008.06.04 08:56
  • 호수 736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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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한국당+창조한국당=?당

도저히 어울리지 않았던 두 사람의 결혼 발표와 청첩장 발송, 그러나 청첩장에는 충격적인 것이 또 하나 들어있다. 결혼식장의 약도와 시간, 날짜 하물며 양가의 부모 이름마저 생략돼 있다. 이유인 즉 양가의 축복 속에 올린 결혼식이어야 하지만 두 사람의 결혼식은 양가의 반대 속에 만난 지 3일 만에 결정된 즉흥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결혼이 주는 법적인 혜택이 필요했다. 이처럼 두 사람은 ‘사랑’이라는 엄숙함이 배제된 잇속을 챙기려는 위장결혼을 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선진자유당과 창조한국당의 원내교섭단체 구성합의가 그것이다. 3류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정략적 위장결혼설이 돌면서 당내는 물론 정가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정책연대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제2의 야당을 꿈꾸지만 오래가지 않아 파국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첫 단추 낄 때부터 어색했던 두 정당은 현재 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시한부 정당이라 비웃음속에 감춰진 커플링의 진실은 무엇일까?

“이회창 총재는 밥숟가락 하나 더 얹어 엄청난 잇속을 챙겼고 문국현 대표는 경제논리로 정치적 위기를 자초했다” 두 정당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놓고 정가의 한 인사는 기자를 만나 이렇게 한탄했다. 결국 정치 9단의 이회창 총재가 햇병아리 문국현 대표보다는 더 뛰어난 계산법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정체성과 명분 다 잃어

이처럼 지난달 23일 선진당 이회창 총재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의 교섭단체 원칙에 합의했지만 당내뿐만 아니라 정가에서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문 대표가 원내교섭단체 구성에서 택한 생존 이론은 ‘용불용설’(用不用說)이다.

쓰면 진화하고 안 쓰면 퇴화한다는 생물학의 기본 이론이다. 미니 꼬마당의 의석 3개를 담보로 이익을 극대화하는 CEO 출신다운 방법을 택했다. 꿩 먹고 알 먹는 것처럼 복리이자에 인센티브까지 얹혀줄 수 있는 자유선진당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문 대표의 이러한 CEO적 생각은 자충수라는 비난이다. 당내에서는 ‘낡은 정치, 부패정치 척결’을 기치로 내걸었던 진보적인 색깔과 동료들을 잃고 있다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이처럼 현재 창조한국당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매일 탈당을 밝히는 당원들의 글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또 서울시당 상무위원들은 성명을 내고 “문국현 대표의 독단적 행위가 대단히 유감스럽다. 선진당과의 합의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처럼 문 대표는 스스로 꼬마 미니정당의 한계를 인정했다. 정책적 노선에 대한 신념이 부족하다는 비난을 받으며 쉽게 얻으려 했던 정치적 실익으로 가장 중요한 것들을
잃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회창 총재의 경우 공동 교섭단체로 인해 당내 일부 반대가 있지만 정치적으로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달랐던 이념적 정체성을 핑계로 문 대표를 용도폐기 하거나 서열을 강요할 수 있다.

우선 원내교섭단체 구성 자격을 획득하고 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영입으로 문 대표의 목을 조르며 알아서 탈당시키는 방법도 있다는 것이다.

18석으로 대다수의 의원을 보유하고 있는 선진당은 한국당의 3석이 지금은 각별하지만 차후 ‘코끼리 비스켓’처럼 쉽게 내뱉었다. 다시 꿀꺽 삼켜도 좋을 만큼 작은 값어치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총재도 당내의 비난을 감수해야했다. 심대평 대표도 기자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창조한국당은 정당의 도덕성이 걸린 공천비리 문제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데 이 문제가 일단락된 다음에 추진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여론 수렴을 위한 당내 민주화는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스터 쓴소리’ 조순형 상임고문 측도 기자와 가진 통화에서 “창조한국당과는 이념이나 정체성 면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 연대 자체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양당은 정치적 결합으로 인해 얻는 실익도 상당하다. 각종 국회 협상에서 3분의 1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되고 일부 상임위원장직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 국회 상임위 배정에서 상임위원장과 위원 배분에 협상권을 갖게 되고 정기국회나 임시국회가 열릴 때마다 40분 동안의 대표연설도 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떳떳하게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다.


이회창 계산에 먹힌 듯

그러나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지난 23일 교섭단체 구성 원칙에 합의하면서 교섭단체 등록을 마치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실무접촉조차 열리지 않고 있다.

선진당은 권선택 원내대표를 총괄책임자로 하고 허성우 사무부총장을 팀장으로 팀을 꾸렸지만 창조한국당에서는 이상민 의원이 협상장에 나와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또 창조한국당은 당 대 당 합의정신을 고려하면 교섭단체 대표 또는 최소한 공동대표 체제를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내심 문국현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를 맡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자유선진당은 18석으로 다수 의석인 선진당이 교섭단체 대표직을 맡아야 마땅하다는 주장이다. 교섭단체를 명칭을 놓고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선진당은 ‘선진 창조 연대’를, 창조한국당은 ‘창조 선진 연대’나 ‘희망연대’를 각각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처음부터 엇박자로 다른 화음을 내고 있는 선진당과 한국당은 청사초롱 밝은 등을 달아 놓은 신혼 초부터 예정된 불화설을 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양당이 열악한 제정으로 국고보조금을 위한 합당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현재 양당의 3ㆍ4분기 국고보조금은 각각 5억3,700만원, 1억9,100만원이지만 합당을 하게 되는 경우 15억4,000만원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백은영 기자 about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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