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가평 펜션 매몰 사고, 원인은 '무분별한 산지허가’?
[집중취재] 가평 펜션 매몰 사고, 원인은 '무분별한 산지허가’?
  • 신수정 기자
  • 입력 2020-08-22 22:01
  • 승인 2020.08.22 23: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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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신수정 기자] 올여름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 피해를 대표할 수 있는 사례인 경기도 가평 펜션 매몰 사고, 지난 3일 발생한 이 사고는 펜션 주인 일가족 3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중호우가 사고의 원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일요서울 취재를 종합하면 무분별한 산지허가로 인한 인재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사고 지역의 토지 등기사항전부증명서(사진 제공=제보자 B씨) [사진=신수정 기자]
사고 지역의 토지 등기사항전부증명서(사진 제공=제보자 B씨) [사진=신수정 기자]

사고지역 ‘토지 거래내역’ 추적해보니...
산지 하나에 동상이몽 꾼 소유주들
 

산사태 발생 지점은 사고를 당한 펜션으로부터 100m 이내 거리였다. 이 경우, 보통 한 사람이 산지 하나를 소유했다고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두 명이 산지를 분할해 소유하고 있었다. 

기자는 지난 19일 펜션 주인이던 고인 A씨의 부동산 거래를 담당했던 제보자 B씨와 사고지역의 토지 거래내역을 추적해봤다. 

토지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따르면 C씨가 먼저 2010년에 1500평 규모 임야를 매입했다. 이후 C씨는 300평 규모의 산지 일부와 약 40평의 작은 대지를 A씨에게 매매했다. 

사고 지역의 년도별 지형도 [사진=카카오맵 캡처]
사고 지역의 년도별 지형도 [사진=카카오맵 캡처]

남은 1200평의 임야 일부는 2015년과 2016년에 산을 깎아내려 경사도를 완만하게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주목할 만한 점은 C씨가 지난해 12월 말, 해당 부지의 토지 지목을 임야에서 과수원으로 변경한 것이다. 현행 산지관리법상 임야에서의 개발은 제한된다. 그러나 지목을 과수원으로 변경한 날로부터 5년이 경과하면 개발행위허가를 받아 상업적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반면 고인 A씨는 2019년 11월 운영하던 펜션과 커피숍 외에 단독주택을 증축하고 2020년 1월 22일에 근생소매점에서 단독주택으로 용도를 변경했다. ‘관리동’으로 불리는 증축 건물은 펜션 주인이던 A씨가 머무르기 위한 공간이었다. 
 

산사태 원인으로 지목됐던 ‘옹벽 미설치’
원인은?

사고 이전 현장. 옹벽이 설치되야할 자리를 표기했다. (사진 제공=제보자 B씨) [사진=신수정 기자]
사고 이전 현장. 옹벽이 설치되야할 자리를 표기했다. (사진 제공=제보자 B씨) [사진=신수정 기자]

토목공사 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산지를 절개한 후 ‘ㄱ자 형태’의 옹벽을 설치하는 것은 토목공사 중에서도 빠뜨릴 수 없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4일 현장 진단에 나섰던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옹벽이 설치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이어 옹벽이 설치됐더라도 토사를 견딜 수 없는 미비한 수준이었거나 옹벽이 아닌 코아네트 같은 다른 구조물이 설치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이에 제보자 B씨는 ‘C씨의 토목공사 과정’에 의문을 던졌다. 설계사무소에서 옹벽 설치를 설계도에 넣었는데 C씨가 추후 시공 단계에서 생략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제보자 B씨는 “C씨가 임야에서 과수원으로 지목을 변경한 것이 2019년이다. 향후 5년간 쓸모없는 땅으로 있다가 5년이 지나면 건축물 짓고 개발하려고 땅을 매입했을 텐데 굳이 개발 전에 많은 돈 들여가며 옹벽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분 쪼개기...분할 소유주 사례 多
‘산지관리 결점’ 발생


이번 산사태의 일차적인 원인은 ‘옹벽 미설치’였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산지의 분할 소유로 인한 산지관리 결점 발생’이었다. 

A씨와 C씨가 소유한 산지는 지형적으로 긴밀히 영향을 주고받는다. 하지만 A씨는 C씨의 산지 관리에 관여할 권리는 없다. 산지의 분할 소유 때문이다. 

만일, A씨가 토목과 관련해 지식이 있었다면 ‘ㄱ자 형태’의 옹벽 설치를 해야 하지 않느냐고 C씨에게 의문을 제기하고 요청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A씨는 펜션을 운영하며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었고 본인이 소유한 토지만 신경써왔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는 토지허가를 내주는 군청도 마찬가지다. 건축 및 토목 관련 토지허가는 소유주가 신청하므로 승인, 준공과정, 현장점검 과정에서도 소유주의 토지 지분에 대해서만 관리하기 때문이다. 

결국, 분할된 토지를 두고 지형적 관계를 고려하는 연계관리는 산지 소유주도, 해당 지자체도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문제는 연계관리‧점검이 되는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산지 지분 쪼개기로 분할 소유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이에 제보자 B씨는 “이렇게 산 하나를 나눠 갖는 경우가 다분하죠”라고 말했다. 분할 소유한 산지에 대한 연계관리가 되지 않는다면 제2의 가평 펜션 매몰 사고가 다시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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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야 2020-08-23 02:02:42 223.39.150.235
농림지역임야을 평균경사도25도만 믿고 개간허가을 내준것도 문제지만 붕괴의위험이 있는곳에 구조물을 설치하지 않았음에도 준공을 해준 관계공무원이 문제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