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내가 다 뒤집어썼다”
“결국 내가 다 뒤집어썼다”
  • 홍준철 기자
  • 입력 2008-05-20 08:47
  • 승인 2008.05.20 08:47
  • 호수 734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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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연대 양정례 ‘위증 교사’ 의혹
친박연대 양정례 비례대표 당선자와 모친 김순애씨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검찰조사에 대한 불만과 검찰 회유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친박연대 양정례 비례대표 당선자를 둘러싼 ‘위증 교사’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 전망이다. 김순애-양정례 모녀의 개인비서로 있던 L씨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2006년 10월 13일 횡령 혐의로 경찰서에 구속되기 1~2시간 전 양 당선자가 서대문 건풍건설 사무실에서 ‘혼자 알아서 인출한 것으로 하라’며 돈의 출처나 인출을 지시한 사람, 돈을 전달할 인사에 대해서 일절 함구해 달라고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양 당선자의 이 말을 듣고 그는 사무실에 찾아온 서대문경찰서 소속 형사들에게 ‘자수’를 했다고 얘기했다. 이로 인해 L씨는 김 회장의 돈 3천여만원을 횡령한 혐의가 적용돼 징역 10개월 실형을 선고 받았다. L씨는 영등포와 통영구치소에서 옥살이를 마치고 작년 10월에 출소했다.

L씨는 본지 기자와 만나 2006년도 10월 횡령죄로 서대문경찰서에 연행되기 전 상황에 대해 비교적 소상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당초 경찰서에서 ‘김 회장의 돈을 중간에 혼자서 착복했다’는 최초 진술과는 다른 얘기를 꺼냈다.


양정례 ‘혼자 한 일로 해 달라’ 종용

그는 “3천3백만원 가량의 김 회장 돈을 착복한 사실을 처음 안 사람은 양정례 당선자였다”며 “양 당선자가 그 사실을 알고 서울 모처의 P 극장 앞에서 나를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고 술회했다.

이후 양 당선자와 함께 택시를 타고 서대문구 대현동 건풍건설 사무실로 향했고 이미 양 당선자는 서대문 경찰서에 신고를 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양 당선자와 L 비서가 택시를 타고 사무실로 가는 동안 김 회장으로부터 전화 연락이 왔고 건풍건설 사무실에서 만나기로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사무실에 도착한 양 당선자와 L씨는 차 한 잔을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L씨는 당시 “양 당선자가 ‘이렇게 된 거 어머님 얘기는 하지 말고 혼자서 돈을 뽑은 것으로 해라’고 말했고 얼마 안 돼 서대문경찰서에서 형사 2명이 사무실로 찾아와 연행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찰서에 도착하니 그때서야 김 회장이 경찰서로 들어왔고 김 회장이 담당 경찰에게 ‘L씨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선처해 달라’고 말했지만 경찰서에서는 이미 양 당선자가 조서를 다 마쳐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양 당선자의 말 대로 경찰서에서 혼자 알아서 돈을 착복했다고 진술했고 이후 영등포 구치소와 통영교도소에서 징역 10개월 옥살이를 하고 출소했다”고 밝혔다.


양정례 “나중에 연락 드리겠다” 연락두절

그러나 그는 “김 회장의 돈을 착복한 것은 사실이지만 양 당선자가 자백하는 데 적극 개입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L씨에 말에 따르면 수행비서이자 운전기사였던 그는 평소 김 회장의 지시로 돈을 제3자에게 자주 배달했다.

그 방식은 김 회장이 통장이나 직불카드를 주면 수표나 현금으로 인출해 김 회장의 지목한 제 3자에게 전달하는 형식이었다.

배달사고 당시에는 김 회장이 자신의 모친인 어머니 유모씨 명의의 통장을 통해 총 5천만원의 현금을 뽑아 A와 B씨에게 각각 2천만원과 3천만원을 갖다 줄 것을 L씨에게 지시했다. 이어 김 회장은 L씨에게 모친인 농협통장을 건네 돈을 인출토록 했다.

L씨는 기자와 인터뷰에서 2년이 다된 오랜 일임에도 통장의 비밀번호를 뚜렷하게 98**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L씨의 횡령 사실을 알아챈 양 당선자는 경찰에 신고하기 전 L씨에게 사전에 연락을 취해 자신의 모친 얘기와 돈을 받기로 한 인사들을 언급하지 말라고 종용했다. 그 대신 L씨 혼자서 알아서 한 일로 사건을 종결시켰다는 게 L씨의 설명이다.

당시 김 회장과 양 당선자는 복역을 마치고 나면 복직도 시켜 주고 후사도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L씨는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L씨는 “출소 후 두 모녀는 모르는 사람처럼 입을 싹 닦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상황이 역전된 것은 L씨가 유력 정치인과 김 회장이 대화를 나눈 녹취록과 서류를 가지고 있다는 주장을 김 회장이 뒤늦게 접한 후 부터다.[본지 733호 ‘서청원 녹취록 비밀 담겨 있다’ 참조]

L씨에 따르면 이후 김 회장과 양 당선자는 부인 혼자 있는 집까지 찾아와 서류와 녹취록을 찾기 위해 집안 곳곳을 뒤졌다고 폭로했다. 김 회장 모녀는 당시 L씨 소유의 다이어리 및 서류를 가져갔지만 원하는 녹취록과 서류는 찾지 못했다는 게 L씨의 주장이다.

한편 L씨 ‘위증교사’ 주장과 관련 김 회장과 양 당선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본지는 양 당선자와 연락을 취하기 위해 친박연대뿐아니라 건풍건설 사무실에 수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다.

특히 양 당선자의 수행 비서를 담당했던 이모 비서는 “비서가 아니라 사무직원이었다”며 “잠깐 전화 연결을 시켜주는 정도였지 지금은 연락이 안 된다”고 발뺌했다.

어렵게 양 당선자와 전화 통화를 할 수 있었으나 양 당선자는 “지금은 이동 중이라 말 할 수 없다. 나중에 연락 주겠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본지는 김 회장 건풍건설 사무실과 양 당선자 휴대폰에 메시지까지 남겼지만 양 당선자는 더 이상 전화를 받거나 하지 않았다.


#양정례 당선자 소득공제-비자금 조성 의혹

“허위 주유소 영수증 심부름 시켰다”

김순애 건풍건설 회장과 딸 양정례 친박연대 당선자의 개인비서 L씨는 양 당선자가 건풍건설에 근무할 당시 주유소 영수증을 허위로 떼어왔다고 발언해 조세 포탈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양 당선자(당시 양 실장)와 함께 근무할 2006년 후반에 한 달에 1~2차례 지정된 Y 주유소를 방문해 허위로 주유소 영수증 한 묶음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그는 “양 실장이 심부름을 시킬 일이 있다고 해 가보니 Y 주유소에 가서 영수증을 가져오라고 했다”며 “가면 직원이 한 다발씩 주유소 영수증을 묶어서 줘 가지고 왔다”고 말했다.

당시 “양 실장은 주유소 영수증을 서류로 철 해놓고 연말에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사실 주유소 영수증은 카드가 활성화되기 전까지 거짓으로 연말 소득공제를 받는 수단으로 각광을 받았다. 과거에는 자동차 운전자들이 현금을 내고 영수증을 받아가지 않는 경향이 부지기수라 주유소에서 영수증을 거짓으로 끊어 소득 공제 자료로 활용해 공제를 받는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특히 한번 기름을 넣으면 10만원 이상 들어가는 대형 화물 운송업체나 대형 버스운송 회사의 경우 주유소의 주요 고객으로 회사가 허위로 영수증을 요구할 경우 주유소 업소 사장들은 거절하기 힘들다는 점도 허위 주유 영수증이 남발되는 수단으로 이용될 수밖에 없었다.

주유소 입장에서 들어오는 기름의 양과 매출액이 정해져 있어 그 한도 내에서 영수증을 발행할 경우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국세청측, ‘허위 영수증 확인 시 조세포탈죄 적용’

결국 이런 점을 이용해 주유소 업소 사장과 친분이 있는 친인척, 화물 운송업자 등이 연말 소득 공제를 받기 위해 허위로 영수증을 주고받는 경우가 관행적으로 이뤄졌다.

현재는 카드가 활성화돼 있지만 과거 주유 업계에서는 많게는 1억원 상당의 영수증을 끊어줘 소득공제(10%)로 1천만원 상당액을 주요 클라이언트의 잇속을 챙기게 만든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국세청 관계자는 거액의 허위 영수증을 끊을 경우 위험부담 역시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는 오히려 개인 중소기업이 비자금 조성의 일환으로 주유 영수증이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A라는 회사가 허위로 2억원의 영수증을 받아 소득 공제 신고를 했다면 2천만원 정도의 이득을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세무조사에 걸릴 경우 법인세 누락에 개인세까지 100%이상 세금이 떨어져 2억원 이상의 돈을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세청은 2억원의 매출이 생기고 그에 따른 소득이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세금 폭탄을 맞기 십상”이라며 “오히려 2억원을 허위 비용으로 잡는 것은 소득공제 성격도 있지만 사업외 비자금 조성용으로 활용될 공산도 높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김 회장과 양 당선자는 연말 소득공제뿐아니라 비자금 조성을 통해 정치인들 후원금조로 돈이 흘러갈 공산이 높다고 추측했다.

이에 정가에서는 최근에 가족들 명의로 김 회장이 홍사덕, 이규택 친박 연대 인사들에게 후원한 자금의 출처를 알 수 있는 단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의 경우 서청원 친박연대 대표 등 유력 정치인에게 정기적으로 후원을 해왔다고 전해지고 있다. 김 회장과 양 당선자가 허위 주유 영수증을 끊어 비자금을 조성했을 경우 국세청 관계자는 ‘조세 포탈죄’를 적용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양 당선자와 모친 김 회장을 추가 조사한 뒤 구속영장 재청구 및 구속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친박연대 관계자를 33차례 소환했으나 김 회장의 특별당비가 대가성 입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또한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 회동에서 “친박연대에 대해 편파적이고 표적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심지어 청와대가 검찰을 압박한다는 말이 나온다”고 언급, 검찰이 정치적으로 압박받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선거사범 수사와 관련해 엄정 중립의 자세로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하고 있다”며 “소위 ‘표적 수사’는 전혀 있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으며 검찰은 이 수사와 관련해 청와대로부터 어떤 형태로든 지시를 받거나 보고한 일이 없다”고 해명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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