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 앞두고 선진국민연대 기지개

선진국민연대가 최근 여의도에서 비공개로 대규모 회합을 가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20%로 폭락한 상태에서 ‘MB정부의 노사모’로도 불리는 최대 사조직의 모임이라 예사롭지 않다.
MB정부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위한 여론몰이에서부터 사단법인 설립설, 청와대와의 교감을 통한 당 대표 지원설 등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여의도 D빌딩 2층은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인파로 붐볐다. 이곳 2층 사무실은 평소엔 그다지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이었다.
그런데 이날만은 입구계단을 오르내리는데 어깨를 부딪쳐야 할 정도로 혼잡했다.
지난 해 대선 후 이명박 대통령의 외곽조직으로 화제가 됐던 ‘선진국민연대’ 사무실 확장 개소식이 열렸기 때문이다. 선진국민연대 측은 이날 회합에 대해 “회원들 간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순수한 모임으로 정치적 의미가 없다”면서 “사무실도 전부터 운영해오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모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최근 대통령의 지지율이 폭락하고 있어 민간 차원에서 지원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인사는 “총선때 여러 사람을 지원했지만 총선이 끝났으니깐 누구를 밀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선진국민연대가 한나라당 당권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여권 인사는 이와 관련 “청와대 A비서관 등과 교감을 가지면서 전당대회 때 B씨를 지원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400만 회원을 자랑할 정도로 대선을 거치며 거대한 조직으로 성장한 선진국민연대가 당권 경쟁에 뛰어든다면 정치권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MB정부 내에서의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선거 당시 연대를 이끌어온 박영준 팀장은 현재 대통령 기획조정비서관으로, 이영희 공동상임의장은 노동부장관으로, 박인제 중앙위원은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4.9총선에서도 장제원, 조진래 중앙위원등이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다.
여권 관계자는 “박 비서관이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들을 청와대에 대거 발탁했다”며 “선진국민연대의 약진은 박 비서관과 그 뒤에 있는 이상득 부의장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여권관계자는 “(선진국민연대의) 규모가 크게 부풀러져 있다. 실제 활동하는 사람은 수백명에 불과하다”며 당권 경쟁에서 파괴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시민단체성격에서 탈피하기 위해 사단법인을 설립해 정부 지원과 함께 공기업 기관장, 감사 인선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선진국민연대 구인호 사무처장은 “노사모가 사단법인화하지 않았듯이 우리도 순수 시민단체 연대로 남아 이명박 대통령이 곤란하면 그때그때 지원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오경섭 기자 kbswa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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