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황 측천무후」로 세계적인 작가로 주목받으며 ‘차이나 파워’를 보여주고 있는 작가 샨사의 여섯 번째 신작 장편소설. 전작이 동양의 영웅인 동시에 여성성을 주제로 삼았다면, 이 책은 서양의 영웅인 동시에 남성성을 주제로 삼고 있다. 시적인 문체는 한결 정교해졌고 신화적 내러티브를 이끌어가는 도도한 강물처럼 줄기차게 처음과 끝을 관통한다. 이 작품은 한 마디로 불가해한 현실을 뛰어넘는 사랑에 관한 찬미서이다. 폭군 필립포스의 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알렉산더, 그는 선택의 자유 없이 정복자의 후예로 양육된다. 그런 그를 보살피는 어머니 올림피아스는 등대 같은 존재이자, 폭군으로부터 나약한 존재이기에 증오의 대상이다. 격변하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알렉산더는 아버지 필립포스를 살해하고 왕위에 올라 알렉산드리아 제국 건설에 나선다. 그의 정복의 길은 그의 꺼뜨려지지 않는 내면의 고독, 뼈까지 재로 만들어버릴 듯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정복의 길에서 알렉산더는 빙하의 신을 모시는 시베리아의 딸, 길들여지지 않는 여전사 아마존들의 여왕, 탈레스트리아를 만난다. 그들은 하나로 융합될 수 없는 성질을 갖고 있었고 만나자마자 사랑을 나누듯 결투를 벌인다, 아니 결투를 벌이듯 사랑을 나눈다. 그리고 그들을 태워버릴 태양을 향해, 운명을 향해 곧장 질주한다.
샨사 저·이상해 역 / 현대문학 /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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