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핵심 거물 걸렸다”

이명박 정부가 정부 산하의 카지노 사업에 메스를 가했다. 한국관광공사(오지철 사장)의 카지노 운영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이하 GKL)가 운영하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세븐럭’의 강남점과 명동 힐튼점을 압수 수색하고 부산 롯데점 역시 같은 운명에 처할 전망이다. 이번 검찰 수사는 외형상 카지노 영업점 허가과정에서 정관계 로비와 비자금 조성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카지노 사업에 정통한 한 인사는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추진 과정의 일환으로 민영화 기반 마련, 참여정부 인사 배제, 비리 척결 등 1석3조를 노린 고도의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인 GKL에 대한 검찰 압수 수색은 단기간에 이뤄졌다.
감사원 조사가 끝나자마자 감사원의 수사 의뢰로 지난달 27일 삼성동 본사를 비롯해 밀레니엄힐튼점, 강남점이 압수 수색을 받았다.
특히 강남점의 경우 50억원 가량의 돈이 사라지면서 로비와 접대비로 사용됐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강남점의 경우 2005년 10월, 서울 힐튼점과 부산 롯데점은 같은 해 12월에 계약을 체결했고 이듬해 1월, 5월, 6월에 각각 개장해 3천2백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등 급성장세를 보였다.
카지노 허가권 둘러싼 정관계 로비 정조준
그러나 2006년 문광위 국정감사에서 GKL에 대한 의혹이 다양하게 제기됐다.
그 내용을 보면 힐튼점과 관련해 게임기 과대 구매 의혹, 특정 게임업체 특혜의혹, 보안시스템 업체 특혜의혹 등이 제기됐다.
나아가 강남점의 경우 영업장 허가권을 따낸 한무컨벤션의 3층의 카지노 영업장으로 사용할 수 없는 판매시설임에도 허가를 내준 배경에도 의혹이 제기됐었다.
일단 검찰의 칼날은 3군데로 향하고 있다. 2005년과 2006년 카지노 영업장이 계약을 맺는 과정에 임대업체 허가권을 가진 관광공사와 GKL 임직원들을 상대로 로비 정황을 잡고 있다.
두 번째는 임대 업체 허가권을 내주는 과정에 정관계 인사들의 입김이 있었느냐는 점이다. GKL의 세븐럭의 경우 2006년 개장 첫해에 매출액 1291억원을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매출액이 3251억원까지 급증, 2배 이상의 성장세를 보인 황금알을 낳는 거위 사업으로 발전했다. 이에 허가과정에 정치권 인사들의 개입이 있을 공산이 높다는 게 검찰의 대체적이 시각이다.
세 번째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관행인 소위 콤프(항공권+숙식권)를 둘러싼 자금 용처부분이다.
콤프는 카지노 예산에 투명하게 잡힌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문제는 술값을 포함한 2차 비용이 문제다. 한 번에 적게 수십명에서 수백명의 외국인을 국내로 공수하는 카지노 업소 특성상 술값과 2차 비용을 쓰는 데 비자금이나 검은돈이 활용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검찰은 카지노 업소가 콤프외 비용의 규모와 출처를 밝히는 내 주력하고 있다.
이미 박정삼 전 GKL 사장(전 국정원 2차장)은 자택까지 압수수색을 받은 상황이다. 검찰에서는 박 전 사장이 카지노 영업장 매출액 일부를 누락해 빼돌렸다는 단서를 잡고 압수수색을 벌였으며 이미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조사 전 핵심 인사 2명 ‘사퇴’ 검찰 추적 중
이에 검찰 주변에서는 박 전 차장의 구속은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한 참여정부 출신의 공기업 사장으로 처음 사의를 표했던 오지철 한국관광공사 사장 역시 옷을 벗을 공산이 높다는 전망이다.
오 사장은 지난 11월 임기 3년의 관광공사 사장에 임명된 이후 정권이 바뀐 이후 최초로 이명박 정부에 사의를 표명했으나 청와대에서 사표를 반려해 화제가 된 인사이기도 하다.
또한 검찰은 감사원의 GKL 감사 착수를 하기 직전 관광공사 핵심 직원 2명이 자진 사퇴를 했다는 정보를 입수해 사건의 주요한 단초를 제공할 수 있는 이들 두 인사의 행방을 추적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한편 이명박 정부가 카지노 업계의 검찰 압수수색관련 배경에 카지노 업소의 민영화와 관련이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카지노 업계에 정통한 이 인사는 “이명박 정부는 기본적으로 공기업 민영화를 당연시하고 있다”며 “카지노 역시 예외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기업 민영화 과정을 보면 감사원 조사, 검찰 조사가 이뤄지고 국세청 세무조사가 뒤를 따른다. 앞서 KBS 감사원 조사 역시 후속조치로 검찰 수사, 세무조사로 이뤄질 공산이 높다는 관측도 내놓았다.
이어 그는 “검찰 수사 추이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달렸지만 당초 계획은 6월 달에 민영화하는 것이었다”며 “GKL이 민영화될 경우 자치단체를 비롯해 국내외 카지노 업체들이 파리떼처럼 달려 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카지노 업계 선두주자인 파라다이스 그룹은 GKL이 보유한 3곳중 최소 2군데 이상을 유치하기위한 로비가 한창이라고 귀띔했다. 파라다이스 그룹은 고 전락원 그룹 회장의 아들 전필립 회장이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다.
파라다이스 그룹은 특히 명동 힐튼점을 인수하기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워커힐 호텔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 업장을 가지고 있지만 올해 전반기만 6억원 상당의 손해를 봤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GKL의 ‘세븐럭’이 강남과 명동에 들어서면서 파이가 늘었지만 워커힐 호텔이 서울 외지에 위치한 관계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외국인 방문객은 늘었지만 수입은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덧붙여 워커힐 파라다이스 측에서는 호텔 내 숙식과 부대 비용의 적정화를 매해 요구해왔지만 워커힐 호텔 측에서 수용하지 않아 빈번히 갈등을 빚어왔다.
파라다이스 ‘세븐럭’ 물밑 유치 치열
급기야 카지노 업장의 소공동 롯데 호텔 이전이 빌미가 돼 호텔 측과 파라다이스측은 법정 소송에 행정소송까지 벌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GKL에 대한 감사원 조사에 검찰 조사가 이뤄지고 청와대의 ‘세븐럭’ 민영화 추진 움직임까지 파라다이스 측으로서는 ‘가뭄에 단비’처럼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미 파라다이스측에서는 부산 ‘세븐럭’의 경우 유치를 당연시하고 서울의 힐튼점을 우선 유치대상으로 삼고 관련 로비를 벌이고 있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1타 3피 전략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한 인사는 “공기업 민영화는 공무원들의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 감사원 조사를 통해 비리를 적발해 공무원들의 반발을 최소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참여정부 핵심 인사들을 솎아내는 등 다목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고 전락원 회장과 파라다이스
YS 시절, 전 회장 수백억원 해외 유출 구속
1972년 전락원 회장에 의해 설립된 파라다이스 그룹은 꾸준한 성장을 거듭해 오늘날 호텔, 레저 및 카지노 사업을 비롯한 관광 서비스사업을 중심으로 제조, 건설 등의 사업체를 포용하는 중견우량그룹으로 성장했다.
파라다이스 창업주인 우경 고 전락원 회장은 1927년 5월 16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개척교회 목사인 전주부이고 누나가 수필가 전숙희이다. 1948년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한 뒤 학업을 마치지 못하다가 1997년 명예졸업을 했다.
이후 그는 1965년 오림포스호텔의 전문 경영인으로 관광산업 분야에 첫발을 내딛게 됐다.
1968년 3월 워커힐호텔 내 카지노를 시작으로 1972년 7월 파라다이스그룹 모기업인 파라다이스투자개발을 창업하게 된 것이 지금의 중견그룹의 모태가 된 것이다.
특히 전 회장은 1968년 3월 영업을 개시한 워커힐 카지노는 한국에 카지노사업을 정착시킨 계기가 된다.
이밖에도 1972년 10월 개장한 제주 카지노를 비롯해 1974년 3월 아프리카 케냐 카지노, 1981년 11월 부산 카지노, 그리고 2000년 4월 경영자로서 첫발을 내딛게 된 그는 인천 올림포스 호텔을 인수면서, 새롭게 개장한 인천 카지노 등 한국에 카지노산업을 도입, 정착시켜 파라다이스 브랜드의 카지노를 성공적으로 운영해 왔다.
전 회장은 문화·예술사업에도 관심을 보여 1970년부터 월간 문예지 〈동서문학〉을 발행하였고 국내 문화예술 인재 육성을 위해 1979년 계원조형예술대학과 계원예술고등학교를 설립하였다.
이와 함께 1978∼1983년까지 한국스키협회장을 지냈고 1978∼1980년까지 대한올림픽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하였다.
1974년에는 아프리카 케냐로 진출, 1976년 케냐 현지 카지노 설립을 계기로 아프리카 국가들의 88올림픽 서울 개최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같은 사회활동과 대외 민간외교활동을 인정받아 1989년부터 주한 케냐 명예총영사를 지냈다. 또한 1989년 문화재단, 1994년 장애인 복지재단을 설립하여 사회사업에도 힘을 쏟았다. 하지만 위기도 있었다.
1993년 탈세혐의를 받았고 1996년 수백억 원을 해외로 유출하고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한편 카지노 이외에도 1972년 10월 천혜의 관광지인 제주도에 ㈜파라다이스 제주를 설립을 계기로 국내외 유수의 호텔을 설립함으로써 호텔업계에도 대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국내 카지노 업계의 대부인 전락원 회장이 작고한 해는 2004년 11월경이다. 전 회장이 작고한 이듬해인 2005년 그의 아들인 전필립씨가 그룹 경영을 총괄함으로써 후계구도가 확정된 듯 보였다. 그러나 2006년 전필립 회장의 동생인 지혜씨가 아버지인 전락원 회장의 유산을 놓고 법정 소송을 벌여 후계구도가 불투명해지는 듯 했다.
당시 지혜씨는 2004년 11월 아버지가 사망함에 따라 3남매가 3분의 1씩의 상속지분을 갖는데도 장남 전필립 회장이 모든 유산을 관리하면서 상속재산의 공정한 분할을 거부했다며 소송을 냈었다.
그러나 결국 유산을 놓고 벌어진 법정 분쟁에서 고인의 장남인 전필립 파라다이스 회장 측이 승소함으로써 전필립 회장의 독주체제가 확고해졌다.
전필립 회장은 파라다이스글로벌과 파라다이스를 통해 전 계열사를 장악하고 있다. 파라다이스글로벌이 파라다이스 지분 37.35%를 보유하고 있으며 다시 파라다이스글로벌과 파라다이스가 주요 계열사들의 지분을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90%까지 보유하고 있다.
현재 전 회장은 파라다이스글로벌 83.6%와 파라다이스 0.27%, 파라다이스산업 8.99%를 보유하고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