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협한 가치관에 함몰되는 위험과 이에 맞선 소녀의 투쟁을 그린 1959년 뉴베리 상 수상작.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뉴잉글랜드는 매사추세츠, 코네티컷 주를 포함한 미국 북동부 지역이다. 영국이 무역을 위해 여러 해안을 답사하다 찾아낸 곳으로, 발견 이후 바로 영국 청교도들이 이주해 왔다. 엘리자베스 조지 스피어는 바로 이곳에서 한평생을 산 작가로, 우연히 뉴잉글랜드에서 실제 있었던 마녀 재판 사건을 접하면서 매력적인 역사 소설로 발전시키게 되었다.
우리에게 낯설기도 한 청교도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며, 정직하고 신앙심 깊은 이들이 마녀 재판을 열어야 했던 아이러니를 통해 편협한 가치관 안에 함몰되는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사람들의 무지와 편견, 맹목적인 군중 심리가 만들어 낸 ‘마녀’. 이 거대한 사회적 오류에 맞서는 소녀의 용기와 우정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진지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끊임없이 흥미진진한 사건이 벌어지고, 사소해 보이던 사건과 인물들이 뒤로 갈수록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맞물리는 정교한 구성이 큰 재미를 준다.
엄격하고 진지했던 청교도 사회를 배경삼아 자유와 편견, 인간적인 따뜻함과 용기를 보여 준 1959년 뉴베리 상 수상작!
《검정새 연못의 마녀》는 한 소녀가 ‘바베이도스’라는 섬에서 자유롭게 컸다가 뉴잉글랜드로 와 청교도 사회에서 지내게 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문화적·종교적 차이와 편견에 부딪치는 모습 그리고 이러한 커다란 사회적 장벽 앞에서도 소녀가 올곧은 마음과 용기, 진실함을 가지고 스스로 맞서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청교도 사회의 가치관과 생활 모습이 흥미롭게 담긴 소설로, 주인공이 마녀로 몰렸다가 해결되기까지 극적인 이야기 전개가 작품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며 읽는 속도를 더한다.
특히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무시무시한 사건에 엮이고 깨지며 성숙하는 주인공의 성장담이 역사 소설로서의 웅장함과 아울러 마음 깊이 감동을 준다.
《검정새 연못의 마녀》는 키트가 엄숙하고 검소한 청교도 사회에 비단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 청교도 마을에 크고 작은 충격을 주는 사건들을 한 축으로 하는 한편, 세 쌍의 남녀가 서로 얽히고설키다가 각각 결혼으로 이어지는 고전적이고 아기자기한 사랑 이야기가 다른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사회 분위기가 엄숙한 청교도 사회라고는 하지만 표현의 방식이 다를 뿐, 젊은 청춘들은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기 바쁘다. 키트가 부모님과 할아버지를 잃고 찾아간 이모네에는 키트와 나이가 비슷한 여자 사촌 두 명이 있다.
이 세 소녀가 거칠고 씩씩한 뱃사람 내트, 믿음 깊은 성직자 존 홀브룩, 뼛속까지 청교도인 부잣집 청년 윌리엄과 이루는 사랑 전선은, 여러 사건과 맞물려 끝까지 예상할 수 없는 풋풋한 재미를 준다.
시대가 부여한 가치관이 각자의 내면에 다르게 반응하고 부딪치고 희석되며 갈등을 일으키다 각자 자신과 어울리는 짝과 무사히 맺어지는 구도는, 마치 셰익스피어의 희곡이나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보는 듯 아기자기한 재미와 친근감을 주면서 요즘 젊은이들의 모습과도 크게 괴리되지 않는 공감대를 선사한다.
《검정새 연못의 마녀》에서도 보듯이, 엘리자베스 조지 스피어의 작품은 역사 소설이면서도 그 무게를 한층 가볍게 해 주는 잘 짜여진 이야기로서의 재미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 진지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끊임없이 흥미진진한 사건이 벌어지고, 사소해 보이던 사건과 인물들이 뒤로 갈수록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맞물리는 정교한 구성이 큰 재미를 준다. 그 안에 젊은이들의 고민과 성장의 내용을 함께 담아 출간 이래 성장 소설로서도 크게 사랑받고 있다.
엘리자베스 조지 스피어 / 이주희 역 / 시공사 /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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