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을 만나 미중무역전쟁의 한 가운데서 그 원인을 풀고 승자를 점쳐봤다. 또 홍콩보안법 이후 홍콩을 대체할 금융허브로 한국의 부산이 자격을 갖출 수 있을 지 의견을 들었다. [이창환 기자]](/news/photo/202008/417902_334717_1956.jpg)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37도를 웃도는 기온에 폭염주의보가 내리던 8월 중순 뜨거운 날,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을 만났다. 미중패권경쟁 또는 미중무역전쟁 등으로 표현되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 원인과 우리의 방향성, 그리고 그 해법은 있는지, 중국이 홍콩보안법 등으로 통제를 가하는 홍콩을 대신할 금융허브의 역할을 한국의 부산이 할 수 있는지 의견을 들어봤다.
美, 중국 제재 대상 ‘틱톡’ 이어 ‘위챗’ 언급된 이유는
‘홍콩보안법’에 금융허브 대체 도시로 떠오른 싱가포르
미국의 중국 기업 화웨이에 대한 글로벌 제재가 갈수록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152개 계열사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가 하면 중국의 홍콩보안법에 대한 맞대응으로 홍콩에 대한 무역 등 각종 경제 관련 특별지위를 박탈했다.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은 불안한 중계무역 기지 홍콩을 대체할 지역을 찾고 있는 상황. ‘한국의 금융 중심 도시’ 부산은 홍콩을 대체할 금융 허브가 될 수 있을까.
- 미국과 중국의 관계 왜 이렇게 복잡해지고 있나? 단순히 무역 우위를 점하기 위한 차원일까.
▲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중국이 사회주의권에 있을 때 소련을 봉쇄하는 차원에서 미국이 중국을 끌어들였다. 당시 등소평이 실용주의 노선에서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했다. 제한적으로나마 모택동 체제에서의 변화가 있었고, 소프트한(부드러운) 권위주의 체제인 집단 지도체제가 갖춰졌다.
- 당시 미국이 생각했던 것이 지금 중국의 모습이 맞나.
▲ 미국은 중국도 점진적으로 발전해 나가면서 서방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로 이전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득 1만 불을 넘으면 국민들의 정치 참여 의지가 높아지는데 (한국, 대만, 싱가포르처럼) 중진국의 수렁을 벗어나 성공한 대부분의 나라가 민주화를 이뤄낸 것처럼 중국도 그렇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이 집권하면서 등소평이 해왔던 민주화로 향하던 흐름으로부터의 역행을 시작했다. 헌법을 개정해 버렸다.
- 헌법 개정과 경제 성장이 어떤 관련이 있나.
▲ 과거 등소평이 두 번의 임기로 최대 10년까지 집권이 가능하고 집단 지도체제로 11개의 상임위로 구성해 균형을 취해 성장을 일궜는데, 시진핑이 집권하면서 헌법 개정으로 권력을 한사람에게 집중하게 했다. 그러면서 감시 및 통제를 강화하고 중진국의 함정을 빠져나가는 방법으로 ‘중국제조 2025’를 내세웠다. 이를 통해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2050년까지는 미국을 앞지른다는 계획을 세워 공세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 미국이 틱톡이나 위챗을 통제하고자 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
▲ 민주화가 아닌 디지털 딕테이터쉽(Dictatorship, 독재)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3억 대가 넘는 CCTV 및 얼굴인식을 통해 철저한 감시체계로 들어가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공안들이 개인의 위치나 동선을 파악·감시하고 있다. 중국은 서버를 중국에 두지 않은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등을 막고 있다. 위챗 등으로 모두 들여다보고 감시하고 있다.
- 중국의 기술 발전이 미국이나 한국에 대응할 만할까.
▲ 제조2025를 위해 외국기업을 받아들이며 투자를 유치하고 대규모 지원을 할 것처럼 하다가 기술을 빼내고 자국 기업에만 보조금을 지원했다. 외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생산은 하면서도 중국 내에 판매하지 못하게 했다. 제조2025의 가장 소프트한 타겟은 한국이었다. 우리나라도 중국에서 LCD, 배터리 모두 힘들었고, 반도체 하나 남았다.
- 과거 세계의 굴뚝으로 불리지 않았나. 꽤 성장을 이뤘는데 누가 이길까.
▲ 중국이 글로벌 밸류체인 속에서 세계의 굴뚝을 자처하며 애플 등 미국의 생산 공장을 중국에 두었었다. 그러다 미국이 해오던 창작의 영역까지 치고 들어오면서 싸움이 커지고 있다. 이는 30년 전 미국과 일본이 경제적 경쟁을 치르던 때와 닮아 있다. 이를 통해 일본이 30년 동안 소득이 늘지 않고, 한국에도 따라잡히게 됐다. 중국과 미국의 싸움이 어떻게 될지는 더 지켜보겠지만 현재로서는 미국이 훨씬 앞서 있다는 판단이다.
- 삼성이나 현대 등 우리나라 각종 제조 공장들도 일부 철수 또는 이전을 해왔는데.
▲ 중국 자체 시장의 가치가 하락했고, 중국 진출 국가들이 과거에 중국 쉐어(중국 시장에 대한)를 보고 들어갔었는데 이제는 중국이 자체 상품으로 컴퓨터를 비롯해 스마트폰까지 시장을 점령해버렸다. 삼성 제품도 중국에 거의 없다. 아직 우리는 중간제, 반도체, 부품 이런 것들에서 우세하다. 중국이 여전히 우리의 최대 고객이다. 사드보복을 지나오면서도 여전히 중간제인 반도체 영역에서 우리를 필요로 하고 있다.
- 미국과 중국의 이런 상황 얼마나 유지될 것인가. 미국이 위챗 등 규제를 가한다면.
중국 공산당이 지금의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 한은 이어질 것이다. 당초 15억 인구가 자본주의맛을 보면서 한국이나, 대만처럼 민주화로 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디지털독재로 완전히 다른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러나 소통이 단절되기는 힘들다. 중국 시장에서 해외 영화가 연간 34편 상영에 머물지만 헐리우드 영화의 20% 자본이 중국에서 나온다. 중국은 헐리우드와 사활적 이해관계가 있는데 중국에 대해 나쁘게 평할 수 있을까. 마블 영화도 상해 등을 배경으로 중국이 좋은 역할을 한다고 각본을 짠다. 중국은 통제가 소통 방법이다.
- 산업계 중국의 모방이 상당하다. 그렇게 발전을 거쳤나.
▲ 월풀이든 GE든 중국에서 에어컨과 TV 등 전자제품을 생상하면서 고도성장을 이뤄냈다. 중국은 이것을 눈여겨보고 생산 및 개발 의지를 드러냈다. 과거 한국이 외국 자동차 기업으로부터 모방을 통해 개발을 이뤄낸 것처럼 중국도 그렇게 하고 있다. 다만 중국이 진행하는 방향과 우리와는 조금 다르다. 외형은 카피하지만 실질적인 성능까지 그렇게 드러낼 수 있지는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 홍콩보안법과 홍콩에 대한 통제, 어떻게 봐야하나.
▲ 등소평은 “칼을 넣고 힘을 길러라”, “홍콩은 50년간 그대로 두어라”라는 것이 등소평의 유언이었다. 2012년 등장한 시진핑이 이를 지켰더라면 중국이 더 발전하고 패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도 있었을 텐데, 너무 일찍 칼을 뺐다. 기회를 스스로 놓았다. 겉으로 거인처럼 보이지만 내부에서 곪고 있다. 경제적 적자도 상당히 크다. 두 자릿수의 성장이 하락해 6%이하의 성장률에 머물게 되면서 권력을 더욱 집중시키고 있다.
- 금융시스템은 이동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싱가포르가 유력한 후보로 언급 되는데.
▲ 싱가포르가 유력한 후보로 언급되는 이유는 영국의 식민지 시절 배웠던 의회적 요소도 갖고 있고, 무엇보다 법치국가로서의 기본을 잘 갖추고 있다.
- 한국 또는 부산이 금융허브의 일부 역할이라도 하려면.
▲ 금융에 있어서의 자유 또는 자율성을 인정해 줄 수 있느냐에 달렸다. 해외 자본이 들어오고 나가고 하는 부분들. 그리고 여기에 오고자 하는 금융기관들에 대한 혜택.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경쟁할 상대보다는 좋은 조건을 만드는 데 적극적이어야 한다. 가장 우선적으로 규제와 관련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규제가 심하면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들어오기 힘들다.
- 과거 송도를 자유경제구역으로 지정하려고 했던 것처럼 부산을 자유금융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을까.
▲ 발상을 바꾸면 가능 할 수도 있다. 필요하다면, 그리고 유치하고자 한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과거의 틀 속에 있어서는 안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세상이 아주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방향을 찾아 나가야 한다. 이는 정부의 실력이다. 정부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이창환 기자 shin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