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한나라당 당직 인선 개입의혹

청와대가 한나라당 당직 인선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최근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뽑는 등 주요 선출직 당직을 뽑았다. 이 과정에 청와대 민정수석실 A 비서관이 청년위원장과 디지털위원장 후보로 특정 인사를 지목, 출마를 종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당 일각에서는 당직 인선까지 청와대가 관여한다는 우려 섞인 시각을 보였다.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확실한 표 확보를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지만 ‘너무 한다’는 비판이다. 무엇보다 디지털위원장 선거에서는 청와대에서 지목한 후보가 탈락하고 예상 밖 후보가 되면서 민정수석의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표출했다.
청와대가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체제를 이명박 친정체제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청와대가 한나라당 선출직 당직인선에 적극 개입해 대의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나라당 청년위원장 선거를 근접에서 도왔던 한 인사는 “청와대에서 평소에 청년위원장 후보 출마를 생각하지 않았던 인사를 만나 출마를 종용했다”며 “당선자는 몇 번 고사를 하다가 청와대에 밉보여선 득이 될 게 없다는 생각에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청와대 출마 종용 진성호 탈락
그는 구체적으로 청와대 정무수석실 A 비서관 실명을 거론하며 “정무가 문제가 많다”고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이어 그는 “이미 지역별 당협위원장 선출을 마쳐 기존의 친박 일색 대의원을 친이 인사로 바뀐 상황에서 선출직 당직에 할당된 대의원 지명권까지 확보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그는 “청년위원장 후보뿐 아니라 디지털위원장 후보로 나선 진성호 당선자 역시 청와대 같은 비서관으로부터 출마를 종용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진 당선자는 여러 번 고사를 하다 출마를 한 경우로 그래서 디지털위원장 출마가 갑작스럽게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진 당선자는 이미 디지털 위원장 출마에 이재오 의원의 ‘강권’으로 이뤄졌다고 언론에 내비친 적이 있다.
청와대에서 선출직 당직까지 신경 쓰는 데는 오는 7월 전당대회를 대비한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현재 친이 측에서 지지하는 후보는 18대 공천에서 탈락한 박희태 의원으로 관리형 대표가 될 공산이 높다. 박 의원은 이명박 캠프의 선대위 위원장을 지낸 주류 인사들 중 핵심 인사다.
하지만 변수도 존재한다. 박근혜 전 대표가 요구하는 친박 일괄복당이 7월 전당대회 전에 이뤄질 경우 4선의 김무성 의원이나 6선의 홍사덕 의원이 당 복귀가 유력하다.
당내 친박 의원도 60여명으로 배나 늘어난다. 무엇보다 두 인사 모두 당 대표 최고위원으로 출마선언을 할 경우 18대 국회에서 원외 인사인 박 의원으로서는 부담감이 없지 않다. 여기에 박근혜 전 대표의 후광을 업는 다면 박빙의 승부도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청와대에서는 중앙위의장을 비롯해 디지털, 청년, 여성, 장애인 위원장의 대의원 지명권을 친이 인사로 채우기 위해서 당직 선출에 관여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이미 한나라당은 5월 중순부터 중앙위의장을 비롯해 여성위원장, 장애인 위원장, 청년위원장, 디지털위원장을 선출했다. 중앙위의장은 친이 인사인 이군현 당선자가 단독으로 입후보해 당선됐다. 중앙위의장직은 그간 정형근, 이강두 의원 등 중진급에서 맡아온 데다 치열한 경선을 치러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재선에 친이재오 인사인 이 의원이 단독으로 나와 당선돼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중앙위의장 선거 역시 당 일각에서는 청와대 작품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중앙위의장 대의원 지명권은 560표로 전당대회 투표가 1인 2표로 이뤄질 경우 1220표를 행세할 수 있는 막강한 표다.
이밖에 여성위원장에 김금래, 청년위원장에 강용석, 장애인 위원장에 윤석용, 디지털위원장에는 김성훈 청년연대 대표가 선출됐다. 모두 친이측 인사다.
4명의 위원장의 대의원 지명권은 최고위원에서 할당된 300명 안팎에서 결정된다. 여성위원장과 청년 위원장, 장애인 위원장, 디지털 위원장들이 서로 조율을 통해 300명 내에서 전당대회에 참여할 대의원 수를 선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중앙위의장 대의원 지명권을 포함해 1인 2표로 환산할 경우 1820표로 박빙의 선거를 치러질 경우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당선이 유력했던 진성호 당선자가 김성훈 대표에게 패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와대뿐만 아니라 이재오 의원의 강권으로 출마했을 당시 “후보등록만 하면 된다”는 기대와는 달리 진 당선자가 패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의 정치적 후견인을 자청했던 진 당선자의 탈락으로 청와대 정무 파트뿐 이 의원의 ‘령’이 서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한편 청와대의 선출직 당직에 대한 적극 개입관련 친박측의 한 인사는 6월 말로 예정된 시도당위원장 선출에 청와대 입김은 절정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한나라당 중앙당은 이미 각 시도당에 공문을 보내 5월15일부터 6월15일까지 새 시도당 위원장을 선출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각 시도당은 1년 임기의 시도당 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격 선거 준비체제에 들어갔다. 통상 시도당 위원장은 재선이나 3선 의원이 주로 선출됐다.
무엇보다 각 시도당위원장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 권한이 있는 대의원을 별도로 선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대의원 지명권 무려 1800표 이상
전당대회에 참석하는 대의원은 중앙당이 선임하는 대의원과 당연직 대의원, 당협 위원장과 시도당 위원장이 선출하는 대의원 등 4가지로 나뉘는데, 시도당 위원장은 당협 위원장과 시도당 위원장 몫의 대의원 선출 권한을 갖는다.
따라서 시도당 위원장 선출 결과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 등을 뽑는 7월 전당대회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청년위원장 선거를 근접해서 본 인사는 “중앙당 대의원 확보를 위해 정무비서관이 나서는 마당에 시도당위원장 선거가 되면 대통령이 나서는 게 아니냐”며 “7월 전당대회가 요식행위로 끝날 공산이 높다. 주류 측의 시나리오대로 박희태 의원이 당 대표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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