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에 숨은 비극…파국으로 치닫나
성폭력에 숨은 비극…파국으로 치닫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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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03-29 15:06
  • 승인 2007.03.2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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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신간 저주받은 피

성폭력 피해자들의 남모를 고통, 말 못할 슬픔을 깊이 있게 다룬 장편 추리소설. 아이슬란드 작가,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의 작품으로, 스칸디나비아 추리작가협회에서 주는 ‘유리열쇠상’과 황금단도상을 수상하였다. 2006년 아이슬란드에서 영화화되기도 했다.


세명 형사들 중심으로 이야기 전개

‘저주 받은 피’는 형사 세 명이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경찰소설이다.

형사반장 에를렌두르는 주인공 격으로 등장하는데 50줄에 접어든 홀아비로, 아내와는 오래전에 이혼했다. 두 자녀가 있지만 가끔 찾아오는 딸은 마약중독에 아빠한테서 돈이나 뜯어내려 하고, 아들은 거의 연락을 끊고 사는 사이이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만들어 내는 감초 역할을 하는 올리 형사는 이전의 어느 사건에서 증인으로 나섰던 여자와 눈이 맞아 동거 중이다.

그녀는 올리와 결혼을 원하고 있지만 정작 올리는 결혼을 할지 말지, 아기를 낳을지 말지 미적거리는 바람에 둘 사이에는 갈등이 흐른다. 엘린보르그 형사는 경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결국 경찰이 돼버린 40대 아줌마인데 먹는 걸 유독 좋아한다. 요리를 좋아하는 자동차 수리공과 재
혼했으며, 세 아이와 함께 살고 있고 독립시킨 입양아도 하나 있다.

어느 날,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의 지하방에서 한 노인이 숨진 채 발견되자 세 형사는 사건 현장으로 달려간다.

탁자는 엎어져 있고 피해자는 70대로 보이는 노인으로 소파 옆에 쓰러져 있다.

그리고 그의 몸 위에는 종이쪽지가 하나 떨어져 있었다. ‘I am HIM(내가 바로 그다)’라는 알 수 없는 메시지가 적힌 그 쪽지. 그들은 주변인물을 중심으로 살인자를 밝히는 데 힘을 쏟다가 뜻밖의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피해자의 이름은 홀베르그이며 40여 년 전에 강간혐의로 고소당한 적이 있다는 것.

40여 년 전, 콜브룬이라는 여성은 친구들과 클럽에 갔다가 홀베르그를 알게 된다. 집 앞까지 바래다준 홀베르그가 전화 한 통만 쓰자고 말해 집 안에 들였다가 그녀는 끔찍한 일을 당하고 만다. 콜브룬은 어렵게 그를 경찰에 고소하지만 담당 경찰은 오히려 그녀를 조롱하고는 돌려보낸다. 그녀는 그 사건으로 딸을 낳자 하늘이 준 선물로 생각하며 기르지만, 딸이 세 살 무렵 뇌종양 판정을 받아 사망한 뒤 그녀 스스로 이듬해에 목숨을 끊는다.

수사팀은 홀베르그의 친구들을 조사하던 중 그가 다른 여자들도 성폭행한 사실을 알아내고 그 피해자를 찾아나선다. 탐문수사 끝에 찾아낸 그녀는 처음엔 입을 열려고 하지 않다가 나중에야 그때 일을 자세히 털어놓는다. 40년 동안 가족에게도 비밀로 간직했던 그 사건을. 그때서야 비로소 이들 성폭력 사건에 엄청난 비극이 숨어 있었으며, 그것이 수십 년이 흐른 뒤에 다시 한번 겉잡을 수 없는 비극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리고 이 모든 비극의 원인은 피였다는 사실을. 그것도 저주 받은 피. 유전적으로 전해지는 죽음의 피….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은 파국적이지만, 어떠한 독자라도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상처를 다시 끄집어내야 하는 피해자와 가족들, 그리고 그것을 파헤쳐야 하는 수사팀.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슬픔을 다룬 소설이다.


유리열쇠상 수상작품

지은이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은 1961년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출생. 아이슬란드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신문기자로 일을 한 뒤 여러 해 동안 영화평론가로 활동했다. <저주 받은 피>와 <무덤의 침묵>으로 북유럽 최고의 범죄소설에 주는 유리열쇠상을 받았고, <저주 받은 피>는 2006년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지음/전주현 옮김/영림카디널/9,500원


이경자 지음/ 이룸/ 9,7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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