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여의도 컴백 노림수
이재오 여의도 컴백 노림수
  • 백은영 기자
  • 입력 2008-05-20 08:49
  • 승인 2008.05.20 08:49
  • 호수 734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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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특사’로 한나라당 구원투수?
총선 낙선 이후 지리산 등에서 은둔해왔던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이 지난 15일 오전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MB의 남자’가 돌아왔다. “전사는 전장을 떠나지 않는다”는 화두를 꺼낸 이재오 의원. 그가 지리산 은둔을 끝내고 여의도로 컴백했다. 20여 일 간의 칩거를 끝낸 그가 꺼낸 첫 번째 카드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독대였다. 일각에서는 이 의원이 미국 유학을 가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위기에 빠진 MB정권의 구원투수를 자청해 그동안 안팎으로 어지러웠던 한나라당의 질서를 잡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당내에서는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그의 역할은 친이와 친박에 커다란 회오리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MB의 최측근이자 좌장인 이재오 의원, 그가 일으키고 있는 정치권 바람이 '이재오 태풍'을 불러올지 '소낙비'로 그칠지 정치권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잖아 코끝만 스쳐도 우린 느낄 수가 있어’ 한때 유행했던 ‘텔레파시’라는 유행가 가사다. 그러나 이 노래는 MB와 이재오 의원 사이를 가장 잘 나타낸다. 이처럼 그들에겐 지리산과 북한산을 가로질러 보이지 않는 암묵적인 텔레파시가 있는 것일까. 지리산 칩거를 끝낸 후 MB에 면담신청을 했고, 둘은 안가에서 ‘묻지 마 독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철저히 본색을 드러내지 않고 애매한 말들을 흘리고 있어 여러 가지 추측을 낳고 있다. MB에게 당 주류의 뜻과 대치되는 ‘안상수 당대표, 정의화 원내대표’ 라인을 적극 추천했다는 소리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박희태-홍준표 체제 반대 내막

이에 ‘박희태 당대표 홍준표 원내대표’란 카드가 당 주류의 대세론을 거슬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한 최근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청와대 인적라인에 쇄신을 요구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비서진 교체와 정치특보 개설을 요구해 자신이 정치특보 역할을 자청하고 나섰다는 가능성도 예상되고 있다.

또 MB의 적극적인 힘을 받아 막강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7월 전당대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당 대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친박 측 저격수의 역할을 자청하며 최근 힘을 잃고 있는 강경파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상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본인은 정작 말을 아끼고 있다. 쏟아지고 있는 관심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다만 “6월 1일부터는 낙선 위원장으로서 지역구에서 열심히 하겠다”며 “하지만 미국은 갈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확한 일정은 밝히지 않아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이에 이 의원이 정치적 행동개시를 시작하며 운을 먼저 띄운 다음 MB의 결단을 기다리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그러나 이의원의 정치재계에 대한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이 의원의 존재는 反이재오+反대운하=反이명박이라는 공식이 성립돼 MB의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반드시 살아 돌아와 복수를 꿈꾸고 있는 친박의 가장 큰 숙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가뜩이나 집안 단속에 신경을 쓰고 있는 MB가 ‘이재오 카드’라는 극단의 처방으로 친박과의 대립으로 민심이탈이 심해지는 영남지역을 자극할 이유가 있냐는 것이다.


“미국은 꼭 간다”

그러나 이 의원의 당내 파워는 아직도 막강하다. 당선자들과 워크숍을 가졌고 일부 총선 당선자들에게 “내가 지시할 때까지 움직이지 말라”는 인적단속에 나섰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여당의 관계자는 “이 의원이 총선의 실패로 인해 자숙의 시간을 가지며 많이 위축돼 무소불위의 완장을 휘둘렀던 예전만큼의 기백은 찾기 힘들 것이다”고 말했다.

이미 한나라당 내에서는 ‘포스트 이재오’를 찾기에 골몰했으나 마땅한 인물이 없어 고심하는 흔적이 역력하다.

또한 이것이 MB의 고민이기도 하다. 정부의 인사파동, 광우병 논란, 친박 진영과 끝없는 갈등으로 힘이 빠져 있어 충심을 다해 직언과 조언을 아껴줄 사람이 없다는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MB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남자. 그가 대통령의 5년 임기동안 무관의 남자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그의 손에 쥐어진 카드가 미국행 여권인지, 한나라당 당증인지 그의 손아귀에 쥐어질 한 장의 카드에 정계는 긴 목을 빼고 바라보고 있다.

백은영 기자 about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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