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남자들 ‘엇갈린 운명’

“상처만 안고 떠난다.” 이재오 의원이 회심의 호미걸이를 시도했으나 불발, 결국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예상된 승리였다. 결국 청와대발 이심(李心)은 친형이었다. 한나라당 원내사령탑에 홍준표 원내대표와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결정됐다. 이들이 선임되는데 걸린 시간은 단 1분에 불과했다. 청와대의 의중과 이상득 부의장의 입김으로 ‘형제의 파워’가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재오 의원은 미국행을 결정했다. 이 의원은 스스로 명예로운 미국행임을 강조했지만 정치적인 상황으로 봤을 때 이 의원의 미국행은 반강제적인 것이다. 한나라당 내에서 그의 자리는 휴화산처럼 언제라도 불거질 수 있는 불안하고 위험한 요소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당대표와 원내대표 구성에 있어서 그의 입심이 빛을 바랬다.
갈등관계가 표출됐던 이 부의장과의 당심을 발휘하는 원내대표 대리전에서도 패해 파워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이 의원은 정치인들의 정계복귀 단골코스로 알려진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예정이다. 이처럼 이들의 운명은 명암을 달리했다.
이에 대통령 만들기에 일등공신을 했지만 사사건건 갈등을 일으킨 부의장과 이 의원. 한사코 “갈등은 없다”라고 일축하고 있는 그들의 손사래 속에 정치적 계산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잘 있어요” “잘 가세요” 노래가사처럼 이 부의장과 이 의원은 갈등을 봉합한 듯 인사를 나눴다. 하지만 인사치레 정도였을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의 원내대표를 놓고 이견을 보였던 두 사람은 대조적인 결과물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부의장의 한판승이었다.
지난 18일 저녁 친이 직계 의원들이 마련한 이 의원의 환송회에서 이루어진 그들의 만남. 이날 마신 폭탄주로 서로의 오해와 갈등을 털어버리기에는 뭔가 부족한 부분이 많다. 이들은 쉽게 마주하기엔 너무 많은 오해의 앙금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이 부의장과 이 의원은 정면충돌은 모두 4번이었다. 첫 번째는 새 정부의 조각인선이었다. 이 부의장이 인선작업을 주도하자 이 의원 측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장관 인사파동으로 인한 조각책임론이 제기됐던 것은 이 의원 측의 불편함이 반영된 것이었다. 두 번째는 4.9총선공천이었다. 이 의원 측에서 대통령의 혈육, 다선, 고령, 이라는 이유로 ‘이상득 불출마론’을 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이 의원 측에서 공천에서 결정적인 영향력을 펼치고 있는 이 부의장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재오 미국행 내막
하지만 이 의원 측 공세는 멈추지 않고 대통령의 친형이 ‘상왕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이 부의장과 공천책임론이 일자 ‘이재오 죽이기’라고 주장하며 남경필 의원을 비롯 당내 소장파와 함께 반(反)이상득 연대도 감행했다. 55인의 선상반란이라 불리는 한나라당 공천자 55명이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공천 불출마를 촉구했던 것이다.
세 번째 갈등은 총선 직후 다시 시작됐다. 이 의원 측에서 청와대 정무 라인 개편과 관련해 청대와 인사를 지목하며 교체요구를 했다. 청와대 정무라인에는 류우익 대통령실장 밑에 박재완 정무수석,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 장다사로 정무1, 김두우 정무2, 추부길 홍보기획비서관 등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중 실무 책임을 맡고 있는 2명의 비서관이 이상득 국회부의장 측 사람이었다.
그러나 정무라인은 개편되지 않았다. 이 역시 이 부의장의 승리로 끝났다.
최근 차기 당 지도부 구성을 놓고 네 번째 갈등이 있었다. 이 부의장은 ‘박희태 대표-홍준표 원내대표’카드를 이 의원은 ‘안상수 대표-정의화 원내대표를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이의원측의 이루지 못한 꿈으로 좌절됐다.
그리고 이 의원은 19일 미국연수를 위한 비자 발급을 위해 미국 대사관을 찾았다. 이에 대해 이 의원 측근들은 “이 의원이 미국행에 대해 거부감을 보였지만 최근 당에 대한 실망감과 원내대표 경선 구도를 보면서 미국행을 결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원하지 않은 외유일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 의원도 지난 18일 오후까지도 미국행에 대해서 “7월 전대 이전이 될지 아직 잘 모르겠다”며 “한나라당을 국민중심 정당으로 만들려면 수도권에서 당 대표가 나와야 한다”며 수도권 당 대표론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고도의 정치적 제스처”
이에 한때 정가에서는 이 의원의 미국행에 대해 출국은 전대 이후로 미뤄질 것이란 예상이 꾸준히 제기됐다. 또 한나라당에서는 친이- 친박의 구도가 깨지고 이상득- 이재오 갈등구조가 형성돼 친이계 권력투쟁이 일어날 것이며, 이들의 갈등관계가 전당대회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 부의장과 이 의원은 “갈등이 없다”고 전면 부인했지만 이들의 행복한 동거를 예상하고 있는 사람들은 전무한 상태다.
이미 친이계의 내부균열을 암시하는 징후들이 저변에 넓게 깔려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내에서는 이 의원 측이 18대 총선에서 낙마한 뒤 힘의 균형이 완벽하게 큰형님 이부의장으로 기울었으며 현재 당내에서 이를 견제할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 상태다. 또한 당대표자리를 놓고 ‘박희태 당 대표론’으로 굳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청와대 앞에만 가면 작아지고 형님 앞에만 가도 목소리가 사라지는 기묘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4전 4패의 아픔을 안고 떠나가는 이의원의 초라한 모습을 교훈삼아 의원들이 알아서 작아지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 등 이 대통령의 최측근 그룹으로 통하던 소장파들이 이 부의장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소장파의원들의 행동반경에 자연스레 초점이 옮겨지고 있다.
“장수는 전장을 떠나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정계에 대한 복귀를 선언했던 이 의원. 그는 꺽인 화살을 다듬으며 미국 시나리오를 완성해 화려한 귀국을 꿈꾸고 있다. 이의원의 못다 한 꿈. 과연 6개월 혹은 1년 뒤 돌아올 한국행 가방 안에는 어떠한 로드맵이 작성돼 있을까. 정가는 장수로 돌아올 이 의원의 전장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왜 교섭단체에 목매나?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에 합의했다. 선진당은 18대 총선에서 18석을 차지해 원내교섭단체 구성에서 2석이 미달한 상황이었다. 이에 그동안 민주당내 충청권 의원과 친박연대, 무소속 의원을 대상으로 영입을 시도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황이었다.
또한 창조한국당도 18대 국회에서 3석을 얻었다. 그러나 이한정 비례대표 당선자의 학력 허위기재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의석수가 2석으로 줄어드는 위기에 처해있다.
그러나 이들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대해 어색한 전략적 제휴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강경보수와 진보성향으로 정당의 정체성이 다른 두 정당에서 정치적 입지라는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번 교섭단체 구성에 대해서는 2석이 아쉬운 선진당의 이회창 총재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선진당은 4.9 총선에서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에 이어 세 번째 정당으로 자리 잡았지만 그동안 소외의 정치에 설움을 톡톡히 받았다.
지난 24일 이명박 대통령의 여야 지도부 초청오찬뿐만 아니라 지난 20일 쇠고기 파동 수습을 위하 이 대통령과 손 대표간의 영수회담에서도 제외됐다.
이에 이 총재는 특히 지난 19일 오후 청와대와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이 결정되자 “손 대표가 야당 전체 대표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또한 선진당의 박선영 대변인도 “이미 신의를 져 버렸기 때문에 청와대가 회담을 제의해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의 교섭단체 구성에 대해서 창조한국당의 치명적인 실수라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위태위태한 3석을 유지하고 있지만 강경보수 선진당과 구성제안을 하기 위해 참신하다는 평을 들었던 ‘사람 중심 진짜 경제’라는 당의 자존심을 걸었던 진보색깔이 혼선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계일각에서는 “정통보수를 자임해온 선진당과 창조적 진보를 표방해온 창조한국당이 기본적으로 이념적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어색한 동거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고 전망도 나오고 있다.한편 양당은 교섭단체를 구성을 하더라도 합당은 하지 않고 독자적인 정당활동을 하면서 상임위원장 배분이나 상임위 배정 등 원내 운영에 필요한 부분에서 공조하는 방식을 선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백은영 기자 about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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