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DJ 명예훼손 소송 전말
〈일요서울〉 ↔ DJ 명예훼손 소송 전말
  • 윤지환 기자
  • 입력 2008-05-27 09:11
  • 승인 2008.05.27 09:11
  • 호수 735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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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스런 전직 대통령처사, 문제는 진실규명”

"언론의 공정성과 기자로서의 직업의식을 망각하고,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기사를 작성하고 출판해 원고들의 명예를 심대하게 훼손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 측은 지난 20일 전 국정원 직원 김기삼씨의 노벨평화상 로비 공작설 주장 등을 보도한 본지〈일요서울〉에 대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민사소송을 서울 서부지법에 제기했다고 밝히며 이 같이 말했다.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도 자신을 간첩이라고 주장한 김씨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한 〈일요서울〉에 대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DJ외 임 전 장관은 각각 1억원의 위자료를 요구했다. 이런 사실이 전해지자 DJ 측의 조치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온라인에선 긍정과 부정의 시각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일부에선 “언론의 입을 막기 위한 전형적인 표적소송”이라며 “이번 기회에 DJ정부의 모든 의혹들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다른 일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을 보도하는 무책임한 언론에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고 맞서고 있다. 아울러 그동안 DJ비리 의혹 보도에 침묵해온 동교동이 왜 유독 〈일요서울〉의 보도에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지에 대해 의문이 일고 있다.

DJ측은 이날 주요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일요서울은 최근 두 차례에 걸쳐 김씨의 말을 빌려 김 전 대통령의 거액 비자금, 대북송금, 노벨평화상 로비 공작 등 허무맹랑한 내용을 보도했다"며 “터무니없는 주장과 무책임한 보도로 명예를 훼손한데 대해 더 이상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그 배후와 책임을 추궁해나갈 것”이라고 소송 제기 이유를 밝혔다.


전형적인 표적 소송 의혹

또 DJ측은 “언론자유라는 보호막 뒤에서 이를 남용하고 있는 사이비 언론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DJ측은 “재판 진행과정에 따라 우리 측이 지정하는 주요 일간지에 사과문과 정정보도문을 게재할 것을 법원에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DJ측의 이런 입장을 담은 기사가 온·오프라인 매체를 통해 일제히 보도되자 상당수의 네티즌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대응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 일각에선 언론의 입을 막으려는 표적소송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표적소송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를 들여다보면, 〈일요서울〉이 김기삼씨의 인터뷰 기사를 보도한 직후 한 메이저 보수 언론이 발행하는 모 주간잡지도 김씨의 인터뷰 기사를 보도했다. 이 주간잡지가 보도한 인터뷰 기사는 〈일요서울〉이 보도한 내용과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DJ측은 유독 〈일요서울〉의 보도만 문제 삼고 있다.

또 모 보수 월간지는 2003년 초 두 차례에 걸쳐 이미 DJ의 노벨상 로비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이때 이 월간지 역시 김씨의 말을 상당부분 인용했다. 이외에도 김씨의 입을 빌어 DJ의 여러 의혹을 보도한 언론은 수없이 많다.

이에 한 네티즌은 모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미국으로 간 김기삼씨가 망명허용을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 그의 인터뷰 기사를 집중 보도한 일요서울을 상대로 소송을 건다는 것은 어딘가 수상하다”며 “일요서울은 국민들에게 진실을 좀 더 자세히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씨 인터뷰 기사를 유심히 읽었다는 한 독자는 본사에 전화를 걸어와 “이번에 DJ측에서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정치색깔을 떠나 DJ에 대해 많은 의혹이 제기돼 왔고 그 부분에 대한 진실은 국민이 당연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독자도 “이번 소송을 통해 DJ 정부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일부라도 진실이 드러나기를 기대한다”며 “이번에 일요서울이 굴복하고 입을 다물면 DJ측의 말대로 사이비 언론이 될 것이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운다면 모든 언론의 귀감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DJ측은 김씨의 주장과 이를 보도한 〈일요서울〉의 기사에 대해 허무맹랑한 내용이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그것은 엄밀히 말해 DJ측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그것이 참인지 거짓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의혹을 참이라고 말하는 쪽과 거짓이라고 말하는 쪽 모두 이를 증명할 결정적 증거를 아무것도 내 놓지 않고 있다.


김씨 주장 신뢰성 높아

DJ를 둘러싼 의혹 중 해외 비자금 은닉 의혹, 대북불법송금 등은 이미 수 없이 공론화 돼 온 문제다. 새삼스럽게 문제 삼는 게 이상할 정도다.

특히 대북송금은 DJ 스스로도 일부 인정한 사실이다. 의혹 제기된 송금액과 인정한 액수가 현저히 차이나지만 거액을 김정일에 송금한 사실이 있었다는 것은 의혹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실제 송금액이 얼마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드러난 물증이 없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의혹은 유령처럼 계속 떠돌고 있다.

또 비자금 은닉설은 의혹으로만 떠돌았던 게 아니다. 2006년에는 미국 연방 하원이 DJ의 부정축제 자금과 미국 유입과정, 그리고 그 자금 중 상당액이 김정일 지원에 쓰였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DJ의 노벨 평화상 수상 로비 의혹도 다시 꿈틀거렸다.

이 처럼 김씨의 폭로가 아니더라도 DJ에 대한 의혹제기는 충분히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김씨의 인터뷰는 그 인물적 비중을 고려할 때 기사화 할 사유가 충분했다는 게 〈일요서울〉의 입장이다.

김씨가 국정원(전 안기부) 불법 도·감청사실을 폭로했을 때 권력은 오리발을 내밀었다. 만약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이 역시 의혹으로 남았을 것이 자명하다. 결국 이 의혹은 미림팀 존재 확인으로 사실여부가 가려졌다. 김씨의 당시 폭로가 거짓이었다면 지금의 다른 주장을 신뢰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에 그가 제기하는 추가 의혹들과 그 근거들을 간과할 수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김씨의 의혹을 보도하는 것은 언론으로서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DJ측은 이렇다 할 증거 또는 반박자료 하나 내놓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일요서울〉을 사이비 언론으로 매도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일보의 한 중견 간부는 이에 대해 “이번 소송은 민주화를 부르짖던 전직 국가 원수의 처신이라고 보기에 여러 모로 아쉽다”며 “DJ측이 진정 깨끗하다면 소송을 걸게 아니라 만연해 있는 여러 의혹들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이번 기회를 빌어 보다 구체적으로 해명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한편 DJ측의 소송 제기에 〈일요서울〉은 전례 없이 강경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김씨로부터 입수한 수기와 아직 기사화하지 않은 충격적인 내용들도 함께 공개할 예정이다.

또 〈일요서울〉은 보도자료를 통해 ‘사이비 언론’ ‘기자로서 직업의식을 망각’ 등 막말을 거침없이 쏟아낸 DJ측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맞소송을 검토 중이다.

이밖에 DJ측의 소송 제기 사실을 접한 김씨는 “김 전 대통령 측과 임동원씨가 나의 주장을 보도한 일요서울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것은 엄청나게 큰 실수”라며 “김 전 대통령 측은 얼마 전 내가 가지고 있는 증거자료가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는데 곧 그 말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 말했다.


DJ에 맞소송 강경 대응

이어 그는 “앞으로 일요서울에 연재되는 수기내용에 맞춰 순차적으로 자료를 공개하면 시너지 효과를 볼 것이다. 지난 8년간 많은 준비를 해왔다. 이런 날이 오기를 고대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김씨는 “임동원씨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많은 보강조사를 해왔다. 국정원에서 그를 경험한 많은 국정원 직원들의 증언만으로도 그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며 “더구나 그는 나를 조직의 낙오자, 사기꾼, 간통한 파렴치한 등으로 몰았다. 자신의 행동들에 대해 반드시 책임지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국정원 직원 김기삼씨가 본지에 보내온 육필원고 관련기사는 20면에 이어 집니다.)

윤지환 기자 jj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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