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저질 파문’ 내막

비례대표인가? 비리대표인가? 통합민주당, 친박연대, 창조한국당에 이어 이번엔 한나라당까지 비례대표 홍역에 시달리고 있다. 당선자의 자질 시비 및 ‘돈 공천’ 추문에 휩싸인 것이다. 그러나 이미 나눠먹기 공천과 급조 정당의 어설픈 공천심사가 부른 ‘예고된 참사’라는 의견이 팽배하다. 어느 당도 비례대표는 돈공천이라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태다. 그러나 각 당의 대표들은 모두 비례대표 의혹과 관련해 자신은 개입한 적도 알지도 못한다는 발뺌을 하고 있다. 또는 ‘야당 죽이기’ 혹은 ‘정치적 음모’라는 억울함만을 호소하고 있다. 의석수에만 관심 있고 비례대표의원이 누구인지 잘 모른다는 각 당의 대표들. 이들은 돈 공천이라는 의혹에서 과연 떳떳한 무죄일까. 혹은 미필적 고의일까. 비례대표 파문이 몰아치고 있는 정가의 이슈 한복판으로 들어가 본다.
“사진 조작술은 허경영을, 학력위조는 신정아를 모방했다” 창조한국당 이한정 당선자를 놓고 국민여론이 들끓었다. 이 당선자는 고등학교 청강생, 1500만원에 산 연변대 졸업장 등의 학력위조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빌 클린턴, 조지부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장쩌민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찍은 사진은 직접 촬영한 것도 모두 위조했다는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사기, 전과에 학력 조작 의혹
뿐만 아니라 사기죄, 공갈죄 등 화려한 전과기록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당선자는 우리나라 5천만 인구를 이끌고 갈 소중한 299명중 한명의 국회의원이다. 이처럼 폭력전과, 사기혐의, 학력위조, 선거법 위반혐의 등의 비례대표들로 각 정당은 비례대표 울렁증을 앓고 있다.
정가에서는“비례대표는 됨됨이보다는 통장잔고 액수에서 얼마를 낼 수 있느냐에 관심이 더 많다”는 자조 섞인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국회의원이라는 자리는 국민을 대변해 국정을 조정하는 국가의 핵심의 자리지만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다는 현실을 통탄하는 말이다.
또한 검찰 관계자는 “그 동안 대선 및 총선을 치를 때마다 검찰은 선거 및 당선자 관련 사건을 오래 쥐고 있다가 고소 고발을 취소하면 종결하는 것이 관례였다”며 “그동안 검찰이 정치적 고려 등을 이유로 선거 관련 사건을 신속히 처리하지 못하는 바람에 부적격 인사가 상당 기간 등원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실토했다.
이처럼 비례대표라는 제도가 선거법위반의 양산지로 떠오르고 있다. 정당은 법을 지나치게 악용해 돈 공천 혹은 친분공천으로 혼탁의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욱 문제점은 선거법위반이나 비례대표의 전과가 속속 들어남에도 불구하고 이를 대하는 각 정당의 대표들의 태도도 문제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는 ‘야당에 대한 표적수사’라면서 검찰 소환을 세 번이나 거절했다. 또한 친박연대의 서청원 대표도 ‘박근혜 전 대표 죽이기’라는 초강수를 두고 자신의 혐의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현재 비례대표로 문제성이 있다고 밝혀진 당선자는 한나라당 임두성, 통합민주당 정국교, 창조한국당 이한정 친박연대 양정례 등이다. 자유선진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에서 사이좋게 한명씩 나왔다.
각 정당 비례대표 울렁증
그러나 이들은 이미 선거전부터 ‘수상한 비례대표’라는 의혹의 대상으로 관심을 받아 오면서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나’라는 속담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입증 시켰다.
검찰조사가 끝나야 이들의 혐의는 정확히 밝혀질 예정이다. 그러나 금품관련과 해서 조사를 받고 있는 이들은 올 2월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누구든지 정당이 특정인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해 금품이나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받을 수 없다’는 조항이 신설돼 법과 힘겨운 싸움을 펼쳐야한다.
이에 공천을 대가로 제공한 돈이라면 특별당비라 하더라도 돈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이 모두 처벌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이들은 정가의 뜨거운 이슈로 떠오를 예정이다.
최고 인기를 모았던 영화 올드보이의 대사처럼 ‘누구냐 넌?’ 알 수 없는 약력과 학력 또는 꿍꿍이 행적들로 가득했던 비례대표. 수사가 더욱 확대되면 정체를 알 수 없었던 비례대표 블랙리스트의 명단에 올랐던 이들은 더욱 몸을 움추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서 비례대표로 추천했던 사람이나 비례대표가 된 사람들이나 편안치 못한 18대 개원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뜨거운 태양이 쏟아질 예정인 6월. 국회개원을 앞두고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던 국민들은 여의도로 입성할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명암은 태양이 아니라 깨끗한 양심의 고백이길 바라고 있다.
백은영 기자 about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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