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비례대표 강성천 당선자 구설수 내막
한나라당 비례대표 강성천 당선자 구설수 내막
  • 홍준철 기자
  • 입력 2008-05-27 10:39
  • 승인 2008.05.27 10:39
  • 호수 735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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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업계 대부 로비 있었나?”
정적진 · 정덕일

한나라당 비례대표 4번으로 18대 국회에 입성하는 강성천 당선자가 처남들 때문에 구설수에 올랐다. 처남이 다름 아닌 카지노 업계 대부로 알려진 정덕진-정덕일 형제이기 때문이다. 정씨 형제는 1980년대 초부터 슬롯머신 사업에 뛰어들어 막대한 부를 쌓았고 그렇게 축적한 부로 권력 실세와 정관계 및 법조계에 다각적 로비를 펼쳐 물의를 빚었던 카지노 업계 대부다. 1993년 두 형제의 전방위 로비 사실이 드러나면서 ‘6공화국의 황태자’로 통했던 박철언 전 장관이 구속됐고, 이건개 전 대전고검장 등 검찰 고위인사들이 줄줄이 옷을 벗었다. 강 당선자와 정씨 형제가 처남 매부 관계로 알려지면서 정가에서는 비례대표 공천 배경에 슬롯머신 대부 정씨 형제의 입김이 작용된 게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그 내막을 추적해 봤다.

강 당선자가 세간의 조명을 받기 시작한 것은 한국노총 이용득 전 위원장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노동자의 몫으로 18대 한나라당 비례대표 선순위로 거론됐다. 그러나 예상 밖으로 자동차노련 위원장으로 있던 강성천 위원장이 이 전 위원장을 제치고 비례대표 4번을 받으면서 그 배경에 의구심이 일었다. 노동계의 명성으로나 전력을 보면 당연히 이 전 위원장이 공천을 받았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이 전 위원장은 ‘청와대 입김이 작용했다’며 청와대 개입설을 주장하는 등 불만을 터트렸다. 그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에서 공천을 신청하라고 했는데 청와대 명단에서 제쳐 졌다”며 “장석춘 현 한국노총 위원장이 ‘이용득 대신 강성천을 공천하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 전 위원장은 “청와대 비서진이 ‘이용득은 민주당 성향으로 민주당과 정책연대 하려고 회유하고 압박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올려 안됐다”고 성토했다.


카지노 대부 정덕진-덕일 개입설

이 전 위원장의 이런 주장과는 별도로 정덕진-덕일 형제 공천 개입설도 나왔다. 슬롯머신 대부 정덕진의 누나인 정덕환씨가 강 당선자의 부인이기 때문이다. 덧붙여 정덕진씨의 동생 덕일씨가 제주도 신라호텔에서 벨루가 카지노 회장으로 있으면서 관련설에 신빙성을 더했다.

즉 정씨 형제가 강 당선자를 통해 카지노 업계 활성관련 법안을 국회에서 적극 지원케 하기위해 한나라당 공천 과정에 개입했다는 관측이다.

사실 국내 카지노 업계의 숙원은 내국민 관광객의 출입을 허용토록 하는 것이다. 국내 카지노 업계는 총 17곳이지만 강원랜드(현 하이원)를 제외한 다른 업장은 외국인만이 출입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마카오에만 도박으로 연 20억불 가량의 국내 돈이 흘러 나가고 있다. 이에 국내 카지노 업자들은 국내 수요를 감안해 내국민 전용 카지노를 유치하기위해 정부 및 관련 기관을 상대로 적극 로비를 벌이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정덕일 회장이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는 제주도가 가장 앞장서고 있다. 김태환 제주 도지사뿐 지역구 국회의원까지 나서 내국민 관광객 대상으로 카지노 출입을 허용해달라는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제주도 측 주장은 제주를 찾는 550만명의 관광객 중 50만명이 외국인이다 보니 제주도의 8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수입도 줄어들어 지역경제 활성화차원에서 필요하다고 관련법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강성천 당선자는 이런 의혹에 대해 말도 안 된다며 일축하고 있다. 강 당선자는 22일 본지와 통화에서 “정덕진-덕일과는 처남-매형 관계가 사실이다”며 “그러나 내가 국회의원 되는데 개입했다는 말은 엉터리다”고 주장했다. 또 강 당선자는 “노동계에선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조직 생활 37년 하면서 선거 때마다 나온 얘기다”고 반박했다.

강 당선자는 “1940년생으로 이북에서 피난 나온 후 노동자로 평생 살아왔다”며 “한국노총의 영광이자 개인적으로 자부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정덕진-덕일은 내 처남일뿐이고 사업 역시 처남 나름대로 하는 일이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그는 배후설을 제기했다. “누군가 나에게 반감을 가진 세력들이 음해하는 것”이라며 “일일이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성천 당선자, “이용득과 앙금 풀겠다”

나아가 그는 이 전 위원장의 지난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청와대 개입 주장과 관련 “자동차 노련 위원장으로 있으면서 녹색 사민당을 비롯해 정치위원회에 많은 활동을 했고 한국 노총도 이런 점을 높이 샀다”며 “청와대 운운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전 위원장은 13년 차이 나는 동생이다”며 “비례대표 된 이후 만난 적은 없지만 우연찮게라도 만나 앙금을 풀겠다”고 전했다.

강 당선자는 향후 의정활동에 있어서도 환경노동위나 건설교통위에서 의정활동을 하고 싶다며 카지노 업계와 관련된 문화관광위에서 일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 노총관계자들 역시 강 당선자와 정씨 형제가 인척 관계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장석춘 현 한국노총 위원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몰랐다고 하면 거짓말이다”며 “빠찡코 대부로 알려진 정덕진씨가 처남 아니냐”고 언급했다. 그러나 장 위원장은 “공천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정씨 형제가 공천 과정에 개입할 여지는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노동계에서는 장 위원장이 강 당선자를 적극 지원해 이 전 위원장 대신 비례대표로 선정되는 데 일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강 당선자의 공천 관련 정씨 형제 등장은 강원랜드 측에서 흘린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강원랜드는 국내 유일한 내국민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지난해 1조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수익도 3000억원대에 육박할 정도로 엄청났다. 특히 지난해에는 강원랜드 창사 이래로 내방객이 300만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강원랜드가 강원도 깊은 산골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용객들의 불만이 높았다. 서울에서 3~4시간 차를 운전해야 도착하는 거리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도를 비롯해 경기도와 평택항 일대 황해경제자유구역, 인천 송도경제자유구역, 새만금 프로젝트, 경남의 남해안 프로젝트 등 자치단체에서 카지노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이중 한 곳이라도 내국민 허용이 이뤄진다면 오지에 위치한 강원랜드 카지노 업체는 당장 적자로 전환할 공산이 높다. 이렇다보니 정씨 형제와 인척 관계인 강 당선자의 국회 입성을 곱지 않게 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강원랜드 사외인사인 박종철 소액주주협회장은 이와 관련 “아는 바 없다”면서 “강 당선자 혼자서 내국민 출입을 허용하는 법안을 만들 수 없다”고 단언했다.

박 회장은 “새만금이나 태안반도 내에 내국민 허용 카지노가 신설된다면 강원랜드에서 1조원 이상 타격을 입을 것이고 7천명의 고용인이 실업자로 전락한다”며 “강원도민 모두가 들고 일어설 테고 지역 간 마찰도 불가피하다”고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정씨 형제 거론 진원지는 강원랜드?

또한 그는 “법률적으로 특별법만 만들어 할 수 없고 문화관광진흥법도 개정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청와대를 비롯해 문화관광부에서 부정적인 입장인데다 규모를 늘릴 경우 시민단체 반발도 거셀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 이사는 “정덕일 회장이 카지노 업체를 운영하면서 언젠가 내국민 허용이 될 것으로 보는 데 큰 오산이다”며 “내국민 허용은 무엇보다 청와대 의중이 중요한데 우리가 파악하기로는 고려의 대상도 안 되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청와대나 정부가 내국민 허용 카지노 업소를 추가로 설치한다면 ‘제 2의 쇠고기 파동’이 일어날 것이라며 경고도 서슴치 않았다.


#카지노 (빛과 그림자) 규제 묶여 아직 걸음마

우리나라 카지노 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다. 지난 2006년 마카오가 70억3000만달러(한화 약6조6400억원), 라스베이거스는 65억달러 매출을 기록한 반면 우리나라 카지노 이용 외국인 관광객 수입액은 4800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하이원 리조트(구 강원랜드)는 연간 340만명이 찾는 초대형 리조트로 성장했지만 외국인 이용객은 2만5000여명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서울에는 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주)가 운영하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세븐럭’이 있다. 세븐럭은 오픈 2년 만에 매출액이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6년 1월 서울 강남점에 이어 5월과 6월에 밀레니엄 서울 힐튼점과 부산 롯데점을 잇달아 개장했다. 첫해 1300억원, 지난해에는 3천2백억원 상당의 매출액을 올려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워커힐 호텔에 있는 파라다이스가 운영하는 카지노 업체는 서울 외곽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소공동 롯데호텔로 이전하기 위해 워커힐호텔을 운영하는 SK측과 법정 소송까지 벌이고 있다. 파라다이스는 워커힐 호텔 카지노를 비롯해 인천 영종도 골든 게이트, 그랜드. 롯데, 부산 파라다이스 등 국내에 5개점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서울을 포함한 국내 카지노 업체는 총 17곳이다. 제주도에도 6개나 카지노 업체가 운영 중이지만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줄어들면서 불황기를 맞이하고 있다.

제주도에는 정덕일 회장이 운영하는 신라호텔 벨루가 카지노를 비롯해 라마다프라자 제주, 제주 오리엔탈 호텔, 남서울 프라자 호텔, 하얏트 호텔, 트포키자나 등이 서귀포 중문 단지와 제주시에 분산돼 있다.

특히 최근 남서울 호텔 카지노 업체를 미국 길만그룹이 투자하면서 화제가 됐다. 길만그룹은 제주시 연동 ‘베가스카지노’로 리모델링해 지난달 25일 재개장했다. 이후 3일 동안 23억원가량 매출을 올렸다. 이 금액은 제주지역 다른 카지노 업체의 한 달 매출과 맞먹는다.

하지만 베가스 카지노 측 역시 ‘내국민 출입 허용’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전략기획실의 한 인사는 “외국인이 거의 없어 전세기를 동원해 숙식을 제공하며 공수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제주도 경제는 항공업, 렌트업, 골프, 수학여행으로 근근이 움직이고 있다”며 “신혼여행객은 줄어든 지 오래”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내국민 출입 허용만이 제주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며 “일본이 내년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설립을 위해 입법 활동에 나선다는 얘기가 있다. 서울에서 강원랜드 가려면 3시간 걸리는데 김포공항에서 일본까지 1시간 20분정도 걸리지 않아 내국민이 대거 일본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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