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이상우의 도전추리특급28] 당신의 논리와 추리력은 몇단? - 엘리베이터의 비밀
[연재-이상우의 도전추리특급28] 당신의 논리와 추리력은 몇단? - 엘리베이터의 비밀
  • 온라인뉴스팀
  • 입력 2020-08-21 16:39
  • 승인 2020.08.21 16:42
  • 호수 1373
  • 21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형식은 정신없이 취해 있었다. 자신의 뜻밖의 행운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흠뻑 취하고 만 것이다. “형, 정말 축하해. 그 엄청난 재산을 물려받다니 말이야.” 같이 술을 마시던 사촌 동생 성식이 부러워하며 말했다. “부럽지. 날 정신병자라고 약 올리던 놈들은 이제 배깨나 아플 것이다.”

형식은 탁자를 세게 내려쳤다. “누가 형을 정신병자라고 그래?”
성식이 그를 달랬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었다. 대학 입시에 거푸 3번씩이나 떨어지고 난 후에 그는 정신 이상 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그리고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한꺼번에 돌아가셔 천애 고아나 다름없었다.

그는 부모님이 남겨놓은 유산을 조금씩 까먹으며 살아가고 있었고 다른 아무런 비전도 갖고 있지를 못했다. 따라서 친척들도 골치 아파하는 존재였고 형식이 가진 얼마 안 되는 재산에서 나오는 술이나 얻어 마시려는 성식 정도가 그를 대해 주는 유일한 친척인 셈이었다.

“그랴, 너는 안 그렇지. 내가 너한테만큼은 한턱 크게 낸다. 암, 내고말고.”
“그런 건 필요 없어. 자, 술이나 한잔 더하자고….”
성식이 따라 웃으며 술을 권했다. 당숙의 죽음과 함께 수백억에 이르는 재산이 상속되었다는 희비가 엇갈린 소식이 형식에게 전해진 것은 사흘 전 아침이었다. 당숙은 괴팍한 분으로 형식의 불행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었다. 하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도 형식의 장래를 걱정했다.

비록 당숙에게 자식이 하나도 없고 형식이 제일 가까운 피붙이라고는 해도 백수건달이나 다름없는 그에게 전 재산을 물려준다는 것은 정말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성식에게는 그랬다. 똑똑한 자기에게는 한 푼도 없이 반편인 형식에게 전 재산을 물려주다니 당숙이 돌아가시기 전에 정신에 이상이 생겼던 게 틀림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형, 정신 차려. 그거 먹고 뭘 그래?”
성식은 술상 위에 엎어진 형식을 흔들어 깨웠다. 형식은 게슴츠레 풀린 눈을 억지로 뜨며 말했다.
“됐어, 됐다고.” 되긴 뭐가 돼. 성식은 악마 같은 미소를 흘리며 형식을 일으켰다.

술값을 형식의 지갑에서 나온 돈으로 계산하고 성식은 음모의 장소인 가나다 아파트로 향했다. 성식은 가나다 아파트 8층에 사는 친구 민호의 도움으로 형식을 옭아맬 만반의 준비를 이미 갖춰놓았다. 택시 안에서는 죽은 듯이 있던 형식이 아파트 현관으로 다가가 약간 정신이 드는 모양이었다.

“여기가 어디냐?” “어디긴, 형 집이지.”
성식이 건성으로 대꾸하며 시계를 흘끔 바로 보았다. 민호가 수위를 다른 곳으로 유인해 갔을 시간이었다. 경비실에는 과연 수위가 없었다. 성식은 얼른 형식을 끌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형, 아파트는 6층이지.” “그래, 6층.” 엘리베이터가 6층에 섰다.
“어디야? 오른쪽이야, 왼쪽이야?” “왼쪽.” 성식은 문을 열어주었다.
“그럼 잘 들어가. 난 간다.” “응, 수고했다.” 형식은 손을 내저으며 현관을 열고 들어갔다. 문을 잠그고 외출하지 않았던가?

형식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술기운이 무거워서 그냥 거실로 올라섰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거실은 온통 난리굿판으로 어질러져 있었다. 도둑이 들었구나! 술이 확 깨는 것을 느꼈다. 더구나 거실 한복판에 웬 여자가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었다. 얼른 보아도 죽은 것이 틀림 없었다.

얼은 보아도 죽은 것이 틀림없었다. 잠시 꿈속처럼 그 광경을 바라보던 형식은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더니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갔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새도 없이 계단으로 허겁지겁 뛰어 내려가 수위를 불렀다.
“사람이 죽었어요! 경찰을 불러요! 경찰을!”

수위는 형식을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누구세요?”
“나 몰라요? 614호 사는 이형식이라고.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요긴 614호는 없어요. 601호하고 602호만 있다고요.”

“뭐요? 그럼 내가 아파트를 잘못 들어왔나? 여기 000아파트가 아닙니까?”
“엉뚱한 사람이군 그래. 여긴 ***아파트예요” 형식은 잠시 안도감을 느꼈다. “아무튼, 602호에 사람이 죽어 있다고요!” “허어, 이 양반이? 어디 나하고 한 번 같이 가봅시다.”

형식은 수위와 함께 602호로 갔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일인지 문이 잠겨져 있고 벨을 누르자 중년의 아주머니가 나타났다. 집안은 깨끗이 정돈되어 있었고 집주인은 불쾌한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았다.

“이 사람, 인제 보니 정신병자 아냐?”
수위는 안색이 변해서 크게 화를 냈다. 형식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틀림없이 엘리베이터 전광판에 6자가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그 얼마 안 되는 시간에 집안을 모두 치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체는 또 어디로 갔단 말인가? 성식이가 있으면 알 수 있을 텐데 형식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수위는 계속 형식이 횡설수설하자 미치광이가 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형식이 정신병자로 금치산 선고를 받으면 유산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성식이 노린 것은 바로 이 점이었다. 그래서 8층의 친구 집을 거짓으로 꾸며 놓고 그곳이 6층인 양 속여 형식을 혼란에 빠뜨린 것이었다.

 

퀴즈.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8층을 6층으로 속였던 것일까요?

 

[답변 - 4단] 성식은 엘리베이터의 층수가 나오는 전광판에서 오른쪽 세로의 윗부분을 꺼지게 하여놓았다. 그러면 8층에 도착해도 전광판에는 6층처럼 보이게 된다. 술에 취해 정신이 없는 형식에게 그 조작된 6자만 확인시켜 주면 형식은 자신이 6층에 내린 것으로 착각하게 되고 만다.


[작가소개]

이상우는 추리소설과 역사 소설을 40여 년간 써 온 작가다. 40여 년간 일간신문 기자, 편집국장, 회장 등 언론인 생활을 하면서 기자의 눈으로 본 세상사를 날카롭고 비판적인 필치로 묘사해 주목을 받았다. 역사와 추리를 접목한 그의 소설은 4백여 편에 이른다. 한국추리문학 대상, 한글발전 공로 문화 포장 등 수상.

주요 작품으로, <악녀 두 번 살다>, <여섯 번째 사고(史庫)> <역사에 없는 나라>, <세종대왕 이도 전3권> <정조대왕 이산>, <해동 육룡이 나르샤>, <지구 남쪽에서 시작된 호기심> 등이 있다.

 

온라인뉴스팀 ilyo@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