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최고 기밀 서류 ‘친전’ 갖고 있다”
“국정원 최고 기밀 서류 ‘친전’ 갖고 있다”
  • 윤지환 기자
  • 입력 2008-05-20 09:23
  • 승인 2008.05.20 09:23
  • 호수 734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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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입수-국정원 (친전) X파일
사진은 각 방송사의 화면캡쳐

전 국정원 직원 김기삼씨의 망명이 지난달 15일 결정됨에 따라 그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씨는 〈일요서울〉(730호 5월 1일자 참고)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상 공작의혹을 증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지난 3일에는 미국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DJ의 노벨상 수상공작 의혹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김씨의 기자회견은 국내에 별다른 파장을 주지 못했다. 기대했던 바와 달리 김씨가 의혹제기에 따른 증거자료를 꺼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김씨는 이 자리에 참석한 특파원들과 현지 한인언론 기자들에게 A4용지 10매 분량의 ‘노벨상 수상 공작 개요’를 배포했다.

김씨에 따르면 배표문건은 자신이 수집한 900페이지의 자료를 알아보기 쉽고 짧게 축약한 것이다. 배포문건이 자료를 근거해 만들어졌다는 말은 귀를 솔깃하게 한다. 또 김씨는 자료 공개여부와 관련, 망명이 최종 확정된 이상 시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전까지 공개 여부를 망설이던 그가 공개예정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아울러 김씨는 이날 국정원 최고 기밀문서인 ‘친전’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DJ의 노벨상 공작의혹을 증명할 수 있는 친전을 갖고 있다고 말해 손에 쥔 자료가 예사롭지 않음을 시사했다.

이에 〈일요서울〉은 김씨로부터 친전의 실체를 직접 들어봤다.

김씨에 따르면 친전은 일종의 통신문서다. 외부에서 활동 중인 국정원 직원이 내부로 보내는 전문(電文)으로, 그 내용이 기밀사항이고 특정 수신자를 제외한 다른 이들은 열람할 수 없는 문서다.

김씨는 “과거 국정원 내에는 친전을 다루는 전문실이 따로 있었다. 친전은 특정 수신자 외에 아무도 열람할 수 없다”며 “과거엔 프린트한 문서를 봉투에 넣어 수신 당사자에게 전해졌는데, 지금은 아마 전자통신 형태로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문서는 주로 정부차원의 중요 프로젝트나 해외 부서의 기밀 등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전’에 담긴 비밀

또 김씨는 “친전은 정부의 주요 현안이나 정책에 대한 내용도 많이 다루고 있다. 대통령이 국정원 요직 인사들에게 직접 명령을 하달하는 것도 친전을 통해서다”며 “따라서 국정원의 친전 안에는 각 정부의 핵심 사안들을 다룬 내용들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앞서 김씨는 미국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 정부 시절 노벨평화상 수상공작을 증명하는 친전을 갖고 있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김씨는 이 기자회견을 통해 “내가 갖고 있는 친전들 중 스톨셋 주교의 방한 관련 영수증이나 DJ정부 홍보책자 제작 당시 삼성이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자 DJ가 ‘그렇다면 그 문제에서 손 떼라’고 지시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친전이 특정인물 외에 아무도 열람할 수 없는 문서라면 김씨는 어떻게 그 문서를 손에 넣을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해 김씨는 “당시 국정원 내에서 나는 신임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열람이 가능한 위치에 있었다”며 “친전은 DJ의 노벨상 공작에 대한 나의 의구심을 사실로 확인시켜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DJ측은 김씨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일고의 대응가치도 없다는 입장이다.

DJ측의 최경환 공보비서관은 “김씨의 주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는 매국노나 다름없다”며 “국가적으로 큰 영광인 노벨평화상을 그렇게 폄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분개했다.


DJ 도운 마담 장의 정체

또 최 비서관은 “노벨상이란 것이 공작에 의해 아무나 받을 수 있는 상이고 지금까지 다른 나라 수상자들도 그렇게 상을 받은 것이라면 또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런 전례가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다”며 “도대체 갖고 있는 증거가 뭔지 모르겠지만 우리도 그 증거자료를 한번 보고 싶다”고 말했다.

최 비서관은 이어 “일부 언론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김씨 한사람의 말만 듣고 보도하고 있는데, 너무도 불쾌하고 안타까운 일이다”며 “김씨가 계속 이렇게 왜곡된 내용을 퍼뜨린다면 더 이상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김씨는 DJ의 대북 불법송금의혹과 관련, 정체불명의 의문의 여인에 대해서도 밝혔다.

이 여인에 대해선 〈일요서울〉이 731호를 통해 보도한 바 있다.

이 여인은 한국계 프랑스인인 것으로만 알려져 있다.

김씨는 “그 여인의 이름은 마담 장이라고만 전해졌다. 그는 DJ의 대북송금과 관련된 일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나도 그의 정체에 대해 구체적으로 아는 바가 없다. 하지만 모 일간지 기자가 취재해 나에게 개인적으로 알려준 게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마담 장은 명동에선 큰 손으로 통하는 유명인사로 특히 외환시장에서 유명하다. 하이얏트 호텔에 장기체류하며 DJ를 도운 것으로 알려진 마담 장은 프랑스 고위 관료의 며느리로 알려졌다.

마담 장은 대북 불법송금 과정에서 북한 지원 자금을 해외에서 세탁해 국내로 다시 반입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이 여인에 대해 국정원에서 어디까지 파악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며 “내가 알기로 당시 국정원의 핵심인사 몇몇은 마담 장의 실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DJ에 자금 지원

또 김씨는 국정원에 대한 일반인들의 잘못된 인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씨는 “국정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과거 안기부 탓이기도 하지만 정치권력에 편승해 이미지를 개선하지 못한 내부적인 문제가 주원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언론도 국정원에 대해 잘못된 보도만을 한다. 김만복 국정원장에 대해 보도할 때도 동아일보는 거의 소설을 썼다. 내가 기자에게 전혀 사실과 다른 내용을 썼다고 지적하기도 했다”며 “국정원이 잘못한 부분도 많지만 긍정적인 역할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씨는 자신이 DJ의 노벨상공작 의혹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이 공작은 DJ정부에서 저질러진 모든 비리의 원천이다”며 “국민의 정부 당시 저질러진 수많은 비리가 모두 이 노벨상 공작 때문에 비롯된 것이다. 이는 국민이 분명히 알아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기자회견에서 비전향 장기수 북송도 눈속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비전향 장기수를 조건 없이 대거 북송 했다. 노벨상 위원회가 관심을 표명한다는 이유에서였다”며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의 납북자나 국군포로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국민의 정부 당시 기업에 대한 착취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김씨는 “DJ가 이 ‘노벨상 100주년 기념전시회'의 경비 20억원을 삼성에서 부담토록 하라고 비서 김한정씨에게 지시했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대한 증거자료도 내가 갖고 있다. 이 자료 역시 하나씩 공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정씨가 실제로 삼성에 지원을 요청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2002년 ‘노벨상 100주년 행사’가 호화롭게 개최될 당시 공교롭게도 이 행사 스폰서는 다름 아닌 삼성그룹이었다.

윤지환 기자 jj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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