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올 것이 왔다

지난 20일 ‘이명박 저격수’로 알려진 정봉주 전 의원의 재판정, 재판부는 “피고인은 정치 영역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을 넘어 상대 후보의 낙선을 목적으로 악의적인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며 1심 구형공판에서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정 전 의원은 지난 17대 대선에서 BBK의혹을 제기한 혐의로 한나라당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그러나 이 날 당사자인 정 전 의원보다 더 고개를 떨 군 사람이 있었다. 지난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 후보다.
그를 위해 온몸을 던져 싸웠던 10여명의 당직자와 의원들을 상대로 압수수색, 소환, 수사,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선거만 끝나면 관례처럼 없던 일로 되었던 고소취하가 이번에는 통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정 전 후보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며 숙명적인 운명을 기다리고 있다. 또한 정 전 후보가 대선과 총선 패배의 아픔이 채 사라지기 전에 정치적 재기를 위한 미국행 보따리대신 동지들과 함께 검찰행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잔뜩 흐린 하늘 아래 휘몰아치고 있는 검풍(檢風)위력 앞에 과연 허리를 꼿꼿이 세울 수 있을까.
“법원의 구제를 생각하고 있다”며 “만약 판결이 불리하게 나온다면 끝까지 항소할 생각이다”고 정봉주 의원 측은 기자와 통화에서 강력한 대응 방침을 알렸다.
뿐만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의 1500만원짜리 프랭크뮬러 시계 착용설을 주장했던 통합민주당 김현미 의원 측도 고소를 당했다. 이에 측근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6월초 검찰에 출두하라는 소환날짜를 통보 받았다”며 “중앙당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적절한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민주당에서 줄줄이 소환을 앞두고 있는 사람은 정동영, 이해찬, 김현미, 김종률, 박영선, 서혜석 의원 등이다. 이같이 민주당은 전 의원이나 당직자들이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어 초긴장 상태다.
정동영 측근 줄줄이 위기
이를 지켜보고 있는 정동영 전 후보의 마음에는 수심이 가득 차 있다. 전쟁의 패장으로 자신을 위해 온몸을 던졌던 장군들을 챙겨야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지만 지금 그에게는 총알도 화살도 하나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여당의 대통령 선거에 이어 국회의원 선거에서조차 낙마해 불과 수개월 사이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 정치적인 입지가 줄어든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다른 의원들처럼 단순한 BBK 의혹뿐만이 아니라 불교방송사장 교체외압의혹을 제기해 혹을 하나 더 붙인 상태다.
또한 설상가상으로 어떠한 결정권도 없이 중앙당의 결정을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정 전 의원의 징역 2년이 구형되자 성명서까지 발표하고 ‘충격적’ ‘국회의원의 표현의 자유에 재갈’ ‘정치의 기본에 어긋나는 처사’라는 강한 어조로 여권을 비난했다. 그만큼 정 전 의원은 다급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검찰에서 한명씩 소환에 대한 명분을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선 당론은 검찰소환에 적극적으로 임하자는 것으로 결정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 전 후보는 민주당의 당론에 따라 검찰소환에 응하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 놓였다. 한때 털끝하나 다치지 않게 보호막이가 되어 주었던 당에서 국회의원조차 되지 못한 정 전 후보의 검찰 소환을 지켜본다는 격세지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또한 정치적인 휴식을 위해 미국행을 준비하고 있지만 검찰소환문제로 발이 묶인 상태다.
이에 대해 정 후보 측은 기자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정치적으로 새 대표들이 뽑혔기 때문에 털자(소취하)라고 합의를 하면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정치는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맞다”며 “6월초 소환날짜가 잡혀 중앙당에서 함께 의견을 나누고 있어 우선 당의 결정대로 따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동영 미국행 발목잡나?
이어 미국행에 대해서는 “확실한 날짜는 잡히지 않았지만 검찰소환 이후가 될 것이다”며 “워싱턴 D.C의 조지타운대와 보스턴의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 등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여야 수장들은 첨예하게 칼날을 세우고 있다. 민주당의 손학규 의원은 “국민적 화합을 위해 쌍방 간 고소취하를 제안한 바 있다”며 한나라당의 전향적 자세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검찰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말해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이처럼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팽팽한 대립 속에서 정 전 후보의 피가 마르고 있다. 그러나 측근에 따르면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근 책도 읽고 도와줬던 사람들도 만나며 일과를 보내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처럼 그의 6월은 미국행이든 검찰행이든 고난을 떠올리기에 충분할 만큼 가시밭길이 예상되고 있다.
백은영 기자 about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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